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3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여서 처음 알았습니다. 이미 그 전부터 '심야식당' 노래를 들어서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직접 만화책을 들쳐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뭐 음식에 대한 관심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대충 넘기고 나왔습니다.
뭐가 있기에 이 식당 이야기가 그리 인기가 많지? 라는 생각을 했죠. 사실 일본 만화라는 것이 학원물이나 판타지 또는 매카닉 물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워낙 팬층이 두텁고 소재가 다양해서 별별 만화들이 많은 만화 강국이지만 허름한 심야에만 운영하는 심야식당을 소재로 한 만화가 무슨 재미일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가 드라마로 만들어서 큰 히트를 치고 한국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재미가 있을까요?
대충 예상을 해보면 상처 입은 도시인들이 심야 식당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힘을 얻는 흔하디 흔한 일본식 기승전교훈&감동 스토리가 예상되네요
올해 개봉한 영화 심야식당은 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총 3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영화 심야식당은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일부 에피소드를 영화로 만든 듯합니다.
아베 야로의 원작인 영화 심야식당은 드라마의 주인공인 마스터 역의 코바야시 카오루와 드라마의 일부 출연자가 다시 출연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과거가 의뭉스러운 심야식당의 주인인 마스터는 밤 12시부터 아침7시까지 식당문을 엽니다. 손님이 많냐고? 생각보다 많아!라는 야무진 말을 시작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일본식 식당인 심야식당은 뒷골목 허름한 식당입니다. 그런데 이 식당에 단골 손님이 꽤 많네요. 밤 12시가 넘어서 밥을 매일 먹는 것이 비현실적인 설정 같지만 도시인이라는 야행성 거주자들이라는 너그러움으로 어느정도 이해하고 봐야할 듯하네요.
그러고보니 영화 보는 내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 중에 새벽 2시네 집에 가야지!라는 사람도 없네요. 어떻게 보면 좀 무리인 설정인데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시작합니다. 그렇게 새벽마다 마스터가 요리한 음식을 먹는 단골 손님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일에 오지랖을 떠는 등 흔한 식당 풍경이 펼쳐집니다.
함께 밥을 먹는다! 이게 이 영화의 핵심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일본 문화 중에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일본은 혼자 밥 먹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배우 배두나가 일본에서 영화 '린다린다린다'를 촬영할 때 점심 시간에 다 혼자 앉아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에 놀랐다고 하네요. 일본은 혼밥(?)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 혼자 밥먹는 나라가 우물가에서 같이 빨래를 하는 함께라는 문화가 이 심야식당의 핵심 콘텐츠가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장면은 그냥 덤덤하게 봤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 눈이 내리는 심야식당의 붉은 불빛에 온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새벽에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내리는 눈을 다 녹이고도 남는 온기입니다. 사람 사이의 온기를 이어주는 곳이 심야식당입니다.
여기에 주책바가지 경찰로 나온는 코구레 역으로 나오는 오다기리 조와 여러 단골 손님들의 따스한 말 한들이 흥겹습니다.
영화 심야식당의 주인공인 마스터는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습니다. 얼굴의 칼자국을 보면 뒷골목에서 힘을 쓰던 분 같기도 하고요.
이 마스터는 이 식당의 주인이자 가장 너그러운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로 보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성품이 대단히 강직하고 따스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따르겠죠.
에피소드는 3개가 나옵니다. 첫번 째는 불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별로였조 두번 째 에피소드인 미치루(타베 미카코 분)의 이야기가 가장 눈길을 끄네요. 미치루는 심야식당에서 먹튀를 합니다. 먹고 튄 미치루 그러나 다음 날 다시 찾아와서 어제의 일을 사과하고 대신 칼을 갈아 놓습니다. 전에도 식당에서 일을 했던 미치루는 요리도 잘합니다.
미치루는 마스터에게 당분간만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혼자 일해도 되는 식당이기에 처음에는 거부하던 마스터는 자신의 팔이 낫기 전까지만이라는 조건을 달고 미치루에게 식당 보조 일을 맡깁니다. 그렇게 미치루는 마스터가 숙식을 제공하면서 잠시 거두어드립니다. 이런 따스한 성품은 마스터라는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 올립니다.
그렇다고 마스터가 무슨 도사처럼 선문답을 하거나 큰 가르침을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 대신 음식으로 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줍니다. 보통, 이런 식당을 배경으로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한국에서 촬영된다면 음식을 제조하는 과정을 온갖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먹음직스럽게 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음식이 아닙니다. 따라서 음식 제조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맘에 드는 연출이었습니다. 먹방 천국 시대에 더 이상 음식 사진이나 음식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물 보고 싶지 않습니다. 먹는 낙 밖에 없는 사회라고 하지만 음식과 만들고 먹고 하는 그런 것들이 전 시큰둥하게 봅니다.
심야식당에서 음식은 마스터의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로 선보일 뿐 음식 그 자체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가장 별로였던 에피소드는 후쿠시마 재난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마지막 에피소드였습니다. 질척거리는 이야기인데다 이해는 되지만 그냥 이야기 자체에 매력이 없네요. 전체적으로 미치루 에피소드 말고는 스토리가 확 와닿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함께 식사를 하는 풍경 그리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주는 그 시선들이 정겹습니다.
예전에 홍대 환경미화원 사태때 배우 김여진이 홍대 총학생회장에게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밥이라는 것이 맛으로 먹는 것도 있지만 함께라는 말의 동의어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 적대감을 가진 사람도 그 순간은 밥을 먹는 온순한 인간이 됩니다. 그리고 마음의 벽도 쉽게 허물어지죠. 함께 밥 한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술은 후유증이 있지만 밥은 후유증이 없습니다. 밥을 함께 먹는 자체는 너를 내 친구로 또는 내가 아는 사람으로 인정하겠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또한, 밥 한 번에 그 그룹이나 가족 그리고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마스터가 손짓하고 있네요. 손님이 없을 것 같다고 묻자 마스터가 말합니다
"생각 보다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