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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미숙련 근로자 알바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게하는 미성숙 사회

by 썬도그 201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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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페이스북을 지켜 보신 분이라면 지난 주말에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알 것입니다. 너무 황당한 일을 경험해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사건의 개요를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주말 식구들과 명량을 보려고 했습니다. 저는 시사회로 봤지만 식구들이 보지 못해서 함께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명량이 재미있긴 했지만 2번 볼 만한 영화도 아니고 같은 시간에 평론가들의 평이 좋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동시에 상영되고 비슷한 시간에 끝나서 식구들은 명량을 보고 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려고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7시에 인포데스크에서 직접 발권을 받고 오후 10시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제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 것입니다. 누구지? 혹시나 하고 나와서 상영관을 확인해 봤더니 1관이 맞더라고요. 그럼 뭐지? 입장권을 자세히 보니 8월 3일(일)이네요. 일요일의 일이 아닌 그냥 8월 3일의 일인줄 알았습니다. 

토요일 현장 예매를 했는데 발권을 일요일 것으로 해줬네요. 너무나 황당한 일에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따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입장허락한 것도 웃기네요. 한 마디로 표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제가 따지니 죄송하다면서 무전기로 직원을 호출 했습니다. 

직원이 올라와서는 내일 것이라면서 내일 오시면 안되겠냐는 말을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발권도 아니고 현장에서 발권했고 현장에서 발권하면 상식적으로 그날 볼 영화를 발권하지 내일 볼 것을 누가 현장에서 발권하냐고 따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빈 자리 알아봐서 빈자리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보겠다고 했더니 자리를 알아보겠다면서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약 10분 후 도착 했는데 맨 앞자리 구석 1자리만 남았다고 하네요. 그 자리에서 보느니 안 보는 것이 낫죠. 좀 화가 났지만 꼭 보고 싶은 영화도 아니고 2시간 기다리는 것도 책 읽으면서 보내면 금방 가기에 환불 처리를 부탁 했습니다. 

직원이 죄송하다면서 무료 관람권 1장도 주더군요.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관까지 온 교통비며 2시간에 대한 제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환불처리를 하기 위해서 발권 인포데스크에 갔는데 직원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여자 알바가 실수 한 것 같네요라고 하는 말에 

응? 알바가 발권을 해?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고 하지만 알바가 발권까지? 그럼 입구에서 표 확인하는 직원도 알바?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아닌 남자분이 발권 해줬다고 정정해 줬습니다. 
자주 이용하는 영화관이고 매번 발권할 때 마다 동글뱅이를 치면서 날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동글뱅이나 확인 과정을 할까? 했는데 이런 경험을 하게 되니 그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지난 토요일에는 그런 동글뱅이 확인 과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발권 해줬나 보네요. 



미숙력 근로자인 알바에게 정직원의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특정 영화관의 실수로 그 영화관을 욕하는 글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이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순진한건지 발권이나 티켓 확인 업무는 정직원들이 하는 줄 알았는데 이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과정도 알바생이 한다는 것이 여간 꺼림직 한 것이 아닙니다. 

알바생의 실수야 오히려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숙력 노동자들입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싸고 월급이 아닌 시급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급에 비례해서 책임이 증가한다고 하잖아요. 

문제는 이 한국이라는 신자유주의를 종교로 삼고 있는 나라가 점점 알바생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바생이 늘어가는 이유는 2가지 입니다. 싼 인건비와 언제든지 쉽게 해고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직원은 함부로 정리해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알바생은 티슈처럼 쉽게 뽑아서 쓰고 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살풍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알바생의 존재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알바생에게 정직원급의 책임과 업무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발권업무나 티켓 확인 업무는 알바생이 할 수 있지만 알바 시작하자마자 정직원이 해야하는 어느 정도 숙력도가 있어야 하는 업무까지 알바를 시킨다면 크게 보면 그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입니다. 

한 페이스북 이웃분은 영화 상영 중간에 필름이 끊겨서 10분 넘게 재상영이 안 되어서 환불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알바생들인지 이런 사고에 대처하는 것이 참으로 미흡했다고 하네요. 뭐 정직원과 알바생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모두 정직원으로 보이거든요. 또한, 그걸 구분한다고 해도 이런 사고에 대한 처리의 미숙함은 참으로 안타깝네요. 

이렇게 미성숙 노동자인 알바생으로 영화관을 운영하면 영화관에서 화재가 났을 때는 아주 큰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일산 쇼핑몰 화재시에도 영화관 직원들이 대피를 일사분란하게 유도한 것이 아닌 한 관객이 이상한 냄새가 나서 밖에 나가서 확인한 후에 소리를 쳐서 대피를 유도했고 오히려 알바생과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고 하잖아요.

알바와 정직원의 차이는 평상시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사건 사고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경험이 발동이 됩니다. 알바생은 돌방 상황이면 당혹해하고 어버버 하지만 정직원은 어디까지 우리 책임이고 내가 뭘 해야하는지를 잘 알죠

그래서 영화관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 알바생이 무전기로 직원을 호출합니다. 이런 모습을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알바 보다는 직원을 늘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이 시장을 이끌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건비 줄이는 쪽으로 흐르다 보니 알바생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영화관은 그나마 좀 낫습니다. 편의점은 아예 알바생들이 혼자 지키고 운영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입니다. 
그러다보니 편의점 알바 한 지 얼마 안 된 알바생은 며칠 교육받고 바로 근무를 합니다. 포스 단말기 다루는 방법부터 물건 정리 요령 등등을 배우죠. 그러나 미숙련 노동자이다 보니 모바일 티머니 카드나 모바일 문화상품권을 내밀면 잘 처리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숙련 노동자에게 일을 다 떠넘기는 사회, 또는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네요. 이러다가는 나중에는 커피숍 지배인도 알바생으로 채울지도 모르겠네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하고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조립합니다. 하는 일은 동일합니다. 기술 숙련도도 비슷합니다. 책임도 동일합니다. 그러나 월급은 3분의 1 이상 비정규직이 적습니다. 

알바생에게 과도한 책임 또는 중요한 업무는 맡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안전에 관한 업무는 알바생을 고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해병대 캠프 사고도 알바생이 조교로 했다가 문제가 더 커진 것 아닐까요? 차라리 이런 구조라면 이런 구조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차라리 육안으로 단박에 확인할 수 있게 정직원과 알바생을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으면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딱 보고 알바생을 알아보고 과도하게 물어보거나 책임지라고 하지 않죠. 아무튼 정규직을 더 늘려야 하는데 세상은 알바생을 더 늘리고 있네요. 독일처럼 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이 일자리 나누기인 잡쉐어링 하면 필수적으로 붙어야 할 사회노동복지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다. 

그러니 잡쉐어링을 하면 할수록 근로자인데 빈곤한 '워킹 푸어'를 양산하는 것 아닐까 하네요. 그나마 정직원이면 여러 혜택과 안전망이라도 있죠. 알바생은 인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티슈처럼 취급하는 한국이 아닐까 하네요. 이게 다 배금주의가 만연한 한국의 슬픈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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