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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애도하는 추모식 같았던 2014 연등행사

by 썬도그 201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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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은 항상 바빴습니다. 벚꽃이 피고 지면 그 분홍빛 꽃잎에 떨어진 자리에 인간이 만든 연등이 피어납니다. 4월 말 혹은 5월초 부처님 오신날 1주 전에 종로에서는 연등행렬 행사를 합니다. 전국의 사찰들이 모여서 각 사찰의 연등을 들고 퍼레이드를 하는 제등행사를 합니다.

올해는 안 할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세월호 사고로 인해 전국민이 슬퍼하고 있어서 수 많은 행사와 공연이 취소 되었기에 올해 연등행사는 안 할 줄 알고 2007년부터 매년 찾아가서 보던 연등 행렬을 못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과 달리 올해 연등행사는 예정대로 진행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후 바로 카메라 가방을 챙겨서 종로로 향했습니다. 


매년 연등행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은 다 나오는지 내국인반 외국인반 일 정도로 외국인들을 엄청나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연등행사가 볼꺼리가 많고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입소문이 쫙 났나 봅니다.

그래서 전 감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 또는 퍼레이드에 이 불교 종교 행사인 연등행렬을 꼽고 싶습니다. 분명, 종교 축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내지는 않고 시민들의 흥을 돋구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 또한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 모습 등을 보면서 이 행사가 종교 행사를 뛰어 넘었구나라고 느껴집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의 이런 개방적이로 대단한 포용력이 전 참 좋습니다. 
이날도 카메라를 돌리는 곳 마다마다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네요. 그러고 보면 연등의 불빛은 참 곱습니다. 


현장에서 알았는데 연등행사는 나라의 경사가 나도 큰 재난이 발생해도 했다고 합니다. 경사가 나면 더 크게 함성을 지르고 고난과 재난이 있으면 경건한 추모식으로 했다고 하네요.

조계사 앞에는 노란 리본이 가득 달렸습니다.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과 희생사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이 노란 리본들이 노란 나비가 되어서 희생자와 실종자의 마음까지 전달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세월호 사고는 모든 어른들의 잘못이기에 제 평생의 짐으로 생각하고 살 생각입니다. 

어른이 어른다울 때 아이가 아이다운데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아이다움을 강요하는 못난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습니다. 


도로에는 촛불이 담긴 연등이 가득 펼쳐지고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무슨 글씨를 만들고 있네요. 아픔을 함께하자는 문구 같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시민과 외국인들이 촛불을 켜서 글씨 위에 펼치고 있습니다. 


연등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런 다양하고 큰 연등입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웃음소리는 없었습니다. 추모식 같은 행사이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는 단상에서도 아무런 멘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예년 같으면 각 사찰을 소개하고 축제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추모식 분위기였습니다. 



각 연등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문구가 가득 했습니다. 






연등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런 거대한 연등, 화려한 연등입니다. 서양의 네온싸인보다 LED램프 보다 더 화려한 연등입니다. 
표현력도 엄청나게 좋아서 표현 못하는 소재가 없습니다.






대부분은 작년에 본 연등이 많았지만 올해 처음 본 연등 중에 가장 흥미를 끌었던 연등은 이 긴 용입니다. 


용의 몸과 꼬리는 고정되어 있지만 머리 부분은 움직일 수 있습니다. 머리 뒤쪽에 보면 앉아 있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레버를 조절하면 머리가 상하좌우로 움직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네요




 올해 6월은 월드컵이 있네요. 예년 같으면 흥분을 했을텐데 올해는 축구 경기를 볼지 안 볼지도 모르겠네요. 본다고 해도 대한민국을 외치지는 못하겠네요. 이제 전 이 나라가 전혀 자랑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을 기념해서 축구공 연등을 만들었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연등행사는 큰 연등을 보는 재미와 각 사찰 신도들이 든 작은 연등의 다양함이 참 볼만합니다.  수년 전에는 손으로 드는 연등은 연꽃 모양이 대부분이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연등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저 연등들은 거리의 시민 특히 외국인들이 너무 좋아해서 달라고 하면 불교 신자들이 빼서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축구공 연등은 그냥 막 주기에는 너무 아름답네요. 만드는 것도 고생스러웠을텐데요. 




이 한글 연등도 재미있습니다. 



연등행사는 예년과 달리 규모도 축소 되었습니다. 몇몇 사찰은 세월호 사고 때문에 참가를 포기한 곳도 있고요. 
그래서 보통 10시 넘어서 끝났는데 올해는 9시 30분 경에 행사가 다 끝났습니다. 행사 후에 종로 거리를 걷는 약간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도로를 걸었습니다.

축제라는 것이 뭐 있습니까?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나 강남대로 같은 곳을 막고 거기에서 다양한 거리 공연을 하게 하면 그게 축제죠. 항상 뭘 준비하고 뭘 해야 하고 그럴 필요 없잖아요. 하다못해 종로거리를 차가 아닌 걸어서 지나가는 일탈적인 요소만 갖추어도 축제의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다시 조계사 앞으로 오니 어느새 글자가 다 완성 되었네요. 


연등을 보니 저 연등 하나하가 국민들의 마음을 담은 듯 해 보입니다. 그 차가운 바다에도 이 온기가 전혀졌으면 합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힘겹고 부끄럽고 미안한 하루 하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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