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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현재의 20대들에게 희망 타령을 하기 보다 점점 더 살기 힘들고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20대들에게 정형화 된 성공 말고 자기 내면을 키워서 각자의 세상에서 성공을 하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참 공감이 가더군요. 현재의 20대들은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에 입사하는 성공은 극히 일부만 누릴 수 있고 대부분은 취직이 되지 않아서 알바를 전전할지도 모릅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자신의 대학시절과 현재가 얼마나 다른지도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대학을 다니던 80년대에는 매일 같이 시위를 해도 졸업만 하면 대기업 하다 못해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갈 수 있었던 고도성장기에 있었기에 대학생들이 시위도 하면서 동시에 캠퍼스 낭만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해주더군요. 또한 당시는 대학 진학률이 30% 밖에 되지 않아서 대학생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하죠. 지금같이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어서 대학생이 특권층이 아닌 그냥 고등학교 4학년 같이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캠퍼스 낭만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캠퍼스 낭만은 없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졸업 전까지 스펙 전쟁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 70,80년대 청춘들이 행복했던 것 만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공안 정권에게 화염병을 던지면서 민주주의 투쟁 등을 하면서 자기가 아닌 세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살았습니다. 80년대 대학생이던 청춘들인 386세대가 현재의 20대들이 너무 자기만 생각한다고 질타하는데 이는 꼰대 같은 지적입니다. 

현재의 20대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자기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꼰대죠. 뭐 반성하자면 저도 몇년 전에는 맥아리 없는 20대들을 손가락질 했지만 지금은 정치 참여를 너무 하지 않는 것만 지적하지 그들의 삶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청춘의 고통은 항상 형태만 달랐지 그 고통의 깊이는 비슷하고 비슷할 것입니다. 


7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멜로물 '병태와 영자'

서두가 길었네요. 요즘 10,20대 그리고 30대들이 겪어보지 못한 형님 누님들 세대의 청춘 풍속도를 담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70년대를 대표 청춘 영화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입니다. 1975년 작품인데 이 영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에 꼭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감독 하길종은 UCLA에서 대부의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과 함께 공부를 하다가 귀국을 해서 '바보들의 행진'을 만듭니다
이 영화는 작년에 작고한 최인호 소설가의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70년 당시의 청춘을 스케치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병태와 영자였는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4년후인 1979년 바보들의 행진2인 '병태와 영자'를 만듭니다. 



<바보들의 행진의 엔딩 장면>

전편인 '바보들의 행진'에서 병태와 영자가 입영열차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멋진 엔딩씬입니다. 애인인 병태가 입영열차에서 작별을 고하는데 영자가 병태와 키스를 하는데 한 헌병이 영자를 들어 올려서 키스를 도와주죠. 그렇게 전편이 끝나고 


후속작인 '병태와 영자'는 전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여자 주인공 영자는 배우 이영옥이 연기를 하지만 병태는 윤문섭에서 
손정환으로 바뀝니다. 윤문섭과 손정환  두 사람 모두 배우는 아닙니다.하길종 감독은 병태를 전문 배우가 아닌 대학교에서 섭외한 대학생을 캐스팅합니다. 

윤문섭은 성균관대 응원단장이었고 손정환은 고려대학교 응원단장으로 비전문 배우가 연기를 합니다. 이렇게 무명 그것도 비전문 배우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후시 녹음의 영향도 컸지만 하길종 감독이 잘 리드한 덕분도 있겠죠. 손정환은 군입대를 압두고 이 영화를 촬영한 후 전역 후에 영화를 한편 찍지만 배우가 자기 일이 아님을 알고 유명 광고 회사에 취직을 합니다. 



영자 역을 한 이영옥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이고 수많은 여자 배우들을 봤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TOP3의 배우가 아닐까 할정도로 홀딱 반할만한 외모와 연기를 보여줍니다. 지금은 뭐하시고 사시나 궁금하네요. 

영화는 군입대를 한 병태를 영자가 면회를 오면서 시작 됩니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헤어졌지만 영자가 병태를 차 버렸습니다. 그리고 면회를 온 이유도 원치 않은 사람이지만 집안끼리 맺어진 젊은 의사(한진희)와 약혼을 하게 되었다고 통보를 하기 위해서 찾아옵니다. 

