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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진기자협회의 2015년 올해의 사진이 참으로 부끄럽다

by 썬도그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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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좋아하고 보도사진을 좋아하다보니 젊었을 때 사진기자가 꿈이였던 적이 있습니다. 대포만한 카메마를 2~3개씩 들고 헬멧을 쓰고 최루탄이 터지는 현장에서 사진으로 무자비한 권력의 철퇴를 찍어내는 그들의 용감함과 세상의 목격자 역할을 하는 그들의 소명의식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치여 살다 보니 그 꿈을 쉽게 접어졌습니다. 그래도 사진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은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존경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네요



현장에서 본 사진기자들은 무법자였습니다. 올라가서는 안되는 곳에 거리낌 없이 올라갔습니다. 심지어 허락도 없이 시위 때문에 멈춰져 있던 트럭에 올라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도를 위해서라면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행동에 심한 질타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사건 사고 현장의 사진기자들은 공중도덕을 쉽게 무시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뭐. 그래도 남에게 크게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니라면 쓴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긴 하네요. 그래도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큐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는 전설적인 카메라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레이몽 드파르동'을 담은 다큐입니다. 그는 이 다큐에서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레이몽이 다른 사진작가와 에디터와 기자들과 함께 감마 에이전시라는 보도 뉴스 에이전시를 만듭니다. 

감마 에이전시의 신념은 "모든 이미지는 작가의 관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진이 진실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의 증명성과 재현성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증샷을 마치 도장처럼 생각하죠.  그러나 사진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진실을 쉽게 왜곡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진실을 왜곡하는데 사진은 아주 잘 애용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광우병 파동때 중앙일보 사진기자는 인턴 기자와 신입 기자에게 미국산 소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을 연출하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소고기를 먹는 시민의 모습이라고 포장하다가 걸립니다. 이런 왜곡은 꽤 많습니다. 이런 왜곡되고 호도되는 사진을 보면서 한국에서 사진기자의 존경심은 점점 사라지게 되더군요



"모든 이미지는 작가의 관점"입니다. 그래서 한겨레는 한겨례의 시선을 담아서 세상을 보도합니다. 여러 사건 사고가 있지만 더 힘을 실어주는 사진과 기사가 한겨레 신문의 정체성이자 시선입니다. 

당연히 한겨레 소속의 사진기자들도 그런 한겨레의 시선을 따릅니다. 
반대로 종편이나 조중동이라는 보수 신문은 반정부적인 행동은 모두 사회전복세력으로 묘사하는 사진을 찍죠. 얼마 전에는 채널A가 2004년 농민들의 과격한 시위를 세월호 시위라고 오보를 해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언론사의 기사를 읽기 전에 그 언론사의 정체성을 먼저 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그 언론사 사진기자의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역할이지만 한국의 사진기자들은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의 입맛에 맞는 사진을 찍어서 촬영 전송합니다. 

그들은 항변합니다. 우리는 어떤 정치적 선입견 없이 촬영하고 모두 전송하고 그 전송된 사진 중에 데스크라는 문지기가 어떤 사진을 신문지면에 싣고 안 싣고를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정치적 시선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항변은 무의미합니다. 어차피 조직의 몸을 담고 있다는 자체가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어차피 그 언론사에 입사했다는 자체가 자신의 사진이 어떻게 활용될 지 그 언론사가 지향하는 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소리이니까요. 따라서 한국 사진기자들의 사진들은 객관적인 목격자의 시선이 아니 대부분이 편향되어 있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인기 있는 사진들 또는 많이 찍은 사진들이 바로 해롤드지가 내세우는 연성 뉴스 사진입니다. 
탈정치적이고 탈사회적인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매일 오르는 그런 흔한 귀요미 사진들입니다. 이런 사진들에는 어떤 사회적 환기도 당파성도 없습니다. 또한, 악플도 달리지 않습니다. 

