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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80년대 청춘의 삶을 잘 투영한 한국 영화 5편

by 썬도그 201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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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기록성 때문에 세계에서 극찬하는 '조선왕조실록'을 만든 민족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로 이어지면서 그 뛰어난 기록성은 확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 기록이 약한 나라입니다. 가난한 나라인 한국은 먹고 살기 바빠서 자신들의 발전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우리의 과거 사진과 영상 중에는 우리가 기록한 것보다는 외국인이 기록한 사진과 영상이 많습니다. 

그러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근,현대를 카메라에 담은 그릇이 있는데 그건 바로 한국영화입니다. 수많은 한국 영화가 촬영 당시의 한국의 거리와 한국인의 삶을 영화로 담았습니다. 

80년대는 경제의 고도 성장기이자 군부 독재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먹고 살기는 좋았지만 정권과 다른 생각을 하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서슬이 퍼런 군부 독재 정권은 정권을 비판하는 사회성 짙은 영화에 사전 검열 제도로 사회 비판 및 정권 비판을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그럼에도 80년 당시의 세상 풍경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담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80년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한국영화 5편입니다. 


1. 암울한 신분의 벽과 소통이 단절된 80년대를 풍자한 블랙코미디 '칠수와 만수' (1988년)

감독 : 박광수
주연 : 안성기, 박중훈

연극을 영화화한 영화 '칠수와 만수'는 칠수와 만수라는 도장공을 통해서 80년대 답답하고 꽉 막힌 세상에 대한 울분을 담고 있습니다. 동두천 하우스 보이 아들인 칠수(박중훈 분)은 반공법으로 연루되어 장기 복역 중인 만수는 도시를 칠하는 도장공입니다. 영화 간판이나 빌딩 위 거대한 광고판에 그림을 그리는 그들은 출신 성분 때문에 자신들의 꿈을 접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칠수는 짝사랑하는 여대생이 있지만 신분의 벽을 느끼고 짝사랑을 포기합니다. 

울분이 켜켜이 쌓이던 칠수와 만수는 빌딩 옥상의 광고판을 그리다 울분 큰 목소리에 담아서 터트립니다. 비명 같은 고함을 들은 행인이 이들을 사회불만분자로 오인하게 되고 경찰이 출동해서 칠수와 만수와 대치를 합니다. 소리치는 모든 것은 불순분자라고 여기던 80년대 공안 정국을 블랙코미디로 담은 영화가 바로 '칠수와 만수'입니다




2. 부동산 개발 광풍 아래서 흐느끼는 청춘을 담은  '바람불어 좋은 날' (1980년)

감독 : 이장호
주연 : 안성기, 김성찬, 이영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고도성장기에 들어선 한국은 그 넘쳐나는 돈을 이용해서 서울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당시 논과 밭이었던 서울이지만 지방 같은 느낌의 강남을 본격 개발이 시작됩니다. 이 개발 광풍으로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졸부들이 돈의 힘으로 세상을 자기 마음껏 주물럭거립니다.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은 이 부동산 광풍의 시기의 강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상경한 20대 청년 덕배(안성기 분), 길남(김성찬 분), 춘식(이영호 분)은 중국집 배달원, 여관 종업원, 면도사로 일하면서 꿈을 키워갑니다. 그러나 부동산 졸부인 김회장과 상류층 병희 등을 겪으면서 신분의 벽과 함께 돈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합니다. 
2년 동안 누군가에게 줄곧 맞아온 느낌이라고 말하는 덕배의 서울 생활을 통해서 80년대 개발 지상주의가 낳은 어두운 그림자를 경쾌한 어조로 들을 수 있습니다. 





3. 만화방이라는 피난처에 기거하는 어두운 청춘들 '장미빛 인생' (1994년)

감독 : 김홍준
주연 : 최명길, 최재성

80년대는 쫓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겨서 심야 영업을 하는 만화방에서 기거합니다. 
영화 '장미빛 인생'은 공안 정국의 무거운 공기가 가득한 80년대 청춘들의 쉼터이자 피난처인 가리봉동 만화방을 배경으로 합니다. 미모의 마담(최명길 분)이 운영하는 이 만화방에는 깡패 동팔(최재성 분)과 노동운동가 기영(차광수 분)과 공안기관에 쫓기고 있는 기영(이지형 분)이 함께 기거를 합니다. 서로 다른 청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 세상에 쫓겨서 피할 곳을 찾는 상처 받은 영혼들입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이 구도가 80년대의 무거운 공기를 잘 담고 있습니다. 



4. 인간 답게 살고 싶다는 구로공단 여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로아리랑' (1982년)

감독 : 박종원
주연 : 이경영, 옥소리, 최민식

한국이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7,80년대의 여공들 때문입니다. 공돌이 공순이라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도 우리네 형님 누님들은 동생 등록금과 집안을 돕기 위해서 타이밍을 먹으면서 공장에서 철야 근무를 하고 좁은 벌집촌에서 생활을 합니다. 구로아리랑은 80년 당시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권력자의 성추행 등의 폭거를 담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종미(옥소리 분)가 현식(이경영 분)을 통해서 점점 노동 운동의 중요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 환경의 열악함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네요



5. 달동네에서 기구한 삶을 사는 또순이를 담은 꼬방동네 사람들 (1982년)

감독 : 배창호
주연 : 김보연, 안성기, 김희라

꼬방동네 사람들은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은 명숙(김보영 분)이라는 기구한 삶을 사는 여인을 통해서 80년대 달동네 풍경을 소박하게 잘 담고 있습니다. 전 남편인 소매치기였던 택시 기사 주석(안성기 분)과 전직 폭력배였던 현 남편인 태섭(김희라 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명숙의 삶이 서울 변두리 달동네를 배경으로 담깁니다. 이 영화는 80년 당시 서울 변두리 달동네의  삶의 지형도를 잘 보여줍니다.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미혼인 독거노인를 환갑잔치를 해주는 모습이나 동네에 있던 공동 펌프와 우물가 그리고 여인들의 수다, 개척교회 목사 등 허름한 달동네의 온기가 있으면서도 날선 달동네를 영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거의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억척스러운 또순이인 명숙의 삶을 통해서 강한 모성애와 삶의 질척거림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위 영화들은 한국영상자료원 VOD에서 유/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kmdb.or.kr/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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