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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배병우와 마이클 케나의 합동 전시회 '흔해빠진 풍경사진'의 두 거장전

by 썬도그 201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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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땅콩회항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2014년에 또 다른 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공근혜 갤러리와 대한항공 사이에 벌어진 사진 저작권 문제입니다. 



공근혜 갤러리는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삼척 솔섬의 이미지와 비슷한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다면서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여론은 무슨 풍경 사진에 저작권이 있냐면서 공근혜 갤러리에 대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 저작권 논란에 대해서 ,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 저작권 논란의 핵심은 우회 도용 라는 글을 통해서 전 이 문제와 제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대한항공이 법적으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공근혜 갤러리를 지지했지만 제 생각은 주류가 되지 못하고 대부분의 분들은 풍경에 무슨 저작권이 있냐고 생각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그 말이 맞게 들리긴 합니다. 같은 사진도 아니고 단지 같은 장소를 촬영 했다고 저작권 운운하는 것은 무리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솔섬 사진을 이용하기 위해서 공근혜 갤러리 측과 연락을 했다는 점의 맥락을 따라가면 대한항공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섬' 사진 저작권 공방 항소심서 대한항공 승소

재판부는 "자연 풍경물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물은 같거나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창작의 범위가 제한돼 있다"고 밝혔다.이어 "촬영대상이 자연물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피사체의 선정은 창작성이 없고, 구도의 설정과 카메라 각도의 설정은 창작성이 없거나 미약하다"며 '솔섬' 사진을 처음 발표한 케나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창작적 표현 요소의 근거가 되는 빛의 방향이나 양 조절, 촬영 방법 등을 봤을 때 두 사진이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첫인상을 봤을 때 비슷하다"는 케나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 쪽 저작물은 수묵화 풍의 정적인 인상을 주는 반면, 피고 쪽은 일출시의 역동적인 인상을 줘 느낌이 명백히 다르다"며 "전체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1204114411669

여기에 우회도용이라는 주장도 증거 부족이라면서 공근혜 갤러리에 패소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열이 받은 공근혜 갤러리는 분노심이 담긴 사진전을 현재 전시하고 있습니다.




"흔해빠진 풍경 사진"의 두 거장 전

2015년 2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청와대 옆 공근혜 갤러리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풍경 사진작가인 '배병우'와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 사진작가인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지만 공근혜 갤러리의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대한항공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후 풍경 사진은 저작권이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졸지에 풍경 사진은 공공재가 된 느낌입니다. 저도 그 판결 이후에 유명 풍경사진가나 유명한 풍경사진의 뷰 포인트와 앵글, 조리개, 셔터스피드, 계절 등을 동일하게 따라해서 촬영을 한 후 그 사진을 스톡사진 시장에 올려볼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그게 정말 가능한지도 궁금하고 풍경 사진은 그냥 배껴서 찍어도 된다는 법원 판결을 조롱하고 싶기도 합니다. 
지난 주에 공근혜 갤러리를 찾았습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진 전문 갤러리 공근혜 갤러리. 청와대 바로 옆에 있었네요. 삼청동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항상 지나치기만 했네요. 



여기가 공근혜갤러리입니다.  갤러리는 1층과 2층이 연결된 곳에서 전시를 합니다. 



두 나라를 대표하는 풍경 사진가의 만남은 공근혜 관장의 주선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마이클 케나'는 공근혜 갤러리의 전속 사진가라고 할 정도로 공근혜 갤러리에서만 전시를 합니다. 배병우 작가는 워낙 유명한 사진작가고 10년 이상 전부터 쭉 봐왔던 사진작가라서 과천 현대미술관이나 수 많은 곳에서 자주 봤던 작가입니다.



안에 들어가니 다른 갤러리와 다르게 둥근 형태의 갤러리가 인상 깊습니다. 1층과 지하층을 마치 연극무대처럼 꾸며 놓았네요. 위 사진에는 마이클 케나, 배병우 사진작가가 모두 있습니다. 붉은 목도리를 한 분이 배병우 사진작가입니다.

배병우 사진작가는 경주 남산의 소나무 사진 3점을 전시하고 있고 '마이클 케나'는 20여 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회에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마이클 케나'의 사진이 너무 작았습니다. 보통 풍경 사진은 크게 보는 것이 흔한 풍경인데 놀랍게도 A4용지 만한 작은 크기에 왜?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작아서 모니터에서 보는 크기가 실제 크기일 정도로 작고 작습니다. 

