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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홍상수 감독 영화 중 가장 웃기는 영화 하하하

by 썬도그 201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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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는 1번 보기가 힘들지 1번 보면 다른 영화까지 찾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게 1996년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그의 영화를 꾸준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감독 참 엄청나게 영화를 만듭니다. 1년에 1편 또는 2편 씩 만듭니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저예산 방식으로 영화를 찍기 때문입니다. 먼저 배우들의 출연료를 주지 않고 최소한의 스텝만 대동해서 즉석에서 대본을 써서 아주 짧은 시간에 영화 1편을 만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 퀄리티가 아주 탄탄합니다. 다만, 매번 비슷한 주제와 소재가 등장하는 것은 지루하고 식상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반복 속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 약간의 차이를 마시기 위해서 오늘도 홍상수 영화를 찾습니다. 

홍상수 영화를 다시 찾게 된 것은 영화 옥희의 영화 때문입니다. 2010년 제작 된 '옥희의 영화' 속에서 지식인이라는 식자들의 꼰대질과 추잡한 행동들을 보고 깔깔거리면서 봤습니다. 지식인들의 추잡함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식자층을 비판한 영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홍상수는 꾸준하게 지식층을 깝니다. 그게 재미 있습니다. 인문병신체를 사용하는 인간들의 속물 근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옥희의 영화를 시작해서 북촌방향,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까지 봤습니다. 워낙 많은 작품을 빠르게 만들기 때문에 잠시 한 눈을 팔면 못 본 영화들이 발생합니다. 영화 하하하는 언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못본 홍상수 영화입니다. 2010년 상영 되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네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본 영화도 이미 본 영화 같은 단점이 있습니다. 내용 전개나 등장 인물들이 참 비슷하거든요. 또한, 주제도 비슷비슷합니다. 속물 근성에 찌든 먹물들이 나오고 바람 피는 교수나 식자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어이로니컬한 행동 그리고 여자 꼬시려고 하는 수컷들의 혀놀림이 있죠.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이 나열됩니다. 그러나 이걸 포장하는 포장지는 매번 다릅니다. 영화 하하하의 포장지도 색다른 형식이네요. 영화가 시작되면 흑백 사진으로 처리 된 두 주인공의 대사가 나옵니다. 조문경(김상경 분)과 방중식(유준상 분)은 산 입구에서 막걸리를 마십니다. 감독 지망생인 조문경이 해외로 가기 전에 아는 선배인 방중식과 술을 마십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도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을 안주 삼으면서 이야기를 펼칩니다. 그 장소란 바로 통영입니다. 



그렇게 조문경과 방중식은 술자리에서 자기가 통영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냅니다. 선배 방중식은 통영에 사는 시인인 후배 강정호(김강우 분)와 함께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정호를 흠모하는 외국인 기업에 다니는 노정화(김규리 분)와 함께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안면을 트게 됩니다. 


방중식이 통영에 온 이유는 쉬기 위함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바람 피기 위함입니다. 안연주(예지원 분)과 방중식은 불륜 관계입니다. 방중식은 유부남에 자식까지 있지만 안연주와 바람을 피죠. 흥미롭게도 이 불륜 관계는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도 등장합니다. 



여기에 강정호라는 인물도 양다리를 걸치는 추악한 모습으로 담깁니다. 왕성옥(문소리 분)이라는 이혼녀와 살면서 동시에 노정화와도 관계를 갖습니다. 이는 노정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온갖 바람 피는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너도 피고 나도 피니 모두가 동등한 찌질한 관계로 엮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욕나오게 하는 인간은 시인 강정호입니다. 시를 쓰면서 실존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꼬라지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먹던 맥주를 뿝었습니다. 가장 웃겼던 장면이 노정화와 안연주 그리고 방중식과 강정호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부둣가 거지를 보면서 화를 내는 장면입니다. 


