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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서울 사람들 대부분이 맘에 안 들어하는 서울 브랜드, 꼭 강행해야하나?

by 썬도그 2015.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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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상징하는 아이콘은 뭘까요? 정확한 설은 없지만 뉴욕은 '빅애플'이라는 애칭이라면 애칭이 있습니다. 한 도시가 애칭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I LOVE NEW YOUR이라는 슬로건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외 유명 도시 중에는 멋진 슬로건을 가진 도시들이 많죠. 슬로건은 그 도시를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나타내기도 하며 그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형용사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서울도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비문인 하이! 서울

2002년 이명박 전 시장 때 시민들이 공모한 7.283건과 서울마케팅 자문의원들의 1,2차 심사 및 서울시 출입 기자단과 여론조사를 통해서 타당성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진 하이! 서울은 만들 당시에도 말이 참 많았습니다. 사람이 아닌 서울시에 하이라는 말을 쓸 수 있냐면서 문법적 오류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런 지적은 가볍게 무시 되면서 그냥 사용되었습니다. 

서울시가 이런 슬로건을 만드는 이유는 관광 진흥을 위해서 만든 것이기에 내국인 보다는 외국인들을 위한 슬로건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하이! 서울이라는 말을 들으면 서울이 사람이 아닌데 하이!라는 인사를 할 수 있냐는 질타어린 의문을 던져도 서울은 하이!만 외쳤습니다. 관광객들이 서울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슬로건이 정작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에게는 비문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하나의 블랙코미디였죠. 

뭐 서울이란 도시의 정신사나움을 표현한 것이라면 하이! 서울이 어울리긴 합니다만  비문에 그렇게 돈을 쓰고 가꾸는 것은 분명 블랙코미디를 쓰는 것이였습니다. 이 하이! 서울은 그렇게 공무원들만 쓰는 슬로건이 되고 하나의 서울 브랜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외치면서 서울의 상징물을 수소문해서 해태라고 더 익숙한 해치를 서울 마스코트로 활용하려고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버렸습니다.

광화문 지하 입구에 있는 해치 캐릭터 판매점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이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지자체의 영혼없는 슬로건 열풍. 천박함만 드러내다

하이! 서울말고도 한국 지자체들은 무슨 슬로건 법이 제정된 것도 아닌데 모두 이해할 수 없고 공감도 안가는 영문 슬로건을 유행처럼 만들었습니다. 브라보 안산, 에이플러스 안양 등등 그 도시의 정체성도 표현하지 못하고 유치하기만 한 영문 슬로건을 우후죽순처럼 만듭니다. 이런 슬로건은 그 지역의 특색을 담는 단어가 되어야 입에 붙고 널리 멀리 퍼지는데 생뚱맞은 영어 단어를 붙인 지자체 슬로건들은 거의 대부분 폐기처분 직전에 있습니다. 

이런 슬로건들은 애시당초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이 지역주민과 시민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일환으로 깊은 고민없이 마주잡이로 만듭니다. 이렇게 슬로건을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는 지역민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만드는 목적이 큽니다. 



새로운 서울브랜드를 만드는 서울시

10월 초에 서울 광장을 지나가는데 서울브랜드를 뽑아 달라는 행사를 봤습니다. 이 행사 좀 압니다. 서울시는 지난 9월까지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다면서 시민 공모전을 했습니다. 저도 참여하려고 했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뚜렷한 게 거의 없더군요. 외국인들이 항상 말하는 다이나믹함을 강조해야 하는지 아님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찾는 고궁을 주제로 삼아야 할 지 고민을 하다가 가볍게 공모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서울시 브랜드 공모전의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I SEOUL U, SEOULING, SEOULMATE가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솔직히 3개의 서울브랜드 후보 모두 맘에 들지 않습니다. 
한 참을 인상을 쓰면서 봤습니다. 그런데 이걸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반응이 아주 심각하네요. 이래서 시민공모전으로 슬로건 만들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서울브랜드 공모전에 올라온 슬로거들 시민들이 공모한 것은 맞지만 최종 결과물로 나오게 하는데는 하이! 서울처럼 전문가들의 간택이 있었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을 타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단언컨데, 유명 컨설턴트나 유능한 마케터가 서울을 대표하는 슬로건을 만들어도 이 보다 좋을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한 표를 던진 것은 서울메이트입니다. 이 서울메이트는 이미 2007년에 한 블로그가 제안한 것이고 서울과 소울이 외국인들에게는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을 응용한 슬로건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이 서울 밑에 있는 Soul of Asia가 서울과 영혼을 뜻하는 영문 소울과 비슷해서 사용한 슬로건이죠.




관광병에 걸린 서울시. 인위적인 관광 목적용 서울 브랜드를 만드려면 그만둬라

도시 브랜드가 없는 해외 유명 도시도 많습니다. 없어도 그 도시가 매력적이면 알아서 찾아갑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왜 이렇게 서울브랜드에 집착할까요? 분명 하이 서울이 인기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은 압니다만 그렇다고 새로 만들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그냥 서울브랜드 없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는데요. 

빅애플처럼 뉴욕을 상징하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시민들 사이에서 흘러 나와서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좋지 이렇게 관에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네요. 서울시가 이렇게 서울브랜드에 열정적인 이유는 다 관광목적입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인기가 없고 세금 낭비 축제라고 지적받는 이유도 서울시민의 참여보다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잉으로 변질되어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요? 

가만히 보면 서울시는 무슨 관광병에 걸렸는지 축제도 서울시민을 위한 축제가 아닌 관광객 유치를 염두해 둔 행사로 만들고 이 서울브랜드도 3개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서울시민 보다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 입맛에 맞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글로 된 서울브랜드 만들면 외국인들이 욕하나요?  오히려 한글로 된 서울슬로건 만들고 서울 시민들이 많이 말하면 그걸 외국인들이 궁금해 할텐데요. 

이렇게 관광 목적용 슬로건을 만드니 어색한 영문 슬로건을 만들게 되고 시민들의 심한 질타를 받는 것 아닙니까.
서울 브랜드를 억지로 만들기 보다는 없으면 없는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요. 굳이 이렇게 만들어야 할까요? 외국인들이 하이! 서울을 외치기 위해서 서울에 옵니까? 서울메이트라고 써진 옷을 입기 위해서 서울에 옵니까? 관광을 위한다면 그냥 냅뒀으면 합니다. 관에서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광의 기류가 잘 흘러가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주도적으로 앞에 나서서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세요!라는 식의 깃발 관광을 해봐야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욕 먹고 있는 서울브랜드. 누구를 향한 브랜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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