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현대인의 거대한 불안을 뛰어난 연출력으로 담은 '테이크 쉘터'

by 썬도그 2014. 2. 8.
반응형

현대인들이 멘토를 찾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왜 우리가 힐링 힐링 하는지 아세요? 우리가 왜 점을 보고 혈액형 점을 광신도처럼 믿는지 아세요? 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운명인지 아니면 자유 의지인지를 확인하려 드는지 아세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래를 모르기 때문이예요. 미래를 모르니 그 모름에서 오는 불안감에 멘토를 찾아서 미래를 보여달라고 하고 그 불안감에 힐링 힐링을 찾은 거죠. 미래가 정해져 있고 재수없게도 2018년 4월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정해져 있다면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어도 불안에서 오는 공포는 사라질 것입니다. 인간은 항상 불안해 하는 존재입니다. 겁이 참 많은 동물입니다. 특히 아이가 생기면 겁이 더 많아집니다. 가장으로써 이겨낼 수 있는 공포라면 오히려 곰 같은 힘을 내지만 불가항력적인 상대라면 잔뜩 겁을 먹어버리죠

현대인의 이런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신분이 정해져 있어서 어느 정도 삶의 테두리가 둘러쳐진 신분제도가 있던 시대보다 더 큰 불안감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왜 우리는 오늘도 불안감에 오들오들 떨고 있을까요? 회사에서 언제 짤릴지 몰라서 불안하고 식구들이 큰 사고 날까 봐 불안하고 뉴스를 보면 온통 사건 사고와 강도 화재 소식에 한숨이 나옵니다. 

한국인은 더 큰 불안이 있죠. 머리 위에 핵을 가진 북한이라는 강력한 불안 요소가 존재하고 있어서 더 큰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불안은 항상 있어와서 그나마 내성이 생겨서 무시 할 정도고 되고 있지만 한국은 엄청난 스트레스 유발 요소가 많은 나라라서 불안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 남자가 불길한 눈길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자가 바라본 곳에서는 거대한 적란운이 피어 오르고 있고 곧 회오리 바람이 불어 올듯한 모습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비가 투명한 물빛이 아닌 누런 색을 띄고 있습니다. 



커티스(마이클 새넌 분)는  사만다(제시카 차스테인 분)과 함께 사는 30대 가장입니다. 어린 딸이 있는데 갑자기 청력을 잃어서 수화로 대화를 합니다. 직업은 건설 기사로 전형적인 30대 미국 가정의 가장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커티스가 잠을 자면 악몽을 꾸게 됩니다. 자신이 키우던 개가 자신의 손을 무는 꿈을 꾸고 난 다음날 하루 종일 팔이 저려옵니다. 커티스는 이 불길한 악몽을 꾸면서 점점 자신이 이상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망상과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환청도 들려오기 시작 합니다. 


그런 악몽에는 항상 딸이 나오는데 그 딸을 지켜주기 위해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딸을 꼭 안아줍니다. 
이런 불안감은 직장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심해집니다.



결국 집을 저당 잡히면서 대출을 해서 집 마당에 토네이도를 피할 거대한 쉘터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짓지만 그때마다 커티스는 혼자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내 불안의 시작은 어디인가? 

한 10년 전에 후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불안하지? 두렵고 겁도 많아져. 
후배는 자신도 그렇다면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한 참 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이 많아지고 아는 것이 많아져서이지 않을까? 하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나이들수록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해주고 있습니다. 

불안은 아이들에게도 있습니다. 커서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될까에 대한 불안감, 10대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20대는 취직을 하지 못하는 불안 등이 있죠. 그러나 30대는 취직을 해도 불안감이 10,20대 보다 더 많아집니다. 먼저 가진 것이 많아지면 질수록 불안 합니다. 차를 사면 밤에 누가 차를 긁고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잘못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함께 합니다. 가족은 가장이 책임져야 할 짐입니다. 책임 질 것과  가진 것에 비례해서 불안은 증폭 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버리고 내려놓으라고 말하지만 그런 식으로 버리고 내려놓고 비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 스님들 말씀대로 살면 세상에는 불안이 절반 이상 해소될 것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그 스님들이 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될 지언정 불안감은 줄지 않았습니다. 즉, 누구나 그렇게 살면 불안함이 줄어 드는 것은 알지만 누구도 그렇게 살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영화 '테이크 쉘터'는 30대 가장인 커티스를 통해서 현대인의 불안의 근원을 아주 유려하게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쉘터에 집착하는 커티스는 우리들의 모습

영화는 커티스라는 30대 가장을 통해서 현대인의 불안을 투영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커티스가 자신의 이런 불안스러운 행동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의 병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 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인터넷을 찾아서 많은 정보를 습득합니다.