인기는 높고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최근들어 사진기자들이 이런 연성 사진을 꽤 많이 찍는 듯 하네요.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곳에 생산도 많이 되겠죠. 



그나마 한국일보가 덜 편향적인 기사와 사진을 찍는 것 같아 보일 뿐 대부분의 언론사는 정치 편향적인 사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기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진기자 운영할 돈을 아끼기 위해서 사진기자를 고용하기 보다는 연합뉴스나 뉴시스 같은 뉴스 도매상에게 사진을 사서 활용합니다. 

점점 사진기자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엄혹한 환경 속에서 사진기자 자신의 올곧은 양심적인 시선을 기대하긴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몽 드파르동'은 감마 에이전시를 만들었고 로버트 카파와 브레송 등이 모여서 언론사에 휘둘리지 않는 사진을 찍는 매그넘이란 사진 에이전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언론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또는 광고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독립된 사진협업체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현재 서울광장에서는 한국보도사진전 역대사진수상작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역대 보도사진 대상작을 보면서 사진기자들의 노고가 보여지는데 최근의 대상작을 보면 예전의 그 긴박함은 없어지고 연성화 된 뉴스가 대상을 받기도 하네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사진은 대통령 당선인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시의성은 없습니다. 



이런 흐름은 2015년 제 51회 한국보도사진 대상으로 이어집니다. 위 사진은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해구 출신 김성일 시의원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 건립에 대해서 항의하면서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계란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그냥 가십거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야구장 건립하는데 지자체 안의 갈등일 뿐입니다. 그냥 지방의 작은 이야기고 하나의 해프닝 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대상으로 줄 수 있나요? 이 사건이 한국 사회의 아픔과 고통 또는 꼭 지켜봐야할 사진입니까?

2015년 대상작이지만 실제로는 2014년 한 해의 보도 사진 중에 선정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2014년하면 한국 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 세월호 사고나 그에 관련 된 사진이 선정 되야 함에도 이런 시대를 대변하지도 사회적 환기를 이끄는 사진도 아닌 사진이 대상에 오르다니 기가 막히네요


달걀 투척 사진을 보니 한국보도사진에서 대상을 받은 제 36회 김영삼 전 대통령 페인트 달걀 봉변이 생각나네요. 지금도 욕을 먹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출국하려고 하자 IMF 때문에 부글부글 끊은 민심을 투척한 분노가 느껴지는 사진입니다. 

전 한국사진기자협회의 최근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한국사진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은 이미 사라지고 오히려 분노심이 점점 끓어 오르네요. 물론, 이런 따가운 시선에서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분들도 있습니다만 점점 사진기자에 대한 시선은 좋아지지 않네요


<프랑스 다이어리>에서 레이몽 드파르동은 1975년 차드에 인질로 잡혀 있던 프랑스 고고학자 클로스트르 석방을 위해서 총으로 무장한 차드 반군을 찾아갑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반군들은 레이몽에게 클로스트르 인터뷰를 허락합니다. 클로스트르는 자신을 버린 조국인 프랑스를 비난하면서 날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인터뷰 영상을 촬영한 후 차드에서 몰래 탈출한 레이몽은 이 인터뷰 영상을 메인 뉴스에 방영을 합니다.
이 인터뷰 영상을 본 프랑스 국민들은 놀라워했고 프랑스 대통령은 분노 했습니다. 마치 정부가 해외에 인질로 잡힌 프랑스인을 방치한다는 식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레이몽을 체포하고 투옥시키고 재판에 회부시킵니다. 

클로스트르는 3년 후에 석방 됩니다. 

레이몽 같은 사진기자나 저널리스트를 바라지 않습니다. 한국 같은 곳에서 레이몽 같은 언론인이 나오기 힘들고 기대도 안 합니다. 다만,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사진들을 찍지 말라는 것입니다. 찍지 않으면 데스크가 선정할리도 없습니다. 한국 사진기자협회의 대상 수상 선정 또한 시대정신을 망각한 선정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진을 대상에 선정한 그들의 시선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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