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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장동민이 간과한 것은 디지털 복제 시대의 무한 되새김질

by 썬도그 201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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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달에 올라온 '진중권의 문화다방'이라는 팟캐스트였습니다. 싸움닭 진중권 교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평소에 만나보고 듣고 싶었던 문화계 명사나 다양한 문화계 사람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살짝 들을 수 있어서 즐겨 듣고 있습니다.

이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지난 2월에 유세윤이라는 개그맨이 출연합니다. 평소 이 팟캐스트에는 문화계 인사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대중예술인 중에서도 개그맨이 출연한 것은 처음 봤습니다. 그게 생경스럽기도 하지만 유세윤이 자기 줏대가 워낙 강한 개그맨이라서 들어 볼 만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고 들어봤습니다.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방송 내용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JTBC의 속사정쌀롱'의 인연으로 출연한 듯 하더군요

유세윤의 이야기는 연예인이라는 삶과 현실의 괴리감부터 현실과 이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 유세윤편 2부에서 옹달샘의 팟캐스트 이야기가 나오네요



그냥 언론의 흔한 오지랖과 집중포화인 줄 알았던 옹꾸라 사태

진중권의 문화다방 유세윤 2부에는 옹꾸라 이야기가 나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팟캐스트 옹꾸라는 대학교때 창업 동아리라고 너슬레를 떤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가 만든 개그그룹인 옹달샘 3명의 멤버가 만든 팟캐스트입니다.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의 약자인 옹꾸라는 공중파에서 다루지 못하는 개그 소재와 수위가 아주 높은 개그를 하는 사설 방송이었습니다. 이 옹꾸라 이야기를 하면서 유세윤은 최근에 한 언론이 장동민의 옹꾸라에서의 발언을 기사화에서 세상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진중권의 문화다방'에서 장동민이 말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진중권과 유세윤은 잘못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들이 하나의 꼬투리를 잡으면 과거까지 이잡듯이 잡아서 전부 까발리는 습속에 대한 비판도 살짝 곁들였습니다. 아시잖아요. 한국 언론 특히 인터넷 신문들의 무한 복제는 유명하죠. 

또한,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확대 해석하거나 부분만 따서 전부인 양 말하는 비약과 맥락 없는 기사들이 참 많죠. 
예를 들어  스릴러 영화에서 이걸! 죽여 살려~~ 라고 하는 대사와 코미디 영화에서 이걸! 죽여 살려~~라는 대사는 동일하지만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스릴러 영화에서는 공포감이 들지만 코미디 영화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가 됩니다. 

그래서 전 이 방송만 듣고는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인터넷 언론이 호들갑 떠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자유와 방종을 구분 못한 장동민과 옹달샘

충격이었습니다. 이건 맥락을 떠나서 긴 문장으로 말하는 그 내용 자체가 쇼킹했습니다. 아무리 친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해도 될 농담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농담이 있습니다. 차마 텍스트화 하기에도 버거운 창자 발언을 합니다. 

이건 친해서 그렇다고 칩시다. 삼풍백화점 생존자 발언은 무개념 양아치도 이런 발언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자유로운 팟캐스트라고 하지만 아무 죄도 없는 삼풍백화점 생존자를 이렇게 욕보이나요. 장동민이라는 인간 자체가 참 문제가 많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팟캐스트의 생리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팟캐스트는 공중파가 아니고 규제 대상도 아니기에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느슨하고 욕설도 섞어가면서 방송을 할 수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방송들을 하고 있고요. 그러나 욕을 한다고 그 욕이 듣고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추임새로 합니다. 쉽게 말하면 술자리에서 열변을 통하다가 중간 중간 추임새로 넣는 X발, X같이 같은 말들을 넣는 것이죠. 그래서 범생이 같은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X발이라는 소리를 팟캐스트에서는 자연스럽게 합니다.

마치 같이 술을 마시면서 듣는 방송이 팟캐스트 같기도 합니다. 그런 자유스러움과 편안함이 팟캐스트의 매력이죠. 제가 그걸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나름 팟캐스트 매니아입니다. 그러나 장동민의 삼풍백화점과 창자 발언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삼풍백화점의 발언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명예훼손도 단체에 대한 비판 보다는 특정인을 향한 명예훼손이 처벌 강도도 쎄고 피해도 큽니다. 그런데 장동민은 이걸 너무 쉽게 말합니다. 옹달샘 세명의 멤버가 술자리에서 하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온 세상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매체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문제가 급니다. 

