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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또 하나의 약속의 영화 내용이 영화관 밖에서도 펼쳐지는 기이한 풍경들

by 썬도그 201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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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영화는 영화관 안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것과 함께 영화관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두 살펴야 합니다. 특히 민감한 사안을 다루거나 시사성있는 사회 비판적인 영화는 더더욱 영화 자체로만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행동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반공 영화를 보러가는 행위는 내가 반공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고 쿼어 영화를 보는 것은 내가 성 소수자를 지지한다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예술 영화를 자주 많이 보는 사람은 예술 영화를 지지하고 좋아한다는 행위이죠. 영화 '변호인'은 그 영화 자체로만 이루어진 영화가 아니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행동이기도 했으니까요. 

이렇게 내가 어떤 영화를 선택하는 행위는 내 성향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영화 뿐이겠습니까?
내가 자주 먹고 즐겨 먹는 음식이나 책, 드라마, 취미를 넘어 내가 자주 만나는 친구나 사람이 나의 성향을 드러내는 행동이죠. 

그럼 방송사가 어떤 기사를 내고 안 내고도 그 방송사의 성향이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변호인은 1천 1백만이 든 영화입니다. 


방송 3사의 영화 소개프로그램이 단 한 번도 소개 하지 않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방송 3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막강한 힘을 가진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영화 홍보에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프로그램입니다. 토요일 오전 10시 10분에 방영되는 KBS 영화 소개 프로그램 '영화가 좋다'는 영화 변호인을 단 한번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영화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소개할 수 없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장안의 화제인 영화이자 1천만 명이 넘게 본 영화를 단 한 차례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MBC와 SBS는 자사의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1번 이상 소개를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위에서 지시를 내려서 영화 소개 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을까요?
그런데 오늘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은 아예 방송 3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단 한 차례도 예고편을 틀어주지도 소개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 뒤져 봤지만 단, 한 번도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제작비도 크지 않은 작은 영화라서 소개 안 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 그렇게 생각되어지지가 않네요. 왜냐하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영화이고 최고의 광고주인 삼성을 비판하는 영화를 공중파 방송사에서 소개하는 것은 거대한 광고주인 삼성님의 노여움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알아서 혹은 위에서 지시를 한 것은 아닐까요?

제 피해망상일 수도 있습니다. 네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3개 방송사가 똑같이 합을 맞춘듯 소개를 안 해 줍니까? 예술 영화도 아닌 상업 영화이고 오늘 제가 목격해보니 예술 영화의 문법을 따른 영화가 아닌 그냥 드라마입니다. 상업용 드라마 영화요. 그런데도 모두 소개를 안 해주는 모습. 좀 화가 나네요



또 하나의 약속을 예술 영화로 분류한 롯데 시네마. 또 하나의 삼성 가족?



롯데 시네마는 '또 하나의 약속'을 서울에서 딱 1곳에서만 개봉하고 있습니다. 종로 피카디리 극장에서만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 시네마의 해명에 따르면 영화 프로그래머가 이 영화를 예술 영화로 평가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직접 봤습니다. 예술 영화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는지 적은 제작비로 제작한 영화라서 그런지 직접 봤습니다. 뭐 사람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이 영화 예술영화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예술 영화들은 보통, 많은 은유과 여백을 두는데 '또 하나의 약속'은 그런 문법의 영화가 아닌 그냥 드라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이고 일반 상영관에서 걸어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모르는 배우들만 나옵니까?
박철민, 윤유선, 김규리, 이경영, 정진영 등의 배우들이 나옵니다. 뭐 배우가 누가 나오고 어떤 문법이고 아니고가 예술 영화 전용관에 넣고 안 넣고의 절대 판단 기준은 아니지만 흥행성 다분하고 특히 변호인 본 분들이라면 더 흥미를 끌만한 영화입니다. 

