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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미생에서 다루는 회사에서 겪는 공감가는 갈등 6가지

by 썬도그 201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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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앓이에 푹 빠졌습니다. TV를 방에서 치운 후로는 TV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꼭 봐야 하는 TV프로그램은 엔탈 같은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다운을 받아서 PC나 모바일에서 보고 있습니다. 요즘 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생에 푹빠져 있습니다.


지난 주에 우연히 덕수궁 돌담길에서 미생 촬영 장면을 봤습니다. 드라마 촬영 장소라고 호들갑 떠는 스타일도 아니고 드라마도 보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유일하게 즐겨보는 드라마 촬영 장면을 보고서 급하게 DSLR을 꺼내서 김대리와 소개팅녀를 찍었습니다. 뽀글 파마의 김대리와 소개팅녀 촬영 장면을 보고 난 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제가 미생을 좋아하긴 너무 좋아 하나 봅니다.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올해 최고의 tv드라마가 미생입니다. 

그러나 이 미생을 편하게 보지는 못합니다. 방에 TV도 없고 거실에 있는 TV는 공중파만 나옵니다. 그래서 본방사수는 못하고 항상 엔탈에서 방송이 끝난 후 30분 후에 1,200원을 내고 다운로드해서 보고 있습니다. 이 미생이 왜 저를 흔들어 놓았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재미있기 때문에 봅니다. 이 재미는 다른 말랑말랑한 사랑타령이나 하는 뻔하고 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라는 삶의 공간을 치열하게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다녔던 사람, 직장을 다니는 사람, 직장을 다닐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매주 회사 생활에서 공감가는 이야기를 치열하고 치밀하게 담는데 그 연출 솜씨와 원작의 진지함이 그 어떤 드라마도 감히 범접할 수 없을의 감동과 짠함을 지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미생은 재벌2세와 신데렐라가 사귀는 흔한 사랑 판타지나 전생의 비밀 같은 쉰내나는 흔한 소재를 다루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회사라는 공간 그 안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많은 갈등을 진중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 갈등들 하나 하나가 저를 매주 흔들어 놓습니다. 미생이 담고 있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겪는 갈등은 뭐가 있을까요? 인상 깊은 갈등을 적어보겠습니다. 



1. 낙하산

학연, 지연, 혈연 3연의 나라 한국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낙하산이라는 위에서 뚝 떨어진 듯한 사람들이 회사에 입사를 합니다
보통 낙하산하면  능력도 안 되는데 
권력자의 힘에 기대서 내려온 사람을 말합니다. 그래서 회사안에서 수근거림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장그래는 좀 다릅니다. 낙하산이 맞긴 한데 낙하산을 내려준 전무라는 분이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든든한 후원은 사라지고 낙하산이라는 온갖 편견과 멸시만 남습니다. 주인공 장그래가 아무리 밤을 지새우고 멸시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견디고 참고 노력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특히. 같은 팀원인 오과장과 김대리의 차가운 시선은 장그래를 더 힘들게 합니다. 장그래의 성실함과 예의바름과 사람됨은 보지 않고 낙하산이라는 이미지로만 보죠. 

저는 장그래와 비슷한 사람을 봤습니다. 사장님 친척으로 회사에 입사 한 직원이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가까이 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같이 일을 하고 다녀보니 낙하산 직원은 제 생각과 달리 성실하고 예의 바르며 능력도 좋았습니다. 낙하산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들보다 더 노력을 하는 모습에 제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은 저와 생각이 다르더군요. 온갖 멸시와 뒷담화가 난무했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 낙하산 직원은 6개월 후에 자진 퇴사를 했습니다. 보통 낙하산과 겪는 갈등은 낙하산이라는 무능력자가 회사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은데 미생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하산이라는 편견은 동일합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 그 사람이 무능력하건 능력이 있건 우리는 낙하산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2. 신입 길들이기 및 공 가로채기

장그래, 안영이와 한석율 장백기는 원인터내서널이라는 무역상사의 신입직원입니다. 이들에게 처음부터 살갑게 대해주는 선배나 상사는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신입에게 처음부터 이것하고 저것하고 따스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장백기만 빼면 장그래에게 나가라고 소리친 오과장이나 부하 직원인 한석율에게 업무 지시하고 술집에서 술을 먹는 대리, 여자라고 무시하는 건지 무조건 화부터 내는 하대리는 진상 중에 진상입니다. 

장그래의 상사인 김대리와 오과장은 장그래의 근면성실함과 남들보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장그래를 품어주지만 한상율의 상사인 성대리와 안영이의 하대리는 신입직원 길들이기를 합니다. 특히 성대리는 많은 원성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그 이유는 자신의 일까지 부하 직원에게 넘기기 때문입니다. 이건 업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을 남에게 넘기는 못된 행동입니다.

안영이의 하대리가 성질머리는 없어도 성대리가 더 욕을 먹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성대리 같은 못난 상사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일은 부하 직원이 했는데 그 칭찬과 공은 상사인 성대리 같은 기회주의자 또는 상사 앞에서만 잘하는 간교함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 상사들이 많죠. 그래서 전무 같은 박과장 같은 일 보다는 줄을 서는 정치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이와 함께 신입 직원에게 자신의 회사 노하우나 업무 노하우를 안 가르쳐주는 직장인들도 꽤 많죠. 업무 노하우까지 알려주면 자길 밟고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장 상사라는 것은 좀 더 큰 책임을 지는 자리지 업무를 좀 더 빨리하는 자리가 아님을 우리는 간과합니다. 


