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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공간291에서 본 이유정 개인전, 마마, 아이 러브 유에서 온기를 느끼다

by 썬도그 2014.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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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후회라고 합니다. 돌아보면 항상 아쉽고 아쉬운 게 인생이죠. 부암동도 그렇습니다. 날 맑고 따뜻한 봄 가을에는 뭐하다가 꼭 겨울이 되면 부암동을 찾게 됩니다. 겨울에 행사가 적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겨울만 되면 편한 신발을 신고 여러 동네를 기웃거립니다. 특히, 북악산 자락의 부암동은 이상하게 겨울에 자주 찾게 되네요. 잘 됐습니다. 이번에 부암동 곳곳을 수색하는 기분으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부암동 수색작전 1단계로 산모퉁이 찻집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를 정했습니다.

2014/12/08 - [사진정보/사진전시회] - 부암동 길에서 만난 박노해 페루 사진전(라 카페) 라는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갤러리 카페 라에서 박노해 시인의 페루 사진전을 보고 공간291로 향했습니다. 이번 부암동 반나절 여행은 공간291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우연히 공간291을 알게 되었고 그 곳이 부암동 길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 여름 밤에 닫혀진 모습만 보고 지나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그 속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이정표에는 산모퉁이 찻집을 알려주고 있네요. 일본어로 써 있는 걸 보니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나 봅니다. 일본에서도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나 봅니다.



노란 토끼가 웃고 있습니다. 토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강아지 같기도 하네요. 강아지가 맞네요. 귀가 엄청커요. 
여기가 바로 협동조합 사진공방 공간291입니다. 



그냥 개인 가정집 같아 보입니다. 예전엔 가정집이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공간 291은 지하와 1층에서 사진전을 합니다. 구조는 평창동의 갤러리들처럼 경사진 곳에 세워진 건물 구조로 인해서 지하라고 하지만 지하라고 할 수 없고 1층이지만 2층 같은 모습입니다. 




지하에 내려오니 깔끔한 정갈한 밥상 같은 매끄러운 갤러리 공간이 나옵니다. 



지하 공간에서 전시하는 사진전은 이유정 개인전 마마, 아이 러브 유입니다



신인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회는 2014년 12월 3일부터 2015년 1월 4일까지 열립니다
20대 초반의 앳된 작가님은 할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고 할머니를 기록합니다. 작가와 할머니의 관계에 대한 설명문이 없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가까운 사람을 기록하는 모습은 아주 따스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만 정작 가족 사진들은 찍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가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기록하는 것은 꽤 봤습니다만 할머니를 기록한 사진은 처음 보네요.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죠. 대부분의 사진작가분들이 나이가 많아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 계시기 때문도 있겠고 엄마 아빠라는 거리보다는 좀 더 희미하기 때문도 있겠고요. 

그러나 이유정 작가는 젊습니다. 그리고 요즘 10,20대 분들은 엄마 아빠와 보낸 시간 보다 할머니와 보낸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 많습니다. 엄마도 돈 벌기 위해서 직장에 출근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웁니다. 여기에 엄마 아빠가 도망가버린 가정들도 많죠. 조모 가정이라고 하는데 제가 가장 슬프게 보는 풍경도  조손조모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전 할머니의 사랑이 더 애잔하고 애뜻하게 느껴집니다. 


이유정 작가는 할머니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췄습니다. 밝게 웃는 할머니. 때로는 친구 같고 엄마 같은 존재


이 시선 자체가 너무나 좋습니다. 점점 꽃처럼 아낌없이 주고 향기를 선물하는 할머니를 이유정 작가는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위 사진입니다. 가운데 나무가 벽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할머니는 그 벽 뒤를 보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항상 손녀에게 시선을 멈추는 그 모습이 할머니의 낢은 삶의 목표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평생 남을 위한 삶을 살고 마지막에도 남에게 시선을 고정하겠죠. 그러나 그 남은 남이 아닌 자신입니다. 내 젊은 시절의 기억 같은 손녀에게 향하는 모습이기에 남이 아닌 나를 향한 시선입니다. 



이 사진도 너무 좋았습니다. 키가 비슷한 모습도 보기 좋고 어깨 동무한 모습이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엄마 아빠에게는 못하는 어리광도 할머니에게는 할 수 있잖아요. 어쩌면 할머니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엄마가 혼내도 할머니는 애가 뭘 알겠어라고 자신의 치마 뒤로 숨게 하시잖아요. 



진해에 있는 고모부가 축하 화환을 보내셨네요 ^^



성긴 부분이 있지만 그 성김은 열정의 팽창 속도가 빨라서 생긴 빈 공간으로 보여집니다. 팽창과 수축을 잘 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하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세상을 보는 시선을 카메라로 잘 담아서 사진으로 잘 표현하길 바랍니다. 

이유정 작가님 지켜볼께요. 

더 자세한 내용은  공간 291 홈페이지  http://space291.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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