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진영상기자재전을 갑니다. 최근에는 포토이미징쇼로 이름을 살짝 바꿨고 지금은 그걸 줄여서 P&I라고 부릅니다.
매년 벚꽃이 진 봄에 코엑스에서 시작하는 P&I는 사진 애호가와 생활 사진가들과 카메라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행사입니다. 온 국민이 생활 사진가이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주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대거 참석하지 않은 맥빠진 2015 P&I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 2008~2012년 사이였습니다. DSLR 가격이 떨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DSLR에 입문하기 시작했고 2008년에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마이크로포서드 CMOS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미러리스 제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후 카메라 시장은 혁신적인 기술적 진화가 시작됩니다. DSLR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졌으며 미러리스와 DSLR의 중간형태인 DSLT라는 신기술을 소니가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서서히 카메라 진화 속도도 떨어지게 되고 기술이 상향평준화 되었습니다. A라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기술이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경쟁회사 제품에 떡하고 탑재되어서 나옵니다. 여기에 눈에 확 뛰는 기술적 진화도 거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기술적인 진화의 정체 현상은 2013년부터 보이더니 이제는 카메라 신제품이 나와도 크게 관심도 가지지가 않습니다. 돌아보면 각 카메라 제조업체들마다 카메라 이름 다 알고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신제품이 나오건 말건 큰 관심도 없네요.
여기에 카메라 시장 자체도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나 축소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고속 성장으로 인해 컴팩트 카메라 시장은 거의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카메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다 보니 P&I에 참가하지 않는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올림푸스는 2년 전부터 아예 참가하지 않았고 파나소닉도 듬성 듬성 참가하더니 몇년 전부터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후지 일레트로닉스는 딱 한 번 참가하고 이후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큰 부스를 자랑했던 삼성전자도 올해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참가하지 않은 이유는 참가하나 안하나 매출에는 큰 영향도 없어서 참가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작년 같이 무미 건조하게 하느니 참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다고 참가한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에전보다 화려한 부스와 볼꺼리 체험거리를 제공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매년 비슷비슷한 모습입니다. 마지 못해 참가한 듯한 모습도 꽤 보입니다. 이렇게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유명 카메라 업체들은 전국은 아니지만 서울에 살면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꽤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굳이 P&I를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모델 촬영을 마음놓고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을 뿐입니다. 제품 설명도 직원을 만나면 많이 들을 수 있지만 알바생을 만나면 깊게 대화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A/S센터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제품을 봐도 별 느낌이 없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신제품 보고 이리저리 만져보곤 했는데 만져볼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카메라 신제품에 대한 감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카메라 신제품에 대한 열기는 높지 않네요.
그럼에도 눈여겨 볼 제품들도 가끔 만나게 된다
2015 P&I에서 가장 눈에 확 들어왔던 제품은 라이트로 일룸 카메라였습니다. 이 카메라는 찍고난 후에 초점을 맞추는 놀라운 기술을 가진 제품입니다. 우리는 보통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데 이 제품은 일단 찍고 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게 가능한 것은 다초점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 제품을 여기서 만나다니 너무 반갑더군요
P&I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는데 인기가 엄청나서 평일임에도 줄서서 만져야 했습니다. 이외에도 몇몇 신제품을 볼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신제품 보다는 시장 같다는 느낌도 컸습니다.
카메라보다는 카메라 관련 악세사리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늘었다
카메라 제조업체가 철수한 곳에는 카메라 관련 악세사리 업체들이 들어섰습니다. 이 업체들은 신제품을 소개함과 동시에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제품을 할인 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저도 카메라 렌즈와 가방을 사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소개한 제품들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네요, 다만 전시회라기 보다는 바겐세일 전시회 같다는 느낌은 좀 아쉽습니다. 삼각대, 카메라 가방, 등등을 좀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네요
다만, 드론 회사도 참가 했는데 좀 생뚱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 시장을 넘어서 액션캠이나 영상 카메라 쪽으로 기울기가 좀 더 기울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가끔 모델들에게 카메라를 향하면 멋진 포즈를 취해 주시는 모델 분들이 활력을 주긴 하네요. 그러나 대부분의 모델 앞에는 카메라 수십대가 달라 붙어 있어서 찍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P&I와 함께 하는 사진 전시회 및 사진페어에 웬 미술품들?
최근에 P&I를 가는 이유는 카메라 보는 재미 보다는 부속 전시회 때문에 가는 것도 있습니다. 해마다 P&I는 B홀 전체에 사진전을 펼쳐냅니다. 사진전과 함께 사진페어도 개최해서 사진을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해서 사진 구매자와의 연결을 합니다.
올해는 이탈리아 필름 & 아트 페스티벌을 했습니다. 이탈리아 영화 촬영 스틸 사진들을 전시하는데 한국에 수입되는 이탈리아 영화가 거의 없어서 좀 밍밍하네요 유일하게 알아보는 사진은 '로마 위드 러브'를 촬영한 '우디 앨런' 감독만 알아 보겠더군요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국내외의 관광사진 수상작들을 전시는 생활 사진가, 여행사진가들에게 큰 재미를 줬습니다. 관광공사는 매년 6월 관광사진 공모전을 하는데 올해는 저도 다시 참가해볼 생각입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고 사진 페어로 참가한 사진은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생태계를 잘 구현한 듯 해서 좋긴 하네요
유명 사진작가의 흑백 사진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사진 말고 그림 전시도 꽤 많았습니다. B홀 반 정도가 사진이 아닌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페어가 있더군요. 같은 시각 예술이긴 한데 따지면 두 매체는 다른 장르입니다. 따라서 사진 관련 전시회에 그림이 들어온 것이 생뚱 맞아 보이네요.
그러나 반대로 생뚱맞지만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도 있습니다. 저작권위원회에서 나와서 저작권 상담을 해줍니다. 약 30분 동안 블로그와 자적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장 유용했던 시간이네요.
약속이 있어서 오랜 시간 있지 못하고 그냥 나왔지만 다시 찾아가서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기술적인 질문을 무장하고 가야겠더군요. 뭘 알아야 질문을 하는데 잘 모르니 질문도 안 나오고 관심도 떨어지더라고요.
2015 P&I를 보니 카메라 시장이 카메라 보다는 카메라 주변기기와 악세사리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요즘 보면 화려한 카메라 가방이나 삼각대와 카메라 편의 기구들이 많이 보이던데 이쪽 시장이 부쩍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카메라 생태계가 무르익어 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큰 기술적 혁신이 없어서 정체된 느낌도 드네요. 또 한번 카메라 시장에 빅뱅이 도래해서 색다른 카메라들이 등장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글래스처럼 일상캠 같은 제품들이 늘어서 하루 종일 녹화하고 중요한 부분만 저장하는 인간이 쓰는 블랙박스 같은 카메라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2015 P&I는 4월 18일 일요일까지 코엑스에서 전시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