보통, 같은 사진도 크게 인화하면 가격도 올라가고 가치도 올라가는 요즘인데 왜 작게 찍을까요? 검색을 해보니 풍경에서 친밀감을 느끼려면 크기가 작아야 한다고 하는 소신이 있었네요.  큰 사이즈의 풍경 사진은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있지만 친밀감은 떨어진다면서 먼거리에서 보는 것이 아닌 가까이서 보게 하는 크기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도 '마이클 케나'사진은 가까이서 보게 끔 되어 있습니다. 멀리 떨어지면 잘 안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배병우 사진작가의 사진은 거대합니다. 보통의 풍경 사진 보다 더 큽니다. 두 거장의 스타일이 다르네요. 공통점은 두 분 작품 모두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자 콜렉터인 '엘튼 존'이 소장하는 사진이라는 점입니다. 

배병우 작가의 사진은 3점인데 2점은 유리 액자를 껴서 보기 참 불편하더군요. 대형 TV를 보다가 어두운 화면이 나오면 쇼파에서 누워서 보는 내 모습이 비추면 살짝 거북함이 들게 되고 TV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유리액자를 껴서 보는 데는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반면 한 작품은 무광 인화용지에 유리 액자가 없어서 수묵화 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시회는 그냥 그랬습니다. 두 분 작품 모두 이미 인터넷으로 통해서 다 봤던 내용이라서 새로울 것은 없었습니다. 급하게 기획한 기획전 느낌도 강하고요. 

아무래도 이번 전시는 외부에 깊은 빡침을 표현하고 싶은 갤러리 관장님의 욕망이 드러난 전시회가 아닐까 합니다.
그 깊은 빡침은 풍경 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죠. 전 공근혜와 대한항공 공방전 때 수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가와 사진작가들이 왜 침묵을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먹거리에 대한 일이고 집단 행동을 해서 법원에 압박을 해야 하는데 다 침묵을 합니다. 오히려, 대한항공에 손을 들어주는 사진작가도 있었으니 말 다했죠. 

배병우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침묵했습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생활 사진가들은 무슨 풍경 사진에 저작권이 있냐면서 '마이클 케나' 이전에 그 포인트에서 촬영한 사진을 발굴해서 알리는 등 각고의 노력들을 합니다. 저도 그건 인정합니다. 마이클 케나가 그 뷰포인트를 찾은 것이 최초는 아닙니다. 하지만 속섬이던 곳을  마이클 케나의 Pine Trees라는 작품명으로 인해 솔섬으로 변한 그 지명에 대한 애칭이 바뀐 것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 저는 대한항공이 솔솔솔~~ 거리면서 광고에서 솔섬 이라는 단어를 적극 활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어떤 사진작가도 '마이클 케나'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한국 사진작가들은 저런 판결을 받아도 싸다~~라고 느낍니다. 이는 배병우 사진작가에게도 향한 쓴소리입니다. 정작 목소리를 내줄 때 침묵하고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뒤늦게 속내를 나타낸 것은 무척 아쉽네요. 

배병우 작가에게 또 하나의 쓴소리를 하자면 경수 남산 소나무라는 소재에 갇혀서 사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경주 소나무말고 알함브라 궁전이나 종묘 등 다양한 풍경 사진을 찍고 있지만 소나무만 잘 팔리니 또 소나무를 찍고 다닌다는 말은 팔리는 사진만 찍겠다는 소리 같은데 그걸 비판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사진의 틀을 깨는 또 한 번의 진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소재의 틀에 갖히는 것은 장점도 있긴 합니다만 전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제 이상향이고 배병우 같은 유명 사진작가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팔리는 작품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한계가 있긴 합니다.  소나무 사진 팔아서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배병우 작가의 다른 사진은 다음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겠죠.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사진작가가 가져야 할 덕목이니까요. 


'흔해빠진 풍경 사진'. 정말 풍경 사진들이 넘쳐납니다. 그 이유는 쉽기 때문입니다. 인물 사진은 초상권 문제도 있고 피사체가 움직이고 콘트럴 하기 힘들다 보니 촬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풍경 사진은 카메라만 들면 되기에 가장 쉽게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풍경 사진에서도 마스터라고 하는 대가들의 사진은 생활 사진가의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느낌과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걸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흔해빠진 풍경 사진'입니다.  그러나 그걸 모두가 느끼긴 힘들 것입니다. 솔직히 전 배병우 사진가가나 마이클 케나 사진에서 큰 느낌을 받지는 못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진 스타일이 아닌 게 가장 크겠죠. 요즘은 점점 유명 사진작가 보다 사연 많은 일반인들의 사진들이 더 좋아 지네요. 이런 취향의 변화도 큰 몫을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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