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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모바일(휴대폰)

불법 단말기 보조금 피해를 소비자에게 떠 넘긴 방통위

by 썬도그 201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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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친구분이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고 하시네요.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입력하고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강제적으로 스마트폰을 구입 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보통 이러면 스마트폰 구입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줘야 합니다. 그게 상식입니다만 대한민국의 작은 회사들은 이렇게 지원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업무상 전화 통화를 많이 하는 직장인들에게도 통신비 지원을 하지 않는 회사도 많죠. 
아무튼 이런 이유로 2,3일 안에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한다면서 저에게 어떤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지 도와달라고 해서 시간을 내서 근처 대리점에 가서 스마트폰 구매 및 개통을 도와드렸습니다. 



신규가입도 최대 24~27만원의 단말기 구입 보조금을 강력한 보조금 정책

"나 이거 단말기 직접 돈주고 구입해서 약정없이 011으로 10년 썼어.  SKT로 쓰고 싶은데"
"아저씨 좀 무례한 말이긴 하지만 10년 동안 봉 취급 당하신거예요"

그리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망을 바꿔준 경험이 있기에 그때를 떠올리면서 장기 고객이라고 이통사들이 우대해주는 것 거의 없습니다. 
이통사들이 장기 고객을 위해서 착한 단말기 할인이다 데이터 2배로 더 준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대리점에 가서 물어 봤습니다.
"10년 SKT 장기 고객인데 착한 기기변경 할인이 어떤가요?"
"폴더 폰은 착한 기기변경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헉~~ 폴더 폰은 아예 기기변경 지원 대상이 아니네요. 
또한 바뀌면 010으로 바뀐다고 하네요. 그럼 번호 이동도 할 필요가 없더군요. 그래서 가장 단말기 보조금이 많은 신규가입을 알아 봤습니다. 

이통3사의 영업정지가 있기 전에는 신규가입자들은 1년이 지난 혹은 6개월의 지난 제품은 엄청난 보조금 폭탄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형 단말기는 단말기 할부금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업정지 사태가 터진 후에 아주 강력한 보조금 정책 때문에 신규가입도 최대 24만원에서 27만원 밖에 주지 않네요. 법정 보조금 한도가 최대 27만원이기 때문에 신규가입자도 27만원 밖에 주지 않습니다. 



비싼 단말기는 27만원 할인 해주고 싼 단말기는 15만 밖에 주지 않는 묘한 보조금정책

최신 폰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게임을 할 것도 아니고 앱을 많이 설치해서 사용할 분도 아니십니다. 전화 메시지 카톡과 회사에서 깔라고 하는 앱만 깔면 됩니다. 그래서 구형 단말기나 저가 단말기를 알아 봤습니다.

알아보니 갤럭시S4, 갤럭시노트3 네오(보급형), LG G2, LG GX, 베가 시크릿업, 옵티머스G Pro가 후보에 올라왔습니다.
현재 공식적인 단말기 출고가는 69만원에서 47만원 까지 다양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제품은 베가 시크릿업으로 작년 연말에 나왔는데 가격이 확 떨어져서 50만원 중반대입니다. 

보통 신규가입을 하면 단말기 보조금이 어떤 제품을 사던 동일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비싼 삼성전자 갤럭시S4와 갤럭시 노트3 네오가 27만원 할인을 다 해줍니다. 그러나 그 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 베가 시크릿업, 옵티머스 G Pro
같은 제품은 신규가입이라고 하더라도 10~15만원 밖에 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 차이는 갤럭시S4나 옵티머스 GX나 G Pro가 단말기 가격이 10만원 이상 나지만 실제 구입 가격은 거의 동일하게 됩니다. 좀 황당하더군요. 

그러나 이런 가격 장난질은 이 이통사 단말기 시장에서 비일비재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단말기가 싼 제품을 사느니 보조금 혜택이 좋아서 저가 단말기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으면서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삽니다. 이렇게 그 제품을 사게끔  보조금을 통한 가격 장난질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고성능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됩니다. 

이는 요금제도 마찬가지입니다. LTE단말기를 내 맘대로 데이터 용량과 전화 통화를 조절하고 싶지만 이통사들은 전화 통화와 데이터와 문자를 묶어서 스마트폰 LTE 요금제를 사용하게끔 강권하고 있습니다. 전화 통화를 거의 하지 않고 주로 메시지나 메일이나 카톡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스마트폰의 무료 통화가 불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합니다.

물론, 일반 통화를 하고 데이터 요금만 따로 붙여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가격이나 싼 LTE 전용 요금제 가격이 차이가 없기에 그냥 대부분 LTE 요금제를 사용합니다. 이런 모습은 이통사 시장이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진 시장이 아닌 이통사가 소비자를 쥐고 흔드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통 3사가 과점한 시장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금제 보세요. 어쩜 그리 요금제와 할인제도가 비슷한가요? 이런 시장 구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비싼 단말기를 구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저녁에 영화 한편 보려고 했더니 근처에 있는 영화관 상영표를 보니 군도, 명량, 드래곤 길들이기 이 3개의 영화를 무려 10개관에서 상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협소한 모습. 이게 바로 대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국의 슬픈 자화상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다양한 단말기를 보급해야 하는 이통사, 돈 되는 단말기만 판매하고 있다

저가 단말기 시장이 형성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 제조사를 넘어서 중국의 샤오미 같은 저가 단말기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 합니다. 네 맞습니다. 단말기 가격 자체가 30만원에서 50만원대로 출시되는 제품이 많아져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 저가 단말기를 구매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분은 저가 단말기를 해외에서 구입해서 직접 이통사에서 개통하지만 그렇게 해서 개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 특히 노인 분들은 이통사 대리점에서 구입을 합니다. 

