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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꽁트의 순간 웃음만 있는 쓰리 썸머 나잇

by 썬도그 201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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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기채를 뚝 내려놓고 보는 것입니다. 기대가 없으면 큰 실망도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전혀 기대가 되지 않던 '쓰리 썸머 나잇'을 봤습니다. 낮은 아니 거의 없던 기대치가 영화 시작하자마자 크게 올라갔습니다. 

감독이 김상진입니다. 지금의 20대 분들에게는 잘 알려진 감독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 제 2의 전성시대인 90년대 말 2천년 대 초에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팜' '광복절특사'로 3연타석 홈런을 치던 코미디 영화의 제왕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어설픈 장면도 많지만 주유소 습격사건은 주유소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아주 잘 비벼낸 연출이 무척 뛰어났던 영화였습니다

이 김상진 감독은 뒤틀린 상황에서 나오는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감독들도 가만 보면 전성기가 따로 있나 봅니다. 대부분의 영화 감독들이 젊은 시절 잘 나가다가 말년에는 젊은 시절의 그 총기가 사라지고 흐리멍텅한 영화를 만들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상진 감독도 그렇습니다. 2004년 제작한 귀신이 산다까지는 그런대로 볼만 했지만 2010년 '주유소 습격사건2'나 2011년 투혼 같은 영화는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퇴행된 듯한 모습에 실망을 했습니다. 그나마 '투혼'은 나름 괜찮았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인데 그런대로 볼만 했던 영화로 기억되네요

그럼에도 김상진 감독하면 코미디 영화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확 올라갔습니다.


고등학교 절친 3명이 부산에서 광란의 3일을 보내다

줄거리는 김상진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간단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창이라고 하기엔 구달수(임원희 분)가 나이가 너무 들었지만 그럼에도 구달수와 차명석(김동욱 분), 왕해구(손호준 분)은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이 세명은 고등학교 시절 혈기왕성함을 의리에 사용하면서 마기동(윤제문 분)을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뉴스에 나올 정도로 이 3명은 의리로 뭉친 고등학교 절친입니다. 이들은 각자 꿈을 뉴스에서 말하지만 


12년 후 차명석은 최연소 사법고시를 패스한 지영(류현경 분)에 얹혀 사는 고시생, 왕해구는 비아그라 카피약을 파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구달수는 컴퓨터 판매회사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3명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술을 먹고 대리기사를 불러서 지영이 집으로 타고 오라고 준 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부산에 도착한 3명의 주인공은 불타는 밤을 보내기 위해서 해운대 파라솔 숲을 발정난 개마냥 뛰어다니면서 여자를 꼬십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 해운대에는 이 3명과 악연으로 엮인 마기동이 마약 판매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마약 운반 배달 사고가 나는데 그 배달 사고에 주인공 3명이 엮이게 되면서 일이 점점 꼬이게 됩니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가방에 마약이 든 지도 모르고 마약이 들어가 있는 자양강장제를 먹고 근사한 밤(?)을 보냅니다.
다음 날 이들은 마기동에게 잡혀서 바다에 수장 될 위기에 처합니다. 여기에 남자 친구들의 일탈을 막겠다면서 서울에서 내려온 지영까지 마기동에게 잡히면서 일은 꼬여만 갑니다.

마기동은 주인공 3명을 풀어주면서 배달 사고가 난 마약을 찾아오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렇게 명석, 달수, 해구는 어제 밤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의 재조립을 통한 웃음이 가장 큰 줄기지만 통쾌한 웃음이 없다

'쓰리 썸머 나잇'은 줄거리만 보면 영화 '행오버'와 비슷합니다. 술 취한 다음 날 어제 일어난 일을 되집어 보면서 광란의 밤을 떠올리는 방식이죠. 아마도 영화 '행오버'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같네요. 고등학교 동창인 3명이 부산에서 광란의 3일을 담은 영화지만 영화에서 3일이라는 의미는 크게 부각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 낮에 소나기를 맞으면서 신세한탄을 하던 주인공들이 밤까지 해변에 있는 등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면서 제목에 사용한 3일의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차라리 쓰리 썸머 나잇 대신 세친구가 더 어울립니다. 
'쓰리 썸머 나잇'의 웃음은 주로 권투의 쨉과 같은 콩트에서 나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 안에서만 웃음이 생산 소비되고 다음 장면으로 그 에피소드들이 크게 전이되지 않습니다. 영화 초중반에는 다음 장면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장면들이 많은데 신인 감독도 아닌 많은 영화를 만든 중견 감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큰 줄기의 웃음은 3명의 주인공이 마약이든지 모르고 마신 자양강장제를 먹고 각자의 화려한 밤을 보냈는데 그들이 약에 취해서 상상한 밤과 실제 기억의 밤과의 간극에서 오는 웃음이 그런대로 꽤 재미있습니다. 이 허상과 실제의 간극을 잡아주는 것인 달수의 캠코더입니다. 달수는 항상 캠코더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여기에 지영과 세 주인공의 관계와 악당 마기동과의 관계가 풀어지면서 잔 웃음과 큰 웃음을 유발합니다. 
그러나 스토리를 억지로 짜낸 듯한 매끄럽지 못한 유치한 스토리는 감독이 원하지 않았던 실소도 자아냅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런대로 웃음을 잘 유발합니다만 김상진 감독의 최악의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편집이나 스토리는 많은 부분 삐걱거립니다. 
그나마 임원희의 표정 연기가 관객들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하네요

큰 줄거리가 빈약한데 이 큰 줄거리를 좀 더 다듬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생각 없이 보면 볼만은 하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은 영화 '쓰리 썸머 나잇'

영화 볼만은 합니다. 기대를 하지 않고 생각 없이 보면 나름 웃기는 장면도 꽤 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구성력이나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또한, '주유소 습격사건'과 달리 3명의 캐릭터 설정도 잘 잡히지가 않습니다. 신인 감독도 이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짜임새는 엉성한 영화입니다.

요즘 한국 영화들이 TV드라마보다 재미 없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그런 영화들에 비해서는 조금 나은 영화 '쓰리 썸머 나잇'이지만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짧은 웃음은 꽤 나오지만 큰 웃음은 없는 쓰리 썸머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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