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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불량식품이지만 맛은 좋아. 007 스펙터 기본 이상은 한 007 영화

by 썬도그 201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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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혹평들이 많았습니다. 전작인 스카이폴에 대한 극찬이 많았던지라 많은 사람들이 주제가부터 액션, 스토리 모든 부분에서 지루하다고 평을 하네요. 그래서 보지 말까 했지만 볼만한 영화도 없고 해서 007 스펙터를 어제 밤에 봤습니다. 

뭐든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재미있는지 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심지어 스카이폴보다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스카이폴은 007 영화라고 하기에는 특수 무기도 특유의 능글맞음도 줄어들고 007의 긴 역사를 상징화 시켜서 보여주는 것이라서 많이 지루했는데 007 스펙터는 액션은 짜임새는 없지만 그런대로 볼만하고 스토리는 정말 허약하지만 어느 정도 골격은 잘 갖춘 작품 갔더군요.


초반의 창의적인 액션에 혼이 쏘옥~~~

영화가 시작하면 요즘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롱테이크 장면이 나옵니다. 무려 5분에서 8분 정도나 되는 긴 멕시코 축제 장면을 쭉 훑으면서 가장무도회에 참가한 007 제임스 본드를 따라갑니다. 제임스 본드는 3층에 올라가더니 옷을 벗고 뚜벅뚜벅 건물 옥상 등을 지나서 건너편에서 무기 거래를 하는 악당들을 조준합니다. 

이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정말 한 번도 안 끊고 촬영한 건지 CGI의 힘을 빌린 건지 정말 매끄럽게 잘 찍었습니다. 그리고 건물 붕괴가 일어나면서 본격 초반 액션이 시작됩니다. 


007 스펙터의 초반 액션은 헬기 액션입니다. 헬기가 축제 광장에 착륙하더니 그 헬기 안에서 육박전이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헬기 에어쇼가 펼쳐집니다. 360도 회전과 트위스트 비행 등등 엄청난 운동력을 보여주면서 광장을 배경으로 헬기 액션이 펼쳐집니다.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헬기가 광장 바로 위에서 곡예 비행을 하는데 광장에 있는 사람들의 혼비백산이 배경이 되니 아주 멋진 그림이 되네요. 꽤 창의적인 액션이고 그 어느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액션입니다. 



불량 식품 같은 스토리와 액션. 그러나 맛은 좋다

그렇게 초반 굉장하고 멋진 액션이 끝나면 샘 스미스의 노래가 흘러 나오면서 그 유명한 007의 오프닝 쇼가 펼쳐집니다. 아델의 오프닝 주제곡 보다는 파워나 역량은 딸리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노래네요. 

스토리부터 살펴보죠. 스토리는 전작인 스카이폴과 이어집니다. 전작인 스카이폴의 악당인 실바와 퀀텀 오브 솔러스의 최종 보스를 부하로 둔 거대한 악의 조직인 스펙터를 제거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전작들의 끝판왕을 조정했던 끝끝판왕을 깨는 미션입니다. 그 검은 문어를 문양으로 한 거대한 악의 제국인 스펙터를 찾아가는 과정이 전반에 펼쳐집니다. 

그런데 007 제임스 본드에게 이전보다 안 좋은 조건이 달라 붙습니다. 먼저 멕시코 광장에서 보여준 에어쇼와 건물 파괴 때문에 007은 정직을 당합니다. 여기에 007의 안하무인격으로 기물 파손하는 것을 빌미로 전 세계 9개국과 국제 공조하는 거대한 무인 첩보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합니다.  살인 면허를 가진 007 같은 첩보원이 아닌 CCTV와 드론 같은 무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죠. 

이런 스토리 구성은 기시감이 많이 느껴집니다.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다면서 기계나 자동화 시스템에 의한 거대한 감시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과 그걸 막으려는 구도는 이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에서나 최근 첩보 영화들이 주로 그리고 있는 소재입니다. 따라서 스토리는 기시감이 많이 듭니다. 


