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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한국 청소년과 그 부모들이 꼭 봤으면 하는 애니 컬러풀

by 썬도그 201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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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습니다. 죽어서 저승행 열차를 타려고 대기 중인 나. 그런데 이상한 꼬마가 앞에 나타나더니 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에 당첨이 되었다면서 생을 다시 살아 볼 것을 권유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전생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웬지 다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승에 대한 미련이 없는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자 꼬마는 아무나 당첨 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은 거부할 권리가 없다면서 다시 이승에 내려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나는 이승으로 다시 내려가게 됩니다. 이승으로 내려가는데 방금 죽은 어느 중학생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코바야시 마코토라는 중학생의 몸으로 다시 환생한 나는 하나의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새로운 몸으로 다시 새로운 삶을 사는 대신 6개월 동안 환생한 몸의 이전 주인의 삶을 알아가는 것과 함께 자신의 악행을 기억해 내야 합니다. 이걸 수행이라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 수행 결과가 좋으면 계속 이승에서 사는 것이고 이 이승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악행도 기억하지 못하면 6개월 후에 다시 이승을 떠나게 됩니다.  마코토라는 학생은 자살을 해서 죽었는데 자살한 이유도 알아야 하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전생에 저지른 악행(그래서 반성의 기회를 주기 위해 환생 시켰음)을 기억해 내야 합니다. 


이 수행에는 프라프라라고 하는 천사인지 악마인지 구분이 안가는 집사 같은 요정이 따라 다리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마코토는 중학교 3학년생입니다. 마코토의 몸으로 환생한 나는 이 마코토 집안이 따뜻한 집안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따뜻하고 친절한 아빠, 엄마, 대화는 하지 않지만 속 마음이 깊은 형

왜 이런 행복한 가정을 뒀으면서 이전 몸의 주인공은 자살을 한 것일까? 궁금해 합니다. 
그렇게 마코토라는 몸으로 환생한 나는 마코토라는 중3 학생의 삶을 살아가면서 마코토가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프라프라가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마코토는 왕따였습니다. 친구가 한 명도 없었고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러브호텔에 가는 모습을 목격했으며 엄마가 춤선생과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했고 이 모든 것이 중3의 어린 영혼이 감당할 수 없었기에 자살을 택했습니다.

이 영화 '컬러풀'은 가벼운 영화가 절대로 아닙니다. 원조교제, 왕따, 불륜 그리고 극심한 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학교라는 시스템의 폭력성으로 인해 한 학생이 스스로 삶을 포기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이 마코토의 삶이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주눅들어 하고 소극적인 마코토와 달리 나는 활달하고 활기찹니다. 


병원에서 퇴원 한 후 등교한 날 씩씩하게 대답을 한 모습에 반 학생들이 놀랍니다. 특히 앞에 앉아 있는 사노 쇼코라는 여자 아이는 마코토가 변했다고 말하죠. 말을 더듬는 쇼코는 마코토 옆에 머물면서 이전 마코토와 많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못생기고 말 더듬는 쇼코가 귀찮은 마코토. 


마코토의 휴대폰을 뒤적이다가 보니 히로카라는 여학생이 찍힌 사진을 보고 마코토가 좋아하던 여학생이 히로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히로카를 보니 내 마음도 히로카에게 향합니다. 예쁘고 활달한 히로카와 이야기를 나누는 나. 


 

서서히 마코토의 삶을 알게 되면서 마코토의 현실도 알게 됩니다. 단순히 마코토가 여러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자살한 것을 알지만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는 마코토가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히로카가 중년의 남성과 러브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여기에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후 엄마의 친절함이 너무나도 가식적으로 보입니다.

점점 나는 마코토처럼 행동하게 되고 삐뚤어지고 방황하게 됩니다. 이런 아들의 행동에 엄마 아빠는 크게 낙심 하고 속상하지만 묵묵히 묵묵히 참아냅니다. 그렇게 마코토의 몸에 사는 나는 점점 마코토가 되어서 6개월이 되기 전에 그냥 이승을 떠나고 싶어 하게 돕니다. 내가 이승을 떠나면 마코토는 똑 죽게 되지만 그런 것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마코토가 된 나는 이 현실을 저주하며 세상을 저주합니다.
원조교제를 하는 짝사랑하는 여학생, 자신만 알아서 공부만 하는 형, 무능력한 아버지, 춤선생과 바람난 어머니,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을 병문안 온 유일한 친구인 사노 쇼코라는 여학생에게 못된 행동을 합니다. 

여기까지 보는데 주인공도 힘들지만 보는 관객도 힘이 듭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전혀 없고 오로지 여기가 절망의 끝인 줄 알았더니 더 깊은 절망이 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자 보는 관객의 마음도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 애니는 초중반은 외면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견디기가 좀 힘이 듭니다. 하지만 견뎌야 합니다. 우리가 현실이 힘들다고 외면할 수 없듯 견뎌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견딤 후에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이자 희망의 씨앗을 보여줍니다. 

