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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그루브는 있지만 강한 비트가 없어서 아쉬웠던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by 썬도그 2015.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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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볼만한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국내 영화도 베테랑과 암살, 이 2개의 영화가 다 점령을 했네요. 가을의 입구에 들어선 극장가에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볼 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평론가들이 추천하고 로튼토마토에서 90%를 지지를 받은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그 영화의 이름은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입니다. 이 영화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표소에서 영화 제목도 다 기억하지 못해서 스트리트로 시작하는 영화 달라고 하니 알아서 주시네요. 


갱스터 랩을 창조한 N.W.A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그룹인 N.W.A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N.W.A를 잘 모릅니다. 1987년 결성된 N.W.A는 갱스터 랩의 창시자들입니다. 제가 이 N.W.A를 잘 몰랐던 이유는 랩은 좋아했지만 실제 갱들이 음악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조폭이 그룹을 만들어서 랩 음악을 한다는 그 깊은 거부감이 이들을 밀어냈습니다. 내가 아는 갱스터 랩은 1995년 개봉한 미셀 파이퍼 주연의 <위험한 아이들>의 주제곡인 '쿨리오의 갱스터 파라다이스'하나 밖에 없습니다. 총을 들고 금 목걸이를 주렁 주렁 걸고 헐렁한 티셔츠와 힙합 바지를 입고 노래를 하는 갱스터랩을 듣기에는 80년 당시에는 들을 노래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관심 밖에 있는 음악 그룹에 대한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바로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N.W.A의 노래를 잘 알고 이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축복 같겠지만 이들에 대한 많은 지식이 없거나 N.W.A의 맴버 중 한 명인 '닥터 드레'를 헤드폰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는 익숙해지기 까지 좀 시간이 걸립니다.


N.W.A는 1980년대 후반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 지대 같은 캘리포니아 컴턴의 흑인 청년 5명이 만든 힙합 그룹입니다. 
이지-E,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MC 렌,  DJ 옐라로 구성된 N.W.A에서 리더인 이지-E,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의 우정과 분열과 결합을 담은 영화입니다. 당연히 DJ 옐라와 MC 렌은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밀리자 실제 모델이었던 MC 렌은 화를 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영화 구성상 5명에게 다 조명을 비추면 집중도가 떨어져서 좀 더 드라마틱한 3명에게 집중한 듯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헬기 소리와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전형적인 갱의 도시였던 캘리포니아 컴턴의 풍경이죠. 영화 주인공인 아이스 큐브(오셔 잭슨 주니어 분), 닥터 드레(코리 호킨스 분), 이지-E(제이슨 미첼 분)은 마약을 팔거나 클럽 DJ와 노래를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삽니다. 

흑인들은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 수시로 백인 경찰들이 흑인들을 길거리에 세우고 몸 수색을 합니다. 마약 거래가 일상화 된 컴턴은 미래가 불확실한 흑인 청춘들이 하루 하루 근근히 먹고 삽니다. 그런 궁하고 답답한 생활 속에서 '닥터 드레'가 힙합 그룹을 만들자고 제안을 합니다. 이미 래퍼였던 '아이스 큐브'와 마약 거래로 번 돈으로 앨범 제작비를 지원하던 랩을 전혀 하지 못했던 이지-E가 제작자를 넘어서 래퍼로 앨범에 참여하게 됩니다. 여기에 MC 렌과 DJ 옐라가 합루하면서 N.W.A가 결성됩니다. 그들 스스로 만든 무자비라는 뜻의 루스리스 레코드를 통해서 그들의 첫 앨범이 출시 됩니다.



세상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조롱하고 비판하는 풀 파워 까기가 젊은이들을 매혹시키다

N.W.A는 갱스터 랩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 젊은이들의 큰 호응을 받습니다. N.W.A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파워입니다. 총과 마약의 도시인 컴턴 답게 비트과 그루브가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N.W.A 멤버 중에 갱은 아니지만 총과 마약을 일상재처럼 다루는 폭력의 이미지는 그들을 상품화 하고 차별화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다른 랩 가수들에게 보기 드문 아이스 큐브의 직설적인 가사는 사회 비판을 넘어서 사회를 조롱하는 신랄하고 직설적인 랩 가사들이 당시 흑인 청년들이 가진 울분을 그대로 담아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기자들이 묻습니다. "너무 직설적이고 과격하지 않습니까?" 이에  이지-E는 말합니다 "과격한 모습은 있지만 그게 솔직하고 정직한 말아닌가요?" 이렇게 과격한 표현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인 시선과 달리 이들은 수정 헌법을 들먹이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보호막 아래 쌍욕에 가까운 랩 사를 담은 '갱스터 랩'을 세상에 전파합니다. 

백인들이 열광하는 락 음악의 기본 정신은 '저항'입니다. 그 저항 정신을 내세우기 위해서 남자들이 머리를 치렁치렁 기릅니다. 만약 모든 세상 남자들이 머리를 다 기르면 락커들은 오히려 빡빡 머리를 할 겁니다. 랩의 정신도 세상에 대한 저항입니다. 그래서 랩은 세상을 비난하는 가사에 자신들의 저항 정신을 담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 중에 많은 가사들이 DJ DOC의 노래 가사들입니다. 아마, 한국에서는 가장 N.W.A와 근접한 랩 그룹이 DJ DOC입니다. 이런 저항 정신이 힙합 문화의 핵심인데 요즘 한국 힙합 문화는 돈의 노예들이 되었는지 '쇼 미더 머니'의 가사들이나 다른 래퍼를 까는 디스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네요. 


