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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와 공간에 따라 시간은 가변적이다. 신지선 개인전 '어떤 시간, 어떤 장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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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와 공간에 따라 시간은 가변적이다. 신지선 개인전 '어떤 시간, 어떤 장소'

썬도그 2015. 4. 26. 14:32

장소는 공간을 바탕으로 합니다. 물리적 공간 위에 여러가지 부속물을 이용해서 공간을 채우면 사건이 일어나고 일상이 피어나는 장소가 됩니다. 그 장소는 사람이 많이 몰리면 핫플레이스가 되고 사람이 몰리지 않으면 도시 뒷골목이 됩니다. 

우리는 내가 사는 공간이 핫플레이스가 되길 원합니다. 
왜냐고요? 집값 땅값 오르잖아요. 그렇게 핫플레이스를 원하지만 정작 핫플레이스가 되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먼저 핫플레이스가 되면 그 핫플레이스를 만든 가난한 예술가들과 공방들이 높은 건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임대료가 싼 인근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라는 자본주의의 총아가 파고듭니다. 그렇게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과 차별성과 매력이 다 사라지고 흔한 이미지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은 또 하나의 쇼핑공간 또는 흔한 먹자골목이 되고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합니다. 자본에 덜 영향을 받아서 다양성을 추구해서 공간을 독특한 것들로 채워놓아 인기 장소가 되면 그 공간에 자본이 파고 들어서 고급진 음식과 제품을 파는 공간으로 변질됩니다. 대표적인 곳이 가로수길이고 삼청동이고 미래의 서촌입니다.  '빈민가의 고급 주택지화'라고 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천예술공장에서 4월 15일부터 28일(화요일)까지 전시하는 신지선 개인전 '어떤 시간, 어떤 장소'는 장소와 공간 그리고 시간을 주제로 한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신지선 작가는 텅빈 공장 지대나 서울 여러 곳을 다니면서 그 장소과 공간의 의미를 작품으로 새겨 넣었습니다. 




<철의 남자>

위 검은 눈사람 같이 생긴 것은 문래동 철공소 지역에 자석을 굴려서 철공소에서 떨어져 나온 쇠가루들을 자석에 붙여서 만든 철사람입니다. 이는 문래동 철공소라는 공간을 대변하는 철 부스러기를 통해서 철공소의 삶의 부스러기를 재현하는 듯합니다. 

 

이 영등포 문래동에 있는 철공소 단지는 일제 강점기때 전략적으로 공업지대로 만들었습니다. 한강 이남에 있으면서 경인선과 경부선이 지나는 곳이라서 지리적 위치도 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 개발 시대를 지나고 공장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철공소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 시대 부모님에 대한 오마쥬라고 하는데 산업화 시대의 아이콘이 문래동 철공소이기도 하죠. 최근에 개봉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탈선한 열차가 정차한 곳으로 나오던데 영화 장면은 그냥 그랬습니다. 


<지역적 상징의 해석에 대한 자연 관찰>

이 작품은 좀 독특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화조도라고 해서 새와 꽃을 그린 그림을 자주 그렸습니다. 흔한 그림 소재였죠. 새가 꽃을  가까이 할 일은 없습니다. 새가 벌도 아니고 꿀을 따 먹지 않죠. 그래도 둘 다 고매한 성품을 상징해서 그런지 고결한 그림의 소재로 많이 애용합니다. 

신지선 작가는 이 꽃, 나무, 새라는 조선시대 문인화의 소재를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서 다시 재현했습니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각 그림은 서울시의 각 구를 상징합니다. 금천구, 서초구, 강남구, 광진구, 은평구, 강서구 등등 각 지역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각 구청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새와 꽃과 나무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게 분명 의미가 있던 시절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이 모두 개발 되면서 도시화 되어서 자연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그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나 꽃 새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을 상징하는 것들을 지자체들이 있으면 인계하고 없으면 만들어 넣습니다. 

지자체가 만든 풍습이죠. 이걸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꼭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는 이런 생각에서 만든 작품일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신지선 작가는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요즘 예술가는 한 가지만 하는 시대는 아닌 듯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고 사진작품도 하고 설치 작품도 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표현합니다. 

이 작품은 펼쳐진 공동체 -(어린 물, 오래된 바람)입니다.


이 작품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표하는 공간인 북촌, 서촌, 이태원, 우사단길, 연남동 등의 특정 지역의 변화를 다음 로드뷰를 통해서 변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저도 이 생각을 했었어요. 현재의 다음 로드뷰나 네이버 거리뷰라는 360도 파노마라 사진 지도 서비스가 켜켜이 쌓이면 하나의 DB가 되고 이게 하나의 도시 아카이브가 될 것이라고요. 

아주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은 그 변화를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음 로드뷰는 아주 훌륭한 도시기록물이자 전국 기록매체입니다. 이 로드뷰를 통해서 삼청동의 변화 과정도 느껴볼 수 있겠네요. 




<오래된 바람>

오래된 바람이라는 작품은 선풍기를 이용해서 붉은 천을 휘날리게 하는데 이 붉은 천은 재개발 지역에 걸린 붉은 깃발을 형상화 한 작품입니다. 


<나무 제례>.

나무 제례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그러나 나이가 많은 범상치 않은 도시 속에서 힘겹게 사는 나무들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 비디오 작품입니다. 금천구만 해도 시흥동 은행나무가 아주 유명합니다. 이런 나무들은 도시화 이전에는 그 마을의 당산나무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었을 것입니다. 시골에 가면 여전히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만 도시에서는 당산나무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산나무에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작가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장나무>

공장나무는 금천예술공장 주변에 있는 공장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촬영했습니다. 이름 없는 나무들, 공장이라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나무들을 촬영했네요.

전체적으로 이 신지선 작가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꽤 많은 가 봅니다. 아니 공간에서 자라는 두 가지 생명체인 공장과 나무를 같은 눈 높이로 보는 듯하네요. 또한, 재개발과 도시 변화에 대한 관심도 많은 가 봅니다. 

장소와 공간은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하거나 빠르게 흐르게 합니다. 재개발을 앞둔 지역은 시간이 정지 된 듯 하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시간을 앞서 가는 듯 합니다. 반보 앞서가는 것이 트랜드세터라고 하죠. 그런면에서 우리가 사는 서울도 어느 지역은 1년을 앞서 가는 곳이 있는 가 하면 어느 지역은 10년 전의 이미지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도시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미지를 만납니다. 

그러나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고 있고 우리가 사는 곳은 현재입니다. 하지만 공간과 장소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그런 시선을 살짝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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