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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스케일은 갓질라지만 스토리는 꼬질라인 영화 고질라

by 썬도그 201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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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아이들은 볼거리 놀거리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만화에 대한 갈증은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항상 가득했지만 그 시절에는 그 갈증이 더했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갈증도 안납니다. 그러나 분명, 그게 존재하는 것을 아는데 그 존재감이 어마어마한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해서 아는데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볼 마음만 있으면 쉽게 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들, 그러나 80년대는 일본 문화는 무조건 수입 금지였습니다. 덕분에  돈 많은 기업들이나 일본 제품 베껴서 쉽게 돈을 버는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평범한 대중들은 일본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초중고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끈 일본 문화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건담이고 또 하나는 고질라였습니다. 

고질라를 처음 알게 된것은 일본의 미니대백과사전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판매하던 책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전세계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같이 생겼는데 공룡과는 좀 다른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또한, 공룡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배경은 현대라서 아주 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고질라 매니아가 되었고 고질라와 미니라 메가 고질라, 모스라 등등 라로 끝나는 수 많은 공룡 모양의 괴수들이 도시에서 싸우는 특수 촬영물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볼 수가 있어야죠. 일본 애니메이션은 방영되었지만 고질라는 방영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질라에 대한 추억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고질라를 1998년 재난 영화의 거장인 '롤란드 애머리히'가 연출을 했지만 평론가와 대중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당시 고질라는 외모부터가 고질라와 크게 달랐습니다. 고질라는 고래의 일본어인 구지라와 고릴라의 합성어입니다. 그래서 얼굴은 고릴라 같이 생겼지만 전체 형태는 공룡 모양이고 크기는 큰 고래였습니다. 그런데 외모가 일본 특촬물과 너무 다르니 여기서부터 거부감이 들었고 스토리도 많은 왜곡이 있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다만, 1998년 고질라는 그 스케일은 최고였습니다. 자연 재앙이 아닌 생명체의 공격으로 한 도시가 폐허가 되는 모습은 짜릿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질라가 2014년 다시 돌아 왔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고질라다운 외모를 갖고 다시 부활 했습니다


2014년 제 얼굴을 가지고 부활한 고질라

일단, 반가웠습니다. 유년 시절의 그 얼굴을 가진 고질라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고 악수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외모는 일본 특촬물의 그 외모 그대로였습니다. 고릴라 얼굴에 공룡 외모, 등에 붙은 거대한 기시들 그리고 입에서 뿜어내는 파이어~~ 바뀐 것이 있다면 화염이 아니라 무슨 광자포 같은 파란색을 뿜어내는 것이 다를 뿐 그대로였습니다.

또한, 고질라의 특기인 꼬리치기와 입에서 불쏘기 등등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고질라 영화의 미덕인 거대한 크기를 보여주는 접근법은 아주 미끈하고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층 빌딩 크기 만한 고질라의 크기에 관객석을 앞도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고층빌딩 숲을 유유히 걸어가는 자체만으로도 공포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 묘사는 꽤 흥미롭습니다.


이런 크기의 미학은 2013년 '퍼시픽 림'에서 선보였는데 영화 고질라도 그런 크기의 미학을 또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퍼시픽 림의 2014년 버전이라고 할 만큼 두 영화는 비슷한 것이 많습니다. 특히 고질라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도심에서 몸싸움을 할 때 마다 건물 한 두개는 가볍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이 영화 2014 고질라의 가장 큰 재미는 크기가 아닐까 합니다. 크기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스케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이고 그 큰 놈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구경하는 것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뮤토와 고질라의 싸움

영화 고질라는 시작하면 1950년대 핵실험을 하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그 핵실험은 실험이 아닌 고질라를 죽이기 위해서 한 실험이었고 인류는 이 거대한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일본의 한 핵발전소가 붕괴 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 핵발전소 붕괴 사고로 주인공 브로디의 엄마가 사망하게 되고 아버지는 그 일로 큰 상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고가 단순 지진사고가 아닌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느낀 아버지는 그 핵발전소에 몰래 잠입합니다. 아들과 함께 잠입한 핵발전소는 일본 정부의 말과 다르게 방사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거대한 생명체를 만나게 됩니다. 

일본 정부와 과학자들은 방사능을 빨아먹고 자란 뮤토라는 생명체를 관리 감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고질라 보다는 고질라의 적이자 고질라와 맞짱을 뜨게 되는 뮤토라는 기이한 괴물의 거대함과 도시 파괴 미학(?)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이 뮤토라는 괴물과 고질라는 모두 고대 생명체로 방사능을 주식으로 먹고 사는 거대 괴물입니다.
그런데 이 뮤토란느 괴물이 핵발전소에 있는 방사능을 다 빨아 먹고 변태를 하게 되면서 영화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날개가 있는 뮤토는 하늘을 날아서 사라지고 러시아 핵잠수함의 핵미사일을 먹으면서 힘을 더 키웁니다. 

