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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by 썬도그 201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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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졌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이 과도한 성장 뒤에 챙겨 봐야 할 것들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 괴물이 된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랬습니다.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매년 경제 성장률 8~9%였던 지난 70,80년대 우리는 지금의 중국, 인도처럼 경제가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미국에 저품질 저가 제품을 수출하던 나라였습니다. 

고속 성장을 하게 되면 급격하게 자라는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급하게 살이 쪄서 살이 트는 것처럼 육체와 정신의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몸은 급속하게 커졌지만 그 몸에 맞는 영혼의 성장은 급속하게 커지지 않아서 미숙하고 미흡하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들이 많았습니다. 그 미숙한 우리의 상태는 졸부로 정치와 경제가 끈끈한 뒷거래를 하는 정경유착과 뇌물로 점철 되었습니다. 

사회 지도층이 높은 도덕성을 보여야 하는데 전두환이나 노태우는 수천 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사치라면서 독재가 너희들에게 돈을 벌어다 줄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이 독재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비록 독재였지만 치안도 좋고 고속 성장을 했던 전두환 시절을 그리워하는 50,60대 분들도 꽤 많죠


뒷돈이 일상화 된 세상은 비리와 편법이 난무 했습니다. 비록 완전 고용에 가까운 거대한 경제 성장 때문에 먹고 사는데 큰 걱정이 없었던 시절이라서 경제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기는 힘든 세상이었습니다. 아이로니컬 하게도 먹고 사는데 큰 걱정이 없던 80년대라서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직장을 짤릴 수 있다고 해도 불의를 보면 항거하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짤리면 다른 회사 가면 되니까요. 
그러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대구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일어 났습니다. 여기저기서 붕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렸다는 것을요. 이후 우리는 전국의 다리의 안전점검을 의무화 했고 건물에 대한 등급을 매겨서 붕괴할 위험이 있는 건물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성숙해지는 듯 했습니다. 아니 성숙해져야만 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완장을 차려면 경제적 성장 뿐 아니라 그에 합당한 성숙한 선진 시민 의식과 정부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미흡하나마 성숙한 줄 알았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있기 전까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첫 방송 화면이 나왔을 때 배가 많이 기울어졌지만 파고가 높지 않아서 배에서 뛰어 내리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겠다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습니다. 해경은 접근하는 어선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구조를 방해 했습니다. 헬기에서 내려온 해경 특수 요원은 트럭 기사가 아이들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쳐다만 봤습니다. 

해경보다 어업 지도선이 생존자들을 구해내고 있었습니다. 관제탑은 새벽에 졸고 있었고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어디에서 뭘 했는지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고 사고후 7시간이 지나서 나타나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왜 발견하기 힘드냐"고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말을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후진국이구나. 우리는 여전히 사춘기 소년이구나. 몸안 큰 어린아이 같은 상태. 
80년대보다 정신적인 성숙도는 더 떨어졌습니다. 아니 우리 국민들의 수준은 아닙니다. 정부의 수준이 공무원들의 수준이 나라 시스템의 수준이 여전히 후진국이었습니다.  아니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기도 합니다. 그 나라의 대통령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자 그 나라의 국민들 수준이니까요


많은 시민들이 안산 합동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 추모가 지겹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먹고 사는데 도움이 안 된다면서 안산에 있는 추모 현수막을 찢어 버리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세월호 유족에게 욕하는 일베 사용자들이 등장 했습니다. 지겹지도 않냐는 말들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난 그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빨갱이 타령 지겹지도 않으세요? 60년 넘게 빨갱이 타령하는데 지치지도 지겨워 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세월호 사고에 지겹다고 하십니까? 인간이라면 같은 인간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짐승과 같은 마음을 가진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당신은 짐승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짐승들이 자신이 짐승임을 압니다. 

지난 1년 우리는 변한 게 없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고 있고 재발 방지와 제대로 된 원인 파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위자료부터 말하고 있습니다. 유족을 돈으로만 본 천박한 시선입니다. 이런 시선은 짐승, 아니 짐승도 이런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을 보상금이나 바라는 때쟁이로 보는 시선은 흉측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오늘 세월호 1주기에 대통령은 간단한 세월호 행사만 치루고 콜롬비아로 날아갔습니다. 
많은 여론과 언론이 세월호라는 참극에 대한 국민적인 애도를 무시하고 콜롬비아로 가야 하냐며 물으니 외국과의 약속이 중요하다면서 떠났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인 철저한 진상규명은 내팽겨치고 해외로 가버리는 박근혜


대통령, 팽목항에서 자원봉사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황우여 교육부장관, 세월호 인양을 꼭 해야하냐고 따지는 유기준 해수부장관. 마음으로 묻어야 한다면서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는 춘천시 국회의원 김진태

이런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 앞으로 어떤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어떤 국민의례에도 국기에 대한 맹세나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정부가 보여준 행동은 국가의 행동이 아닙니다. 

한국은 국가라는 틀만 있지 정부는 없는 나라입니다. 
제대로 된 정부 짐승이 아닌 인간이 이 나라를 다시 지배할 때 다시 태극기를 꺼내 들 것입니다. 저 하늘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부끄러운 하루입니다. 아직도 가장 상처 받고 있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예우도 없는 나라입니다. 



메트로라는 무가지의 1년이 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언론이 침몰하고 국가가 침몰한 이 엄혹한 세상.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참고 견디기에는 이 어둠이 제 마음까지 물들이고 있네요. 저 하늘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견뎌야겠지만 자신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 하늘에서 지켜 볼 그들을 위해서라도 쓴소리 더 진하게 하는 하루 하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하늘에서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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