이통사에서 샤오미 주세요라고 하면 뭔 소리냐고 쳐다봅니다. 대리점에서 안 팝니다. 저가 단말기라고 하는 것도 구형 단말기이지 출시 가격 자체가 싼 제품은 없습니다. 있긴 있었습니다. 구글 넥서스5는 40만원 대의 싼 제품입니다. 국내 이통사에서 구글 넥서스5를 판매를 했지만 문제는 위에서 지적한 보조금입니다. KT 같은 경우 8만원의 보조금만 주기 때문에 실제 구입 가격은 37만원입니다. 아주 싸죠? 그런데 보조금을 27만원 몽땅 주는 중고가의 단말기와 가격 차이를 따지면 10만원 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단말기 출고가 자체는 큰 차이가 나지만 실제 구입가는 10만원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저가 단말기 시장은 형성 될 수 없습니다.

이 마저도 이익이 적은 저가 단말기는 이통사 대리점에서 구입하기도 권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알뜰폰이라고 하는 해외의 싼 단말기를 고객이 직접 구입해서 개통하는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질 개통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저가 단말기 시장은 크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강력한 단말기 보조금 정책 때문에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것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CJ헬로 모바일 같은 알뜰폰 시장은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막 퍼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알뜰폰을 생각해 봤지만 나이 드신 분이라서 복잡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고 더구나 초고속 인터넷과 결합을 하면 할인이 많기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망 약정이 끝난 후에 한꺼번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불법 보조금 단속한다면서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 시켜 버린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도 망치고 통신도 망친 곳입니다. 그래서 밥통위라고 하기도 하죠. 
원래 IT쪽과 방송을 융합한다는(IPTV가 지대한 공헌을 했음)의미에서 방송과 통신을 결합 시켰는데 이게 IPTV쪽 말고는 딱히 결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N스크린 서비스 등은 방송과 통신이 잘 드러맞지만 통신과 IT가 방송만을 위한 기술인가요?
더구나 정보통신부라는 장관에서 위원회로 IT쪽을 격하 시켜버립니다. 이러다 보니 IPTV업체와 방송사간의 재송출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통신을 넘어 IT정책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게임업체들은 해외로 떠나기 바쁘고 IT 신기술은 잘 보이지도 잘 발달하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방통위의 최대 업적은 불법 단말기 보조금 관행을 뿌리 뽑겠다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팬택 같은 중견 기업이 위기에 처해 버리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 느꼈지만 강력한 불법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방통위가 강력한 불법 단말기 보조금 정책을 하는 전제 조건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단말기 가격을 확 내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단말기 가격이 피부에 와 닿게 확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99만원 하던 스마트폰이 88만원으로 10만원 정도 내려갔을 뿐입니다. 단말기 가격을 확 내리고 강력한 보조금 단속을 해야 하는데 보조금 단속만 확실하게 하고 단말기 가격은 거의 변동하지 않으니(구형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 변동은 거의 없습니다)
그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네요

오늘도 이통사 대리점 직원과 이야기를 해 봤더니 올해 초에 샀던 분들이 그나마 혜택이 많았지 지금은 거의 혜택이 없다고 하네요. 너무나 보조금 혜택이 줄어서 좀 짜증을 냈더니 그나마 지난 주 보다는 낫다면서 지난 주는 더 심하게 안 줬다고 하네요

이통사가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효과를 동반해야 하는데 단말기 가격은 살짝 내리고 보조금 정책은 강력하니 이통사는 앉아서 더 큰 수익을 벌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악순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누구 말대로 스마트폰을 가전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그걸 이통사에서 개통만 해주는 제조판매와 유통/개통을 분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게 또 제대로 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러니 이통사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고 영업정지를 당했지만 KT가 정리해고 때문에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것을 빼고 
SKT와 LG U+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5906억, 1476억원이 각각 올랐습니다. 이러니 이통사들이 방통위의 엄벌에 앞에서는 고개 떨구고 속으로는 낄낄거리고 웃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팬택과 같은 국내 판매만 하는 업체는 부도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그나마 10월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정착 되면 구입하는 사람마다 단말기 보조금이 천지차이였던 현재의 난장판 같은 모습이 좀 줄어 들 것입니다. 그런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더 내리지 않고 다양한 저가 단말기(해외 저가 단말기도 포함)를 이통사가 판매하지 않으면 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오히려 이통사의 영업이익을 키우는 쪽으로 갈 것입니다. 

이래저래 봉 취급 당하는 소비자입니다. 특히 이런 구조를 모르는 나이드신 분들은 정보에 약해서 봉 취급 당하기 딱 좋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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