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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최동훈 감독이 직접 말하는 영화 암살에 대한 이야기

by 썬도그 2016.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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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또 할 필요가 있나? 라는 내 생각은 편협한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배운 일제강점기의 치열한 삶은 산 독립군 이야기를 요즘 학생들은 역사 자체를 잘 배우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하네요.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는데 역사를 대학교 입시 때문에 배우니 제대로 배울 리가 있겠습니다. 그나마 대학교 입시 때문에 배운 저 같은 세대는 그나마 낫죠. 요즘은 역사를 학교에서 안 가르친다고 하네요. 이렇게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치자 여론이 나빠졌고 정부는 다시 역사를 입시 과목에 넣었습니다. 


지난 1월 9일 토요일 상암동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암살 상영 후 열린 GV에서 최동훈 감독은 무한도전을 보면서 요즘 학생들이 역사를 너무 모르는 모습에 안 되겠다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가 '암살'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무한도전 때문에 만들었다기보다는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걸 좀 더 구체화하는데 한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 암살은 총 9년 동안 준비를 했고 6개월 동안 촬영을 하고 6개월의 후반 작업을 한 작품입니다. 제작비는 무려 180억 원이나 투입되었습니다.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영화 암살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장면 중 하나는 독립군 3명이 경성에서 2명의 요인을 암살하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 명령을 수행하기 전에 사진을 찍습니다.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 최동훈 감독과 배우들은 묘한 감정에 쌓였다고 합니다. 



애국주의자도 아닌데 이 장면을 촬영한 후에 배우와 감독 최동훈은 밤새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정말 이 장면은 참 묘했습니다. 완전히 기뻐하지도 않고 어색한 듯한 그러나 비장할 수 밖에 없는 사진. 실제로 독립군들은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태극기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해서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남겼다고 하죠. 그래서 우리가 안중근이나 윤봉길 의사를 사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유명한 독립군인 안중근이나 윤봉길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무명의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가 교과서에 실린 이름도 모르는 독립군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정말 수많은 무명씨들이 조선의 독립을 후원했습니다. 백민이라고 하는 아무 관직도 없는 사람들이 독립군 자금을 마련하고 독립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면, 당시 고위 관직을 지닌 사람들 대부분은 친일 세력이 되고 그 친일세력은 한국전쟁을 지나 지금까지도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이게 다 첫 단추를 잘못 꽨 결과죠

보세요. 군 위안부 할머니들 대하는 정부의 태도 보세요. 이게 다 친일 잔존 세력의 힘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죠.



그럼에도 교과서에 나온 사람이 나옵니다. 바로 김구입니다. 김구에 대한 이야기를 최동훈 감독이 했습니다. 제가 가장 눈여겨 본 인물은 조승우가 까메오로 출연한 김원봉입니다. 일본군이 가장 잡고 싶어했던 독립군은 홍범도, 김원봉, 김구였습니다.

홍범도는 소련 시절에 강제로 중앙 아시아로 이주 당해서 극장 문지기를 하다가 비참하게 돌아가셨다고 하고 김원봉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군이여서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한국 교과서에서 삭제됩니다. 김원봉은 아주 유의미합니다. 비록 사상이 우리와 다르다고 버려진 사람이지만 남북한 공공의 적인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인물이 김원봉입니다. 

그러나 단지 사회주의자라고 역사에서 도려내진 이름입니다. 이 김원봉을 발굴한 것이 최동훈 감독의 큰 업적이라면 업적이죠



어떻게 보면 영화 암살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가장 변화무쌍한 인물이자 당시 조선에 산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에 담은 듯한 인물이 바로 염석진입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암살은 3명의 독립군 보다는 염석진의 변절하는 과정이 가장 드라마틱하고 대중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염석진은 독립군이었다가 일본 경찰에 잡힌 후 고문 후에 일본 제국의 밀정이 됩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본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당시 조선에 살고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염석진과 비슷한 행동을 했습니다. 염석진과 같이 변절한 사람은 춘원 이광수가 대표적이죠. 

염석진은 해방된 후 반민특위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해방 될 줄 몰랐다" 다들 그랬을 것입니다. 금방 해방될 줄 알았는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해방의 기미는 안 보이자 사람들은 자포자기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 제국 치하의 조국을 받아들였고 일부 독립군이 저항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다수의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용서하자는 소리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염석진의 행동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염석진처럼 적극적 행동 가담자들과 단지 체제에 순응한 사람의 차이는 둬야겠죠.  그러나 적극적인 변절을 한 염석진 류의 악질 친일파도 반민특위로 처단하지 못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계획적인 방해로 인해 단 한 명의 친일파도 처단하지 못했죠. 여기서부터 한국의 현대사에 먹구름이 낍니다. 

염석진을 처단하는 마지막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현실과 다른 엔딩이라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영화에서라도 울분을 터트리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 점은 다시 생각해보니 관객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어서 관객들의 질문이 계속 나왔습니다. 의상감독과 미술감독에 대한 칭찬과 질문이 나왔습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국내 최고의 의상감독이라서 여러 감독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합니다. 조상경 의상감독에 대한 극찬이 나오네요. 


야! 삼천불 우리 잊지마!

영화 후반부에 영감(오달수 분)이 토굴을 통해서 탈출하기 전에 안옥윤(전지현 분)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야! 삼천불 우리 잊지마!:" 누구나 이 대사가 안옥윤이 아닌 관객을 향한 대사였다는 것을 압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오글거리는 직접화법의 대사였죠. 그러나 전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독립군 영웅들은 누구나 다 압니다. 안중근, 윤봉길 의사는 누구나 다 알지만 오달수, 전지현, 하정우, 조진웅,최덕문  등이 연기하는 무명씨의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하고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독립군 영웅들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백민의 독립군입니다. 

오달수는 관객에게 말합니다. 우릴 잊지 말아달라고요. 이 장면에 대한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암살 GV가 끝난 후에 최동훈 감독은 관객들에게 일일이 서서 싸인을 해주었습니다. 앉아서 하시라고 해도 쑥스럽다면서 100여명에게 싸인과 사진도 찍어주셨습니다. 


영상자료원 GV를 가끔 가지만 이렇게 관객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 찍고 사진 찍어주는 감독님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인기도 많고 매너도 너무 좋으시네요. 게다가 말도 잘하시고 훈남이십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아내에게 검사를 받는다는 애처가인 최동훈 감독의 영화가 또 기다려지네요. 

영화 평론가 오동진은 말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걸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요. 공감합니다. 최동훈 감독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보다 더 나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는 듯하네요.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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