그럼 액션은 어떨까요? 액션은 꽤 많습니다. 꽤 많은데 역시 액션도 기시감 넘치는 액션이 꽤 많네요. 먼저 끝판왕 전의 중간 보스가 무력 100단 같은 포스로 나오지만 허무하게 죽는다는 설정이나 허무한 액션이 좀  보이네요. 예를 들어 한 방에 기지가 파괴되는 모습은 쓴 웃음이 나옵니다. 

또한, 자동차 액션 장면도 딱히 매혹적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슈퍼카를 이용한 카 체이싱 장면은 멋진 슈트를 입고 육박전을 하는 미끈함은 있어도 질척이고 끈적거리는 맛은 없습니다. 이렇게 비교가 당하는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때문입니다. 

미션 임파서블은 끊임없이 진화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액션도 듣도 보도 못한 창의 액션이 꽤 많이 나오죠. 게다가 액션광인 '톰 크루즈'가 실제로 거대한 수송기에 매달리는 투혼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007 영화는 스턴트맨에게 의존합니다. 그리고 액션 자체도 창의성이 많지 않습니다. 강둑 카 체이싱이나 비행기와 자동차 추격 장면은 흥미롭긴 하지만 아주 매혹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럼 액션이 재미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창의성은 없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래서 예상 가능한 액션이지만 꽤 볼만했습니다. 밥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잖아요. 요즘 이렇다 할 액션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그 액션 갈증을 풀어주기 때문에 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불량 식품 같은 줄거리와 액션이지만 간만에 제대로 터트리고 부셔주는 규모의 액션 미학이 아주 보기 좋네요. 



내가 원한 능글 맞은 007이 돌아왔다

007은 이단 헌트가 아닙니다. 007은 슈트처럼 미끈한 액션과 능글 맞은 미소와 아리따운 본드 걸과 함께 해야죠. 여기에 유머도 간간이 섞어야죠.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는 상남자 스타일이라서 액션 최적화된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제가 스카이폴을 재미없게 본 것은 본드카는 있지만 특수 무기도 거의 없고 액션도 정통 하드코어 액션만 선보여서 서늘했습니다. 

007의 전통을 부셔버리는 듯한 모습에 당혹스러웠습니다. 007 영화 답지 않은 스카이폴을 보면서 실망했습니다. 전 007 시리즈 다 본 것도 아니고 다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007 매니아들을 위한 듯한 색다른 모습만 보여주지 실망스러웠습니다.  

반대로 007 스펙터는 이전의 007 시리즈의 미덕인 유머와 미끈한 액션과 본드걸 그리고 많이 나오지 않지만 특수 무기 등도 살짝 나옵니다. 예전의 007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네요. 다만,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이단 헌트와 킹스맨에게 잡아 먹힐 것 같네요. 007만의 새로운 세계와 변별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007 스펙터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출연작이고 실제로 007 스펙터를 통해서 한 세대의 마감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007 영화는 색다른 모습으로 나올 듯하네요. 어느 정도 힌트나 남겨주면 좋으련만 그런 것이 없네요. 


아쉬운 점은 레아 세이두라는 본드 걸이 그렇게 매혹적이지 않네요. 파트너 역할은 잘 하지만 딱히 매혹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허약한 악당이 쫄깃함을 날려 버리다

많이 들었습니다. 007 스펙터의 악당이 허약체질이라고요. 실제로 보니 허무할 정도로 멍청하네요. 포스는 다스베이더 포스였습니다. 처음에는 오호~~라고 했는데 악당의 본거지에 침투한 007이 쉽게 탈출하는 장면을 보고 실소가 나오네요

저런 멍청한 악당이 있나? 그런데 이 멍청하고 띨띨한 모습은 영화 후반까지 줄기차게 보여줍니다. 준비는 엄청나게 하고 폼은 잔뜩 잡는데 쉽게 탈출하는 007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오네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악당을 지적했군요. 

전체적으로 악당의 멍청함과 본드걸의 아쉬움과 액션과 스토리의 기시감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다만, 요즘 이 정도의 액션 영화도 없고 그런대로 007 영화의 구색을 갖춘 작품이라고 느껴져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럼에도 혹평은 더 많을 것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기시감이 가득한 불량식품이지만 맛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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