저는요! 이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변호인의 3배의 감동을 받았고 부러진 화살의 5배의 통쾌함도 느꼈으며 26년의 피 끓는 울화를 10배나 더 느꼈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불편하고 그래서요. 영화 보고 난 후 종로 거리를 2시간 그냥 걸었고 그래서 겨우 마음이 진정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오버질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야기 자체가 충격적인데 그걸 차분하고 정제된 연출로 담았습니다만 그 이야기의 무게가 너무 커서 흘러 넘쳤습니다. 

두번 보라면 보지 못할 정도로 큰 울분에 내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고 이런 회사가 한국을 대표하고 한국 경제를 쥐락 펴락하는 그 사실에 그냥 다 서글펐습니다. 

영화에도 나오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언론사에 전화하고 여기저기 도와 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그때 언론들이 삼성이요? 안 됩니다. 라고 전화를 끊었어요. 변호사들은 어떻고요. 자기 밥줄 끊긴다면서 다 손사래를 쳤어요. 최대 광고주인 삼성에 함부로 대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삼성과 한 가족입니까?
아니면 그 롯데시네마 영화 프로그래머가 삼성과 한 가족입니까? 당신의 선택인지 아니면 위에서의 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걸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 또 하나의 약속은 예술 영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영화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 동료를 배신하고 팔아 먹는 사람이 나옵니다. 솔직히, 그 사람 손가락질 못해요.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삐약 삐약 우는 애 때문에 양심을 버리고 불의인 줄 알면서도 부정한 행동을 하고 지 새끼를 위해서 검은 돈을 만지고 거래하고 그러는 사람이 세상 태반인 거 압니다. 그래서. 함부로 손가락질을 못하는 그 현실이 더 서글펐습니다. 

어제 롯데 시네마는 전국 개봉관을 7에서 19개로 늘렸다고 합니다. 그나마 고무적이고 다행이네요. 부탁을 하자면 '프랑켄슈타인' 흥행 성적 안 좋을 것 같고 예매율도 좋지 않은데 프랑켄슈타인 파리 날리면 그 자리에 '또 하나의 약속 몇개 관만 더 넣어주세요. 돈 그렇게 좋아하시니 제가 부탁을 안 해도 알아서 하겠죠. 

전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추태들이 더 화가 나네요. 


영화가 더 언론 같은 기이한 세상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어야 합니다. 언론이 했어야죠. 언론이 제대로 삼성 비판 기사를 쓰고 삼성의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서 사회적인 책임을 물었어야죠. 광고주라고 굽신 거리니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영화 속에서 삼성 직원이 말하듯 삼성 망하라고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삼성은 망하는 것은 저도 좋아 하지 않습니다
삼성은 망하면 안 되겠지만 지금의 삼성으로는 안 됩니다. 지금의 삼성은 수전노 같은 모습입니다. 놀부 같은 회사라고요. 
최소한 염치도 없는 회사입니다.  돈에 중독된 인간들이 가득한 회사입니다. 

그 수전노 같은 모습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열 받았던 것은 기계적으로 인사하고 보상비를 툭툭 올려주는 모습에서 화가 납니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믿는 인간들이죠.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그걸 비판 했습니다. 결코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업 전체를 비판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 보다도 딸이 큰 회사 입사한 것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어떻게 거대한 회사와 싸워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삼성이라는 이름에 굴복하는 수 많은 이름들이 세상에 넘쳐 납니다. 이런 현실이 너무 서글프네요. 전 영화 보고 나오면서 가장 걱정이 된 것은 저 배우들이었습니다. 저 배우들 CJ나 롯데시네마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캐스팅 되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이게 뭡니까? 자기 검열의 일상화인가요?  시쳇말로 시범 케이스죠. 한 두놈만 패면 나머지는 알아서 기는 그런 세상, 그게 바로 군대인데요. 대한민국 전체가 군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관은 삼성입니다. 삼성 공화국에 반기를 드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니 전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 외적인 이런 풍경이 더 영화 같아서 서글프네요. 그래도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수 많은 개미 후원자의 이름에서 힘을 얻게 됩니다. 그 이름에 제가 없었던 것이 부끄러웠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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