그 희망이란 친구입니다. 반에서 31등 하는 어리숙한 친구를 32등이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마코토가 만납니다. 마코토는 이 친구를 만나면서 변화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 항상 왕따로 살았던 마코토, 그런데 이런 마코토에게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 컬러풀이라는 애니는 쉬운 애니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그 학부모들이 꼭 봤으면 하는 애니입니다. 왜냐하면 현재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고민 그것도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심각한 학원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일본과 한국은 참으로 많은 것이 비슷합니다. 학교 시스템 자체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라서 두 나라는 적대적이지만 시스템은 비슷하고 그 시스템이 비슷하니 두 나라 모두 청소년들이 극심한 경쟁구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던가 아니면 고통 속에 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또는 견디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왕따 문제 제대로 해결합니까? 오히려 학교에서 왕따를 부축이죠. 왕따가 뭡니까? 나와 다르면 일단 배척하고 외면해서 고립되게 만들어서 혼자 웅크리고 있으면 힘없는 곤충 다루듯 꼬챙이로 찌르고 밟아서 터트리는 행동들이죠. 더 심한 것은 왕따가 되기 싫어서 어제까지 친했던 친구에게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학교의 현실입니다. 


영화 컬러풀은 이 왕따 문제와 많은 학원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극심한 고통인 왕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그 왕따 문제를 학교 선생님과 부모와 함께 풀기 보다는 친구에게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7,80년대도 왕따는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처럼 대놓고 따돌리지는 않았습니다만 분명 외톨이 학생들이 있었죠. 그러나 그건 자발적인 외톨이들이지 다른 학생들이 외톨이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키가 작다고 부모가 가난하다고 평균과 조금만 다르면 왕따가 되는 요즘 졸렬한 세태와는 달랐습니다. 당시는 그런 평균에 미치지 못하거나 넘치는 아이들을 깍두기라고 부르며 보호를 해줬습니다. 


그러나 2014년 현재 깍두기 문화를 부활 시키기에는 현재의 학생들과 그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현재의 30대 이상 기성세대의 삶이 너무나 변했습니다. 아이들의 왕따문화. 그들만의 잘못인가요? 그들이 누굴 보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다 우리들 어른들입니다. 직장에서 그 몇 안 되는 사무실 안에서도 왕따 문화가 있는 나라이고 험담과 배척이 일상화 되어 있는 한국에서 아이들이 못돼서 왕따 문화가 생겼다고 손가락질 하지 마십시요. 다 어른들을 보고 배운 것입니다. 

영화 컬퍼풀은 이런 현실의 쓰라림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가 유일한 희망인 친구라는 치료제를 제공합니다. 
다만, 이 학원 문제를 비판하기 보다는 그런 현실은 어쩔 수 없다면서 병은 원천 치료하기 보다는 해독제를 제공합니다. 이 부분은 좀 아쉽기만 합니다만 거대한 시스템을 비판하고 파괴하는 모습까지 담기에는 어린 학생의 입장에서는 그게 더 분란스럽고 비현실적인 대답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마코토 앞에서 엉망이 된 것 같다면서 울먹이는 
원조교제를 하는 하로카에게  인간이든 천사든 악마든 모두 이상한 것이 보통이라고 말을 합니다. 

"인간은 하나의 색만을 가진게 아니야. 여러가지 색을 가지고 있어 " 
우리가 왕따를 키우는 바탕에는 한가지 생각, 정답이 있는 생각을 강요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와 다르면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닌 틀렸다고 배척을 하죠. 돈 많이 버는 것이 정답이고 외모를 가꿔서 날씬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고 공부를 잘 해야 정답이고 말을 잘 들어야 정답이고 부모님 말씀이 정답이고 선생님 말씀이 정답이고 TV가 정답이고  정부가 정답이고 나라가 정답인 세상. 이런 한 가지 색만 가지고 있는 세상은 그 자체가 지옥입니다. 


세상은 다양한 색이 모일 때 아름답습니다. 비록 그 색이 탁하고 추하고 아름답지 않아도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기 위해서는 탁하고 어두운 색도 필요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기 없어도 못난 색이라도 다 자기 역할이 있습니다. 

이 왕따 문화가 비단,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도 불리라는 문제가 있고 점점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3개국의 공통점은 극심한 스테레스 유발 사회이자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라서 이런 왕따 문화가 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영화 컬러풀은 왕따 문제에 대한 비판과 정면 돌파 보다는 똥 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으니 죽지 말자. 죽는 것은 중죄라고 말하는 메시지는 공감은 하지만 크게 환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왕따문제 현 교육 시스템에서는 해결 못할 것이 자명하기에 플랜B로 자살은 죄라고 말하는 것도 나쁘진 않죠.  그래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함께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개봉은 2,3년 전에 했는데 워낙 작게 개봉하고 지나간 영화라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진주를 캔 느낌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왕따로 고통받고 고통을 주는 모든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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