많은 사람들이 팟캐스트가 아무도 안 본다고 막 말을 하는데 이건 디지털 세상을 잘 모르고 하는 행동입니다. 별것도 아닌 것도 디지털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에 나중에 큰 탈이 날 수 있습니다.이 옹꾸라 사태도 아나로그 시대였다면 과거에 이러저라한 일이 있었다 식으로 언론에서 거론하고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과거의 발언이 인터넷에서 무한 재생 되면서 마치 내가 그 방송을 생방송으로 든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복제 시대에 대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세상의 상식에 어긋나는 글을 남겼다고 사과하고 트위터를 탈퇴하는 것 아닐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옹꾸라도 욕설을 하는 것은 그럴 수 있습니다. 옹달샘 멤버들의 말처럼 공중파의 잣대와는 다른 좀 더 느슨한 잣대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특정인을 비하하는 말은 법에 저촉 될 수 있습니다. 

이걸 대중을 웃기기 위해서 남을 비하하는 개그를 너무 쉽게 사용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개콘에서 여전히 뚱뚱한 여자나 남자와 못생긴 개그맨은 웃음꺼리가 되고 선남선녀와 비교가 되는 것이겠죠. 

다양한 소재로 웃길 수 있는 자유가 장점인 팟캐스트에서 자유롭게 특정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 장동민의 방종은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안이한 초기 대응이 큰 화를 불러 일으키다


이 옹꾸라 사태는 지난 2월 이전에 한 차례 일어났다가 수구러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떠오른 것은 무한도전 때문입니다. 식스맨 후보에 장동민이 올랐고 장동민이 유력한 식스맨 후보가 되어서 그런지 장동민의 과거 옹꾸라 발언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저도 이때 옹꾸라 사태를 제대로 알았습니다.

들어보니 도가 지나쳤네요. 유머의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변명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장동민이라는 개그맨의 평소의 세상을 보는 개념이 없음을 느낄 수 있는 발언입니다. 그러면 초기에 이런 여론 악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안이하게 대응합니다. 장동민은 KBS FM라디오에서 직접 사과를 하긴 했지만 MC자리를 내려놓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 유세윤은 무성의한 반성문을 팬카페에 올렸습니다. 이렇게 사태에 대한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그런식으로 대응하면 안됩니다. 선제적이고 과할 정도의 사과로 대응해야 불이 확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옹달샘 세 멤버는 초기에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확대 해석 한다는 듯 무성의하게 대응합니다. 

이런 디지털 시대에 잘 대응하는 연예인은 김구라입니다.김구라도 아주 비슷한 경험을 했었죠. 무명 시절의 먹고 살기 위해서 막말을 무기로 한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해서는 안되는 말까지 막 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방송이 매력이라고 하지만 정도가 심했죠. 

10년도 더 지난 방송이었지만 김구라는 모든 방송활동을 접습니다. 독할 정도로 확실하게 지난 과거에 대한 대가를 다시 치루었습니다. 그러나 옹달샘 멤버들은 달랐습니다. 먼저 문제가 된 팟캐스트를 삭제 했지만 더 심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습니다. 또한, 다시 재조명 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마지 못해 하는 모습으로 반성의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디지털은 참 묘합니다. 정보가 썩지 않기 때문에 그냥 흘러 지나가다가도 누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그걸 인터넷에 올려서 공유하면 들불처럼 확~~ 퍼집니다. 때문에 연예인들이나 공인들은 자신의 발언 하나 하나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는 저도 마찬가지이고 인터넷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발언을 할 때 자유로움 속에서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나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비판도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개인에 대한 비판도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논리에도 어긋나고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비판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옹달샘은 이런 디지털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옹달샘 멤버 3명이 대국민사과를 했는데 늦었지만 그나마 잘 한 행동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의 시선을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욕설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인을 향한 욕설, 특히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일반인에 대한 욕설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은 더 심한 패러디와 비꼼이 있다고 하지만 여긴 한국입니다. 한국은 여유로운 나라가 아닙니다. 그래서 유머 소재가 한정 되어있죠

그런 한국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디지털 문화를 영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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