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 했습니다. 선거 끝났다고 바로 세월호 분향소를 철거 했습니다. 제가 사는 구청 앞에는 세월호 분향소가 있었는데 선거 다다음날 바로 철거 했습니다. 타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는 길이라서 매일 같이 구청 앞 분향소를 보면 추모객 한 명 없지만 매일 같이 향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6월이 되기 전 부터 분향소를 찾은 시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분향소 철거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야속함도 느낍니다. 왜냐하면 월드컵 응원을 구청 공연장에서 한다는 소리가 바로 들려오니 좀 야속 했습니다. 월드컵 즐기는 분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습니다. 즐기고 응원하는 것을 어떻게 타박을 합니까? 하지만 전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이번 월드컵은 조용히 보낼 생각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화요일, 비를 피하기 위해서 서울도서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분향소를 봤습니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서울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운영할 생각인가 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분향소에 이렇게 추모객을 맞기 위해서 오늘도 국화를 들고 서 있습니다.
비에 젖은 노란 리본이 흐느껴 우는 듯 합니다.
그 많던 추모객들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한 30분 지켜 봤는데 딱 한분만 저와 같이 이 천막 안에서 글들을 읽어 보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는 실종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다 잊은 듯 합니다.
매일 같이 울면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요즘은 많이 웃고 지내니까요. 그러나 문득 문득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 죄책감이란 이 나라에서 기성세대로 살고 있는 죄책감입니다.
그래서 전 이번 선거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예상대로 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나 봅니다. 사람 쉽게 안 변하듯 세상 쉽게 안 변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한국인데요. 수 많은 우리 안의 추악한 욕망의 더께로 쌓아 올린 한국입니다. 쉽게 우리들의 인성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라도 좀 변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이 모이면 조금이라도 정직하고 바른 세상으로 방향타를 옮길 수 있겠죠
추모의 글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정말 절대 잊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도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수채 구멍으로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기억이 침전 될지라도 간직하고 내 기억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시간은 흐르면 흐를수록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야기와 기억은 바래질 것입니다. 그 바래지는 기억만큼 한국이 좀 더 상식적인 세상,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게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어쩌면 그 아이들과 희생자가 살아 있다면 지금 쯤 월드컵 응원 도구를 들고 거리에서 응원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노란 만장들이 빗물에 흐르고 있습니다.
노란 리본이 노란 깃발이 되어서 펄럭입니다.
이 눈물 어린 기억을 바래질지라도 우리는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게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세월호 사고가 여름철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퍼붓고 사라지는 기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세월호 분향소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에 감사하며 서울시장님에게 감사합니다. 서울시민인게 자랑스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