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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먹기 위해 사는 듯한 먹방 전성 시대의 씁쓸함

by 썬도그 201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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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렸습니다. 일정을 빨리 마치고 이리저리 교정을 둘러 봤습니다. 서울대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도서관 계단 뒤로 거대한 건물이 하나 올라섰네요. 가까이 가서 보니 새로 지어진 도서관입니다. 


서울대 교정을 쏘다니다가 서울대 교지를 읽었습니다. 서울대 교지는 꽤 읽을 꼭지가 많습니다. 여느 신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교지에 아주 흥미롭고 절대 공감되는 글이 있네요. 석박사통합과정 생명과학부의 손상원이 쓴 글인 <먹는 낙만 남은 사회>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최근에 범람하는 먹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인간의 5대 욕구 - 피라미드 밑으로 내려갈수록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다>


글을 쓴 분은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인간의 5대 욕구 중 가장 하위에 있는 생리적 욕구인 수면욕, 성욕, 식욕에서 방송에 사용할 만한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는 방송만 가득한 모습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리적 욕구 외에도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 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면서 세월호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공포에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이다 보니 안전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땅콩회황으로 붉어진 을들의 존중 박탈이 만연한 사회이며 7포 세대인 청년들이 취직을 하지 못해 자아실현의 기회마저 사라진 사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아 실현을 못하다보니 사회와 단절되고 인간 관계도 단절 되어서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인간의 5대 욕구 중에 충족되는 욕구란 오로지 식욕 밖에 없다는 글로 마칩니다. 


식욕이 지배하는 세상!

정글의 법칙은 정글에서 먹방 찍는 것이고 진짜 사나이이는 군대에서 먹방 찍는 것이고 지금도 하는 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아빠가 여행가서 먹방 찍는 방송 등을 보면 먹는 쾌락만 부각하는 요즘 예능 방송 트랜드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남 먹는 것 쳐다 보는 것이 가장 추잡하다는 옛말은 다 사라지고 이제는 아프리카tv에서 자신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주는 먹방 중계방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먹는 것에 몰두하는 모습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서 큰 폭발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 HD TV가 먹방 전성시대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만약 음식 사진이나 동영상을 SD화질의 동영상으로 봤다면 이렇게 인기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경박단소해지는 시대의 흐름으로 자극적이고 표피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방송과 콘텐츠가 주류가 되었습니다. 조금 깊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조건 걷어 차버리고 오로지 바로 쾌락을 줄 수 있는 영상과 사진만 탐닉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 사진이나 고양이 강아지 사진과 동영상에 그렇게 심하게 반응을 합니다. 방금 본 고양이 영상 보고 아이! 귀여워라고 감탄사를 내보네고 또 다시 고양이 동영상을 찾아서 봅니다. 

시간을 들여야 어떤 감정이 생기고 느낌이 생기고 감동이 나오는 것들은 배척하고 있습니다. 바로 바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경박한 세상의 총아는 음식입니다. 음식을 통해서 원초적인 욕망인 식욕을 자극할 수 있는 먹방은 공중파와 케이블 모두 장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1인 가구가 늘면서 식사를 같이 하는 즐거움이 사라져 버리자 대리만족으로 연예인들이 먹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조를 좀 멀리서 보면 원초적인 쾌락일 뿐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쾌락의 질적 차이를 말했습니다. 쾌락을 수치화 할 수 없지만 쾌락에는 질 좋은 쾌락이 있고 질 나쁜 쾌락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쾌락에서 질의 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의 쾌락을 다른 쾌락보다 더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가능한 답은 하나밖에 없다. 즉 어떤 두 가지 쾌락을 경험한 사람이, 그 후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주저없이 하나의 쾌락을 선택한다면, 바로 그것이 명백히 더 높은 쾌락이다.

먹는 쾌락 즉 식욕이 무조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식욕이 출세욕이나 명예욕이나 자아 성취나 존중받고 싶은 욕망보다 더 높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식욕은 생존에 관한 것이라서 원초적인 욕구라서 질적으로 높은 욕구라고 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 먹는 거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보다는 불만스러운 소크라테스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존 스튜어트 밀>

이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공감이 안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물음은 우리가 한 번 이상은 해봤으면 하네요.

"먹고 위해서 사는 것인가? 아님 살기 위해 먹는 것인가"

먹방 전성 시대를 누군가는 한국이 구강기 사회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것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복잡한 것은 다 삭제해버리고 오로지 단순 쾌락만 추구하는 인간들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사회 이슈나 사회문제, 정치 문제 다 눈을 감고 입을 즐겁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 당장 눈 앞의 쾌락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 앞의 쾌락만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미래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먼 미래를 보다가는 눈 앞의 먹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길 수 있으니까요. 이게 다 세상이 각박해졌고 여유가 사라진 한국 사회의 단면 같네요. 분명, 먹방의 인기는 한국 방송계만의 트랜드는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이 최근 사회가 급속도로 보수화 되기 시작하면서 먹방에 홀릭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네요. 

먹는 낙만 남은 사회. 이는 사회가 우리를 돼지로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딴 생각 하지 말고 사료 맛나게 먹는 행복한 돼지가 되기를 권력자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누구보다 바라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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