그루브는 있지만 강한 비트가 있는 드라마는 없는 밍밍한 영화

N.W.A는 세상을 비난하고 비판하지만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전국 투어를 하면서 점점 타락해갑니다. 매일 파티를 하고 총을 가지고 다니거나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 다른 여자에 치근거리는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런 것들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의 흔한 풍경으로 덫칠해 버립니다. 

그런 도덕적 결함 등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나 그냥 스치는 풍경 정도로만 그리는 건조한 연출로 영화를 이끕니다. 그래서 심심했습니다. 영화 상영 시간도 길지만 예상과 달리 이렇다 할 드라마가 많이 펼쳐지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N.W.A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세상과의 접점을 보이는 것은 많지 않고 주로 멤버 간의 갈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 멤버들의 갈등이란 음악성에 대한 갈등이 아닌 실제로 많은 그룹들이 해체하고 갈라서는 이유는 돈에 대한 갈등을 보여줍니다. 리더인 이지-E와 매니저인 제리가 한 통속이 되자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아이스 큐브와 닥터 드레가 루스리스 레코드를 떠납니다. 특히, 아이스 큐브는 자신이 떠난 N.W.A를 심하게 까는 디스전을 펼치죠. 

영화는 이런 N.W.A의 성공 과정과 분열을 건조한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전 정말 별로였습니다. 흔한 뮤지션들 간의 갈등이라서 별 느낌이 없네요. 중간 중간 이들의 당시 실제 화면을 틀어주면서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유도하지만 N.W.A를 모르고 알아도 그게 큰 느낌은 없네요

오히려 관객들이 빵 터지고 움찔한 부분은 어린 '스눕 독'이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힙합 매니아들에게는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이쪽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들은 영화 전체가 비트가 강한 힙합 음악이 나와서 어깨가 들썩이긴 하지만 그 이상은없습니다. 음악들이 1곡 전체가 연주 되는 것도 없습니다. 중간 중간 나왔다 사라져서 음악 영화라고 하기엔 뭔가 많이 아쉽고 감질납니다. 

영화는 1980년대 중 후반과 90년대 초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40대 이상인 분들에게 추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영화는 힙합 문화가 본격 상륙 전파 된 한국의 90년대 중 후반에 태어난 20대 관객에게 더 인기를 얻을 것 같네요. 80년대 중 후반의 한국은 신해철이 안녕이라는 노래에서 영어 가사로 된 부분적인 랩이 들어간 노래가 전부였습니다. 노래 전체가 랩으로 된 노래가 나오는 것은 90년대 중 후반으로 미국과의 격차가 10년 이상 났습니다. 

영화관 관객들 대부분도 20대 분들이더군요. 랩 음악을 많이 듣고 자라지 않고 N.W.A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비추천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도 크게 재미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아서 다른 세대에게도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의 오바마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N.W.A 안에서 일어나는 반목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 묘사하는 세계가 좁고 좁습니다. 
유일하게 시선을 외부로 확장하는 것은 80년 대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인 흑인들에 대한 경창들의 시선입니다. 
음악 녹음을 하다가 잠시 나온 N.W.A 멤버들을 경찰들이 바닥에 엎드리라고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쪽수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바닥에 엎드리라고 하고 몸 수색을 합니다. 충분히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죠. 그러나 그게 흔한 흑인들의 삶이었습니다. 이런 흑인에 대한 편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흑인이지만 여전히 미국은 인종 차별이 내제된 나라죠.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흑인 인권 영화들이 계속 개봉하고 있습니다.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을 넘어서 최근에 개봉한 <셀마>까지, 흑인 인권을 담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본격 흑인 인권을 담은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전체에 흐르는 흑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울분이 담겨 있습니다. 그 울분을 '아이스 큐브'가 직설적인 가사로 담아서 세상을 비판합니다. 특히, 경찰을 심하게 비판하는 가사는 DJ DOC의 포졸이라는 노래가 연상케 합니다. 



추천하기 힘든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흑인들은 그루브라는 특유의 리듬감이 있습니다. 한 일본 음악 평론가가 일본인들에게 없는 한국인들만의 리듬이 있는데 이게 흑인들의 그루브가 한국 음악에는 보인다고 하네요. 공감합니다. 한국은 멜로디가 좋은 노래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유로팝들을 많이 좋아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힙합 문화가 일상화 되면서 멜로디 보다는 리듬에 경도 되는 모습이 보이네요. 

영화 속에서는 이런 리듬감이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리듬감의 진폭을 크게 하는 다이나믹함은 없습니다. N.W.A의 일대기 자체가 크게 매력적인 모습도 아니여서 전체적으로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이나 배경 지식이 높지 않다 보니 깊이 빠지지는 못하네요.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크게 먹힐 것 같지는 않네요

힙합 매니아가 아니면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에이요! 왓썸 맨 X발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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