뮤토는 하와이에 상륙해서 하와이 시내를 초토화 시킵니다. 미군들은 미사일 공격 등을 해보지만 어느 것도 효과가 없습니다. 이때 바다에서 거대한 괴 생명체가 등장하는데 이 괴 생명체가 바로 '고질라'입니다. 이 둘의 싸움이 이 고질라라는 영화의 전부입니다. 스토리는 좀 있긴 한데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거대한 액션은 꽤 볼만하나 스토리는 공룡의 뇌보다 작다

정설 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룡이 멸망한 이유가 크기에 비해 뇌가 작아서 멸망했다는 소리가 있죠. 한 마디로 멍청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 고질라가 딱 그렇습니다. 크기는 우람합니다. 특히, 하와이나 샌프란시스코 해안을 파괴하는 장면 등은 그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 당합니다. 특히 빌딩을 라운드 삼아서 거대 두 괴수 아니 정확하게는 3 괴수의 싸움을 보는 것 자체가 아주 짜릿합니다. 

하지만 그런 거대한 액션과 물량 공세에 비해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주 초라합니다. 

먼저 이 고질라라는 영화의 초반 중반까지의 스토리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거대 생명체들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태도 살짝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과 그들의 연결 고리가 전혀 없습니다.

보통, 이런 재난 혹은 괴수 혹은 재앙 영화는 주인공이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룰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주인공에게 영웅의 향기를 느끼고 주인공의 되바라짐에 감동합니다. 영화 고질라도 이런 룰을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다른 집 자식이라도 지켜주는 착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울고 있는 아내를 다독이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하는 역할이 없습니다. 폭탄 해체반인데 폭탄도 해체도 않고 그냥 고질라와 뮤토의 싸움을 불구경합니다. 
이는 주인공 뿐이 아닙니다. 해국 제독과 일본인 과학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인간 자체가 개미들 마냥 큰 싸움의 희생자로써만 역할을 하고 구경꾼으로만 비추어집니다. 


그렇다고 주인공과 고질라의 어떤 교감이 있냐? 그런 것도 없습니다. 언어도 크기도 다르고 고질라가 인간들이 예뻐서 지구를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질라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고 그 본능의 결과물이 인간에게 이롭기 때문에 인간들이 고질라를 갓질라라고 칭송합니다.

이런 관계는 인간을 하나의 병풍으로 전락 시킵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적어도 고질라와 주인공과의 어떤 관계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없습니다. 또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크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허망한 스토리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손에 흘린 콜라가 끈적거리는 찝찝함을 유발합니다


그러나 거대한 스케일 하나는 고질라스러운 영화

스토리만 보면 졸작입니다. 절대 권해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만 빼고 액션과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퍼시픽 림과 비슷한 스케일과 흥미로운 장면이 꽤 많이 나옵니다. 특히 도시 철거 장면이나 도심에서 두 괴수가 개싸움을 하는 장면은 꽤 볼만하고 이 장면만 놓고 봐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그러나 액션 장면들의 기시감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약점입니다. 금문교 장면이나 해안가에서 싸우는 장면 그리고 왜 이런 거대 괴수들의 싸움 장면은 밤이거나 비가 내려야 할까요? 1998년 고질라도 고질라 나올때마다 비가 내린다고 지적을 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 잘 압니다. 아직도 우리는 거대한 크리쳐를 담을 때는 CG력이 좋지 못해서 비가 내리거나 밤에 액션을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빛이 없거나 직사광이 아닌 상황은 정밀 묘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질라가 나올 때 마다 비는 항상 고질라를 따라 다닙니다. 

그럼에도 2014년은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비가 내리거나 밤에 싸웁니다. 
이는 기술적인 한계가 아직도 존재하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지 영화 마지막 장면은 밝은 낮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 어색한 CG에 너무 크게 놀랐습니다. 아! 그래서 비오고 밤에만 싸웠구나라는 이해를 돕는 장면 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면 액션 장면의 창의성은 많지 않긴 했지만 규모의 크기와 물량 공세는 아주 달달합니다. 
특히 공중 수송기에서 공중 강하 하는 장면을 1인칭 시점으로 담는 장면은 아주 창의적이고 흥미롭고 짜릿합니다.



역시 덕은 양덕이 최고

영화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살짝 비판하면서 동시에 일본 원작에 대한 존경도 동시에 살짝 담습니다. 일본 원전 장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음에도 일본을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시장을 겨냥하고 동시에 원작에 대한 존경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영화 고질라는 스케일만 보면 꽤 볼만한 영화이고 온 가족이 만족하면서 볼만한 액션 영화입니다.
다만, 스토리는 정말 허탈할 정도로 인간들의 존재감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네요. 특히, 주인공의 무기력한 모습과 무존재감이 마치 고질라 크기 키우기만 올인한 듯한 모습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주말에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역시 덕은 양덕이 최고입니다. 스케일이나 표현력은 최고네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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