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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이야기의 마력과 매력을 잘 담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by 썬도그 201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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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에 하는 FM영화음악은 제 영화 선택의 길라잡이입니다. 이주연 아나운서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환하게 비춥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써니 작가님이 나와서 목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를 브리핑 해줍니다.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입니다. 

이미 많은 영화 블로거들이 추천을 하고 있어서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영화인지는 몰랐습니다. 

위 이미지만 보면 1996년 개봉작 포룸이 연상됩니다. 포룸은 4개의 호텔 방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호텔 벨보이가 엄청 우끼게 나옵니다. 그래서 포룸과 비슷한 코메디 영화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포룸과 유사한 모습이 꽤 많이 보입니다만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뭐라고 할까? 영화가 뭐라고 딱 정의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소녀가 한 소설가의 동상 앞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책을 들고 서 있습니다. 아마도 죽은 소설가가 쓴 책인 듯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소설을 영화로 펼쳐냅니다. 액자 구성이라면 액자 구성이라고 할 수 있죠.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 본인입니다. 1960년대 부다페스트의 몰락해가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기거를 합니다. 
매일 같이 보는 호텔 투수객들 이지만 서로 거리를 두고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유일하게 대화를 하는 사람은 호텔 로비보이입니다. 로비보이와 대화를 하다가 호텔 로비에 처음 보는 노인이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그 노인에 관심을 보이죠.

그 노인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인인 '제로'입니다. 제로는 이 소설가가 자신과 호텔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자기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고 그렇게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설가는 이 호텔 주인인 제로로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영화는 이 제로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로비보이에서 시작해서 호텔 주인이 된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마담D 살해 사건의 다룬 미스테리물 같으면서도 상당히 매끈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상당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주된 줄거리가 있습니다. 마담D라고 하는 노부인의 살해 사건을 가장 큰 중심축으로 두고 그 사건을 통해서 일어나는 많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노부인 살해범을 찾은 것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하나의 중심 이야기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인 구스타프(랄프 파인즈 분)과 그의 수제자인 제로(토리 레볼로리 분)의 아버지와 아들 혹은 스승과 제자에서 느껴지는 기품있는 내리사랑과 존경이 잘 담겨 있습니다. 미스테리물로 보면 미스테리물이고  직업의식과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배려와 존경으로 보면 좋은 드라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 영화가 어떤 부류로 넣기에는 이 영화는 상당히 모호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과 경험에 따라서 감상평이 크게 다를 것 같기도 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한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영화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고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확신이 서고 이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뭔지 확실하게 알지만 이 영화는 이상하게 다 보고 나서도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확한 주제가 없다면 없고 있다면 있는 영화인데요. 계속 영화 속 이야기를 되돌아보고 되돌아보니 신기하게도 돌아볼 때 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다른 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경험이라는 필터를 끼고 이 영화를 보면 호텔을 가꾸고 사랑하고 손님을 마음을 넘어 몸(?)으로 사랑하는 구스타프 지배인의 프로정신이 가장 돋보이더군요.

그 다음이 미스테리 살인 사건과 탈옥을 담은 약간의 액션 코믹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역사물 같기도 합니다. 세계 1차 대전 전후를 담고 있는데 역사의 반복을 기차 칸이라는 공간으로 잘 보여줍니다.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무한 반복이라는 말이 있듯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떤 것이 같고 다른 지를 잘 보여주네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장센이 아주 독특합니다. 아니 좀 기시감이 보이긴 합니다. 팀버튼 영화 같기도 하고 박찬욱 감독 영화 같기도 합니다. 각질 하나 없이 매끈하고 매혹적인 시각적 묘미를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광들을 담고 완벽 대칭 구조의 호텔 내부 모습 그리고 달달한 케익 같은 색이 가득합니다.

이런 미장센은 팀 버튼이 잘 하는데 이 영화도 그런 미장센이 뛰어난 영화입니다. 여기에 잔혹스러운 악당도 나오는데 이렇게 다면적인 모습을 한 영화에 담으니 무서운 장면도 그냥 쉽게 넘어가고 반대로 심각해야 한 장면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전체적으로 평하면 귀여운 미스테리물???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하시겠지만 보시면 이런 생각이 드실거예요. 

참 귀여운 영화입니다. 이 귀여움의 8할은 영화의 실제적인 주인공인 구스타프를 연기한 랄프 파인즈 때문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까메오급 유명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유명한 주연급 배우들이 조연이나 까메오로 많이 등장합니다.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주드 로, 제프 골드블룸, 오웬 윌슨, 하비 케이틀, 윌렘 데포, 애드리언 브로디 등 실로 배우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배우들이 툭툭 튀어 나옵니다. 

특히 윌렘 데포의 악의에 찬 모습이나 틸다 스윈튼의 노인 분장은 꽤 흥미롭더군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실질적인 주인공 연기를 한 '랄프 파인즈'와 로비보이 연기를 한 '토니 레볼로리'의 케미는 이 영화가 산으로 가지 않게 꽉 잡고 있습니다. 만약 이 두 사람의 연기 케미가 터지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중구난방식의 시장바닥 같은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관계와 연기가 화려함 속에서 진중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0분 짜리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은 느낌을 주는 영화

100분 짜리 소설책을 읽은 느낌입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노신사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의리와 신념을 평생 지키면서 곱게 늙어가는 노신사의 이야기를 들은 느낌입니다.

사람은 죽고 없어지고 사라지지만 이야기는 계속 구전되고 구전되어서 내 기억에서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계속 전달이 되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무일푼으로 호텔 로비보이로 시작한 제로의 이야기는 소설가에게 전달 되었고 소설가가 죽은 후 그 소설을 읽은 소녀가 또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 해 줄 것입니다. 

저도 죽으면 이야기만 남겠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남깁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후세에 전달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이야기를 널리 멀리 전달하려면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어야겠죠.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여야 할 것입니다. 

제로가 소설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자기 이야기 속 또 다른 주인공인 구스타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내 이야기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엮은 이야기이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좋은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이 내 이야기를 풍성하고 아름답고 감동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상당히 귀엽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그냥 달콤한 크림 케익을 먹고 나온 느낌입니다. 강력추천은 아니지만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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