강정호 : 저기 봐봐 저기 거지 보이지? 니 눈에는 저기 거지가 거지로 보이지? 저게 거지야? 저 더러운 옷 벗기고 몸에 때 벗기고 맛간 표정 지우면 뭐가 보이니? 그래도 거지야? 관두자. 너한텐 힘들겠다

노정화 : 하나도 안 힘들어 . 저 사람도 사람인 걸 왜 몰라?"

강정호 : 그런 싸구려 인간애 같은 걸로 우린 똑같아요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잖아. 정말 저 사람이 보이냐고
            니가 아무것도 모르는 저 신비한 존재를 거지라고 치워버리잖아. 넌 남이 심어준대로 평생을 그렇게 사는거야. 
           그런데 니가 솔직함을 이야기 해?

이 장면이 나온 이유는 노정화가 자신과의 관계를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정호에게 닥달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불륜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인데 이걸 강정호는 저렇게 받아치네요. 꼰대들의 특징 그것도 배운 것이 많은 식자들이 하는 꼰대질이 바로 저런 것입니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그것도 외국어를 적극 넣어서 결론은 간단한데 뱅뱅 돌려 말하는 인간들의 추례함을 강정호는 온 몸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 보면서 낄낄거렸습니다. 실체, 실존을 외치는 인간이 바람이라는 실존적인 행동을 하다니 다른 사람에게 주는 상처는 안중에도 없는 행동을 하면서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행동들이 가식 그 자체입니다. 



그래 건배하자 짠~~~ 이번에는 조문경이 자신의 통영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복어국을 먹고 통영의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거기서 문화 해설사로 근무하는 왕성옥(문소리 분)을 알게 됩니다. 노정화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서빙을 보는 양녀이기도 하고요. 노정화 왕성옥과 조문경은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이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선배인 방중식의 애인 안연주와 방중식의 후배 강정호만 모를 뿐 방중식과 안면이 있는 문화 해설사 왕성옥과 노정화를 알게 됩니다. 그러나 두 주인공인 조문경과 방중식은 자신들이 아는 사람이 동일한 인물인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이야기를 할 때 본명을 말하면서 말하지 않고 후배의 애인, 후배 친구 등등으로 호칭하기 때문에 동일 인물이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그러나 관객은 이걸 압니다. 비슷한 시기에 두 주인공은 같은 공간인 통영에 있었고 동일한 사람들을 만난 것을 알지만 두 사람만 모릅니다. 이는 영화에서 자주 하는 대사인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과 연결이 됩니다.  

김상경이 연기하는 조문경은 최강의 찌질이입니다. 먼저 외모 자체가 늘어난 면T를 입고 있고 몸도 후덕한 게 영락없는 일반인 같이 보입니다. 나이는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어머니에게 손을 벌립니다. 영화 감독이라고 하지만 찍은 영화도 없고 교수 채용 소식도 없어서 캐나다로 떠나려고 합니다. 이런 조문경에게 어머니는 큰 돈을 줍니다. 그러나 심성은 곱고 우둔합니다.  애인이 있는 줄 알면서도 문화해설사 왕성옥에게 접근을 해서 추파를 던집니다. 어머니가 노출 심한 옷을 입고 술을 따르는 것을 지적하다가 오히려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는 장면은 최강이네요



첫 만남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왕성옥이 관람객들에게 "아는 만큼 보입니다"라고 말하자 옆에서 제 생각엔 몰라야 더 보이는데요라는 디스를 합니다. 그런데 끈질긴 구애 끝에 왕성옥은 이 남자를 점점 좋아하게 됩니다. 가장 웃겼던 장면은 왕성옥이 말티즈를 키울 것 같고 꽃을 좋아할 것 같다고 하자 왕성옥은 어떻게 그걸 아냐며 이 남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엽니다.