3. 워킹 맘

미생 선차장은 능력 좋고 사람 좋은 직장 상사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워킹 맘입니다. 아침마다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워킹맘은 항상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선차장의 딸이 그린 그림에 엄마의 얼굴에 눈코입이 없는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출근 길에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면서 아이가 선차장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항상 뒷모습만 보여주고 바쁘게 출근길에 합류한 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릴 위해 열심히 사는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어" 라는 선차장의 대사처럼 아이를 위해서 맞벌이를 하는 건데 그게 오히려 아이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가슴 아픈 대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여직원이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 둬야 하는 꼰대 같은 회사가 참 많았습니다. 지금도 여직원이 임신하면 짜증내 하고 여직원을 하대하는 직장 문화가 여전히 많습니다. 여기에 아이까지 있는 워킹맘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는 그녀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우는 보석 같은 존재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4. 성차별

여자들이 회사 생활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 이유는 직장내 성희롱, 성차별 때문입니다. 많이 달라졌다고 마르고 닳도록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멀었습니다. 여성을 동료로 인식하기 보다는 커피 심부름꾼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고 여자 직원에 대한 옷차림에 수근 거리는 직원도 많습니다. 

미생의 마부장은 전형적인 성차별주의자이자 성희롱 발언을 쉽게 합니다. 한 번 성희롱 발언으로 곤혹을 당했으면 자중해야 하는데 계속 성희롱 발언을 합니다. 어제도 안영이에게 분냄새, 분냄새라면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합니다. 이런 마부장 같은 인간들이 회사에 꽤 많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어떤 발언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인간들입니다. 또한, 많은 남자 직원들이 쉽게 성적 농담을 합니다. 뭐 요즘은 성희롱 기준이 너무 과하다고 하는 발언도 있지만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정도 생각하고 말한다면 그런 성희롱 발언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남성 직원 위주로 돌아가는 회사가 많은 한국, 여성을 하대하는 문화가 줄어들고 같은 동료로 인식하는 회사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5. 내부고발

한국이 고도 성장을 하던 시기를 넘어서 한 단계 더 넘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 안의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로 인식 되고 있고 이런 부정부패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내부고발 분위기를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대우는 청렴결백하고 바른 사람이 아닌 '배신자'라는 낙인입니다. 드라마 미생은 부정한 행동을 한 박과장을 영업3팀이 내부 고발을 합니다. 사장까지 표창을 하면서 격려를 했지만 영업3팀은 그 일로 배신자들이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한국 직장 문화 아니 한국 사회가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부정, 형의 부정, 동료의 위법 행위, 직장 상사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고발 하기 힘듭니다. 군대내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군인들의 모습을 봐도 잘 알 수 있죠. 이렇게 잘못된 것을 잘못 되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한국을 좀 먹고 있고 이런 걸림돌이 이 나라를 더 나아가게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수년 전에 내부고발을 한 직원 책상을 복도에 배치한 대기업의 행동이 여전히 유효한 한국이고 한국 직장 문화입니다. 


6. 계약직

지난 28,29일 방영한 드라마 미생은 계약직이라는 진중한 화두를 담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고졸 낙하산 장그래는 다른 동기와 달리 계약직 사원입니다. IMF 전에는 계약직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원이 정규직이었죠. 그런데 IMF가 터지고 IMF가 한국의 노동 유연성을 강화 하라는 명령에 한국은 계약직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정규직은 쉽게 짜를 수 없기 때문에 2년짜리 한시적 직장인인 계약직을 남발하게 됩니다. 그렇게 남발한 계약직(비정규직)은 2014년 현재 600만 명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2년 짜리 계약직 사원을 2년 이상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합니다. 원래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이 법은 기업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2년만 고용하고 다른 계약직 사원으로 바꾸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장그래는 동기들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지만 고졸 계약직이라는 한계 앞에서 흐느낍니다. 이런 큰 장벽 앞에서는 뛰어난 업무 능력도 남들보다 뛰어난 통찰력도 다 소용없습니다. 서류에 찍힌 측정 가능한 능력만이 중요한 곳이 회사입니다. 계약직, 정규직일는 계급 사회가 된 듯한 한국 사회, 한 정부 관계자는 비정규직(계약직)의 서러움을 위해서인지 정규직도 비정규직처럼 쉽게 짜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발언을 합니다. 

정부에서 이런 비정규직(계약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이런 계약직의 서러움을 알고 있는 오차장은 위로의 말을 하려고 했지만 "대책 없는 희망 없이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말합니다. 아주 서슬퍼런 대사지만 전 이 대사를 지지합니다. 희망이 없는 것을 자기가 알면서도 희망이 있고 꿈을 키우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희망을 파는 장사치가 너무도 많습니다. 차라리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그 안에서 대책 마련을 하는 것이 오히려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이나 계약직 사원에게 당장은 아프겠지만 그런 정글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는 예방 주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로 지은 커텐을 걷고 그 뒤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같은 고통을 받는 사람끼리 연대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계약직은 그들의 잘못이 아닌 사회가 만든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가하는 폭력이자 기어 오르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시스템입니다. 드라마 미생은 여기까지는 다루지 있지 않지만 그나마 드라마에서 이런 심각한 질문을 하는 모습은 아주 보기 좋네요.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보내는 정글 같은 회사라는 정글을 치열하게 담고 있습니다. 원작인 웹툰 미생을 점점 뛰어 넘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매주 직장인들의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생이 담고 있는 직장 생활이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글은 엔탈이 제공한 포인트로 드라마를 감상한 후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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