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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억지스러운 신파를 황정민의 뛰어난 연기로 살린 남자가 사랑할 때

by 썬도그 201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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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면 앱니다'라는 80년대 개그맨인 황기순의 유행어를 지나 90년대 유행어인 '안 봐도 비디오'라는 유행어를 마구 해주고 싶은 영화들이 난무한 요즘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척 보면 알 수 있고, 다 보지 않아도 빤한 영화'를 1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돈 낭비 시간 낭비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 갈지를 예측하고 그 그 예측이 맞을 때 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상과 다르게 흐르면 일단 후한 점수를 줍니다. 저를 속였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로 흘러간다고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측 가능하건 안 하건 그게 어느 정도 영화 평가에 대한 영향을 주지만 진부한 이야기 빤한 이야기라도 어떻게 담고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다양한 시선을 담거나 성기지 않고 탄탄하게 담는 뻔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대박을 냅니다. 어쩌면 일부러 뻔하지만 뻔하다는 느낌을 느끼지 않게 하는 영화가 가장 대중적인 영화가 아닐까요?

영화 '빅 히어로'는 전형적으로 빤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채집해서 비벼 놓은 클리세 범벅입니다.그러나 어느 누구 그 클리세 덩어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애플처럼  기존에 있던 것을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21세기 요즘의 창조가 아니띾 합니다.


뻔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스토리가 아쉬웠던 '남자가 사랑할 때'

2014년 1월 개봉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한혜진 팬이지만 딱히 끌리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예고편을 봐도 영화를 다 본 듯한 느낌이 팍 왔거든요.

조폭 같은 사채 수급업자가 어여쁜 처자를 만나서 사랑을 느끼고 개과천선 하려다 악재를 만나는 스토리는 이미 1세기 전부터 마르고 닳도록 한 이야기입니다. 왜? 대부분의 악인들은 자신의 악행을 깨닫고 착하게 살겠다고 할 때 죽음을 당할까요? 왜? 착하게 살다가 악행을 행하자마자 죽지 않을까요? 그런면에서 이 '남자가 사랑할 때'는 진부한 설정입니다.


한태일(황정민 분)은 사채업 행동대장입니다. 고금리 사채업을 하는 조폭 비스무리한 직업을 가졌습니다. 태일은 수금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부하들이 하지 못한 수금을 하러 병원에 갑니다. 

주호정(한혜진 분)이라는 아가씨가 간호하는 아버지가 사채를 남기고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 측은하지만 신체포기각서를 받아서 돈을 받을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한태일에게 이상한 감정이 생깁니다. 신체포기각서를 받았지만 주호정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 앞에 아른거리고 자꾸 생각 나면 사랑이냐?"
40대 초반의 이 남자는 사랑을 몸으로만 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잘 모릅니다. 눈 앞에 아른거리고 자꾸 생각나는 호정이에 반해서 한호정을 특별 관리 합니다



특별 관리란 한호정이 지고 있는 빚을 한태일과 데이트를 하면  1시간에 10만원 이상 씩 감면해주는 관리입니다. 이에 주호정은 처음엔 거부하지만 한태일이 진정성 있게 자신을 위해주는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줍니다. 그러다 호정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찾는 사람 없는 장례식장에 상주 역할까지 하면서 태일이 장례식을 도와줍니다. 



이렇게 한태일의 진정성에 호정은 한태일과 연인이 됩니다.그렇게 둘은 연인이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튀는 레코드판처럼 2년 후 감옥에 있는 태일을 보여줍니다. 

태일은 감옥에서 출소해서 호정을 찾아가지만 호정은 쌀쌀한 표정으로 태일을 거부합니다. 2년 사이에 뭔 일이 있엇던 것일까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추리 기법을 사용하면서 관객들에게 지난 2년의 행적을 추측하라고 손짓을 합니다. 



태일이 감옥에 가게 된 이유가 펼쳐지면서 왜 태일이 호정을 떠나게 되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후반에 펼쳐지고 그 떠난 이유와 재회의 감동이 영화 후반에 펼쳐집니다. 여기까지 보면 그게 감동스러운 이야기 구조는 아닙니다. 빤하디 빤한 이야기죠. 그런데 영화는 출소 후에 호정과 태일의 재회를 지나서도 한참을 더 나아갑니다. 이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신선한 맛 보다는 그렇게까지 더 풀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스토리 자체는 다양한 시도나 좀 더 긴 이야기를 담은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예측 가능한 스토리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업습니다. 특히, 조폭이 사랑을 느끼고 마지막 한탕만 하고 착하게(?) 살겠다는 설정은 진부합니다.

그런데 이 진부함에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애와 조카와의 쫀쫀한 관계 설정을 통한 가족애은 그런데로 볼만합니다. 여기에 연인을 떠난 말 못할 이유가 후반에 펼쳐지면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그럼에도 스토리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는 꽤 많습니다. 먼저 친구인 사장이 등쳐먹는 사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끌어내지를 못합니다. 친구이자 사채업 사장이 왜 태일의 돈을 가져갔는지에 대한 어설픈 변명은 참으로 눈쌀을 찌푸리네요. 여기에 태일이라는 주인공을 오롯하게 이해하기가 조금은 힙듭니다.

솔직히 조폭이나 사채업을 하는 어깨들도 다 엄마 아빠가 있고 삼촌이라고 부르는 조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실적인 조폭이나 폭력배에 대한 묘사는 신선하지만 태일이라는 인물이 본성은 착한데 어쩔 수 없이 불법 추심 행동을 하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은 100% 이해하긴 힘드네요

영화 전체적으로 태일은 필요 이상으로 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모습에 그렇게 착한 사람이 왜 저런 험한 일을 할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게 되네요.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혹평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황정민 때문입니다



황정민의 연기가 대단했던 영화

황정민 때문입니다. 지루하고 빤한 스토리 안에서도 다양한 테크닉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흐트러지지 않게 한 힘은 연출도 있지만 황정민의 연기가 컸습니다. 황정민은 착한 이미지와 악한 이미지를 한 얼굴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순박한 농총 총각의 이미지에서도 신세계나 달콤한 인생에서는 조폭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죠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두 모습을 다 보여주지만 주로 순박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죠. 이 영하는 황정민이라는 엔진으로 돌아가는 영화입니다.

제 눈시울이 울렁거렸던 장면은 치메끼가 있는 아버지 옆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의 아버지가 되어 달라는 장면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황정민이 80%를 차지하는 영화입니다.  한혜진이 섭섭해 할 수 있지만 황정민의 맨 파워가 워낙 큰 영화네요. 한혜진의 연기도 튀지 않고 무난해서 좋았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송강호를 잇는 천만 배우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국 영화의 양대 산맥이 송강호와 황정민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신파가 가득하고 전체적으로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은유도 비유도 거의 없는 전형적인 상업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액션도 멜로도 크게 진하고 많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힘이 아주 보기 좋네요. 그냥 저냥 볼 만은 한 영화입니다. 

조폭의 순수한 사랑이 도드라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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