병태는 전역 후에 대학교에 복학하고 영자와 약혼을 한 남자가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영자의 마음을 돌려 놓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집안끼리 약속한 결혼을 막아내기는 벅찹니다. 지금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이 결혼이지만 당시는 결혼하기 싫어도 결혼을 해야 하는 결혼 풍속도가 많았고 중매도 많았던 시절입니다.

특히나 대학생과 젊은 의사라는 신분 차이도 넘기 힘든 벽이기도 했죠
그럼에도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갑니다. 그렇게 병태는 영자를 집안에 소개 시켜 주지만 영자는 병태를 향한 마음을 접고 젊은 의사와 결혼을 준비합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병태가 아닙니다. 병태는 영자의 약혼남과 남자 대 남자로 대결을 요청합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시간에 약속을 잡고 영자가 어떤 사람에게 가느냐로 단판 승부를 겁니다. 그러나 영자는 병태가 아닌 의사에게 갑니다. 이런 선택이나 영자의 우유부단한 행동은 좀 야속하다 못해 야박하지만 그게 또 여자들의 현실적인 판단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사랑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그리고 미래가 보장 된 사람이 좋죠. 


병태는 큰 실망 속에 지내다 다시 한 번 의사를 찾아가 승부를 겁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달리기 vs 자동차 대결 장면이 나옵니다.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영자와 의사의 약혼식이 열리는 여의도 호텔까지 의사는 자동차로 병태는 뛰어서 갑니다. 

말도 안 되는 승부입니다. 그러나 병태는 두 다리로 서울을 횡단하면서 여의도 호텔까지 뛰고 자동차는 막힌 도로를 뚫고 여의도 호텔로 갑니다.



고래라는 청춘의 이상향

고래 잡으러 간다면서 바보들의 행진의 영철은 바닷가 절벽에서 청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고래!  송창식의 고래사냥이라는 노래가 나오기 전에 고래라는 단어를 사용한 영화가 바로 '바보들의 행진'과 '병태와 영자'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병태는 자기는 고래를 잡으로 갈 거라고 합니다.

고래가 뭘 의미할까요?
뭔 의미인지도 모르고 대학시절 술자리에서 목 터져라 불렀던 고래사냥이라는 노래,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고래는 청춘의 울분을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이상향이었습니다. 답답한 청춘, 앞이 보이지 않는 청춘들은 마음이 답답하면 동해 바다를 찾았습니다. 지금이야 차로 2시간 조금 넘게 달리면 동해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당시는 5시간 이상 걸렸고 대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푸른 동해 바다에 산다는 고래는 청춘들에게 하나의 이상향이자 거대함이었습니다.
이 고래는 최인호가 만든 단어입니다. 소설가로 더 유명한 최인호는 이 바보들의 행진과 병태와 영자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청춘들의 울분을 고래로 표현하고 이 고래는 80년대까지 청춘들이 고래 고래 소리 지르는 고래사냥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냅니다. 

병태와 영자라는 영화는 지금봐도 재미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영화 졸업을 그대로 배낀 듯한 것이나 외국의 유명 노래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의 성긴 모습은 있지만 세상을 비판하는 우울함이 잘 담겨 있습니다. 서슬퍼런 군부독재정권의 검열을 피해가면서도 당시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고통을 우회적으로 비판합니다.

군대 문화와 함께 거대한 변화의 몸부림을 치던 70년대 말 개발지상주의를 화면에 담습니다. 
병태가 의사와의 대결을 위해서 서울을 관통하는데 그 서울 곳곳에서 공사 하는 장면을 넘어 공사 중인 터널과 고가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70년대 말 서울의 변화하는 모습을 잘 담고 있고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전 이 영화를 군대에서 봤습니다. 90년대 초 군대에서 상사분이 수업 시간에 틀어줬는데 다른 동기들은 다 졸거나 딴 짓을 했지만 전 이 영화에 반해버렸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을 수업 시간이 끝나서 보지 못했는데 최근에 영상자료원에서 이벤트로 무료 상영을 해줘서 무료로 봤고 결말까지 봤습니다. 70년대 말 서울의 모습과 청춘을 아주 잘 담은 영화입니다. 

한진희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한진희는 2천년 대를 대표하는 청춘 영화인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의 아버지로 나오죠. 하길종 감독은 이 병태와 영자가 초대박을 나는 모습에 흡족해 하며 기자와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죽습니다.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7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을 잃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병태와 영자의 크라이막스이자 현재의 서울과 비교해서 보면 좋은 연적과의 대결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영상자료원 vod서비스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람료는 500원입니다. 

병태와 영자 보러가기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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