그런데 이 조문경이 이걸 알게 된 이유는 왕성옥 몰래 왕성옥 집에 들어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티즈를 키우고 꽃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안 것인데 조문경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이 여자를 혹하게 하기 위해서 능청스럽게 말합니다. 그러나 확신을 하지 못하는 왕성옥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라고 말하자 "보는 만큼은 확실히 알죠"라는 자기가 처음 만남에서 한 말을 뒤집습니다.  그리고 흔한 그러나 너무나 남발하고 쉽게 사용하는 여관행 티켓을 위한 몸부림인 

"당신 참 예뻐요"라는 말을 콤보로 날립니다. 홍상수 감독은 남자들이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다큐식으로 잘 찍습니다. 오글거리는 멘트를 치지 않고 남자들이 흔하게 하는 여자를 꼬시기 위한 말 잔치가 펼쳐집니다. 조문경은 왕성옥을 좋아하는 이유가 얼굴은 별로지만 몸매가 예쁘다는 말을 합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정확한 이유죠. 남자들이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아주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런 이유는 절대로 여자 앞에서 안 합니다. 그러나 선배인 남자 앞에서는 쉽게 말합니다. 이것도 대표적인 남자들의 기만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홍상수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영화가 하하하입니다. 기존에 자주 사용하는 먹물들의 속물 코미디가 집대성한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영화 내내 웃음을 자아냅니다. 실존 운운하는 존재들의 가벼움이라고 할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웃겼던 장면은 조문경이 꿈을 꿨는데 그 꿈에서 이순신 장군이 나옵니다. 김영호가 연기하는 이순신 장군에게 조문경은 

"맨날 거짓말하고 난 너무 어리석고 힘이 없습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견뎌라" 라고 합니다.
이 장면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희망 장사치들이 흔하게 쓰는 수사법이기도 하죠. 여기에 뜬구름 잡기 식의 이야기도 하죠. 나뭇잎을 들어보이며 이순신 장군은 이게 뭐니?라고 하자 조문경은 나뭇잎입니다라고 합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아니다라며 다시 재차 묻습니다. 이게 뭐니? 그러자 조문경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기는 하는데 뭔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좀 다르게 느끼고 그냥 감사하면 끝이야"라는 감독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홍상수 감독 전체에 흐르는 감상법이 이게 아닐까 합니다. 조문경은 꿈에서 계속 이순신 장군에게 질문을 하지만 교묘한 수사법으로 이순신 장군은 헛소리 같지만 설득력 있어 보이는 말을 합니다.  나뭇잎에서 뭐가 보이냐고 이순신 장군에게 묻자 "난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본다"는 딴 소리를 합니다. 

이 장면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전 이 장면에서 흔한 강연 꾼들이 하는 뜬구름 잡기 강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느꼈습니다.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두루뭉수리하게 해결하는 강연자들. 우리는 그런 강연에 쉽게 혹하는 것은 아닐까요? 20,30대가 그런 강연에 빠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명 자신이 모르는 혜안을 귀동냥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40대 이상이 되어서도 그런 강연을 듣고 다니는 것은 자신의 줏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20대라고 해도 그런 강연을 듣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 30대 40대 선배님 중에 좋은 사람을 한 명 이상 만들어 놓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배우가 있습니다. 모든 배우가 역할 수행을 잘 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문소리의 본 매력이 촬촬 흘러 넘칩니다. 문소리 본인을 연기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찰진 연기가 빛을 발하네요. 

문소리는 참 매력이 많은 배우입니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이 자주 애용하는 배우 중 한 명인가 보네요. 영화 하하하는 홍상수 영화 중에 가장 유쾌한 영화이자 홍상수 영화의 주제와 소재가 집대성 한듯한 모습입니다. 특히 두 남자가 같은 공간의 같은 인물을 서로 모르고 말하는 모습은 라쇼몽의 느낌도 듭니다. 특히 영화 감독 조문경의 연적인 강정호는 선배 방중식의 친한 후배입니다. 이 둘은 길거리에서 싸움도 하는데 두 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독특한 형식, 그러나 반복적인 소재와 주제 그럼에도 특유의 날선 비판의식과 홍상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갑작스런 주밍 등의 촬영 기법 통영의 풍광을 느낄 수 있는 유쾌한 영화 하하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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