증세가 더 심해지자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자리에서 커티스는 테스트 종이에 자신의 증상을 체크한 것을 자기 자신이 다 설명을 합니다.  증상 10가지 중에  5개가 넘으면 정신분열증이 의심되지만 
자신은 2개 이기 때문에  자신은 전 단계라고 의사에게 말합니다. 의사는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이 점점 더 불안해 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고 있지만 그 정보와 지식은 오히려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증폭합니다. 확실하지 않는 정보를 가지고 자신을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면 됩니다. 치과의사들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줍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치과에 가기 전에 인터넷을 뒤져서 자신의 이가 아픈 이유를 스스로 판단합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병인 시대가 된 것이죠. 

인터넷에 떠도는 수 많은 괴담과 U.F.O 사진과 루머들 이거 다 정보 과잉 시대의 병폐입니다. 몰라도 되는 것을 오히려 알게 되어서 망상에 빠지게 되죠. 이런 괴담들은 불가사리처럼 계속 커지고 커질 것입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가 진실의 옷을 입고 날개를 달아 날아오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를 이 영화는 정신병이라는 소재와 버무리면서 현대인들이 심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앓고 있는 불안증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합니다. 


영화는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직선적이여서 지루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영화와 동화 되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음습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순백의 눈 위에 붉은 핏방울이 떨어진듯한 날카로운 기운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감을 유발합니다. 

특히 커티스가 점점 불안 증세가 심해지는 과정에서는 연민을 느끼게 까지 합니다.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이 불안은 중독을 양산합니다. 커피 중독, 게임 중독, 마약, 돈, TV중독, 책 중독, 영화 중독 등 수 많은 중독으로 불안감을 치유합니다. 중독 된 그 상황에서는 절대 불안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대인들이 그렇게 하나에 꽂혀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나요?


완벽하지 않는 세상, 가족이 가족을 구원하다

장애를 가진 딸, 얼마 전에 정신병으로 자신들을 버린 엄마 대신에 자신들의 큰 쉘터였던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커티스는 이 불안감 속에서 폭풍우가 몰려와서 지구가 멸망한다는 망상에 소리 소리를 지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와 딸, 커티스는 말합니다. 

날 떠날거야?
아내는 그런 힘들어하는 커티스를 안아줍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라이막스는 앞 마당에 있는 방공호(쉘터)에서 나가지 못하는 커티스를 딸과 아내가 직접 열쇠를 주면서 당신이 열어야 한다고 용기를 주는 장면입니다.  이런 불안감을 치유하는 유일한 열쇠는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런 가족이야 말로 많은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반석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런 메시지가 참 공감이 가네요

하지만, 요즘 가족들 중에는 오히려 불안감의 요인이 되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가족도 많고 핵가족을 넘어서 원자화 되는 가족 관계로 인해서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할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방황을 하는 현대인들이 많습니다. 대화가 불안감 해소의 첫번째 계단인데 이걸 우리는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SNS에 중독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영화 마지막 장면은 감동스러운 장면 일수도 있지만 조금은 이상한 결말로 끝맺음을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을 한 마이클 새넌의 연기도 뛰어났고 제시카 차스테인의 놀랍도록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는 연기에 감동 했습니다. 특히 커티스에게 용기를 주는 모습은 이 배우에 홀딱 빠지게 하네요. 제시카 차스테인, 이 배우를 알게 된 영화이기도 한데 영화 '헬프'에서도 봤었네요. 미인은 아니지만 창백한 얼굴에서 보여지는 기품이 대단히 좋은 배우입니다. 

딸 해나 역으로 나온 토바 스튜어트의 초깜찍도 영화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잠재웁니다. 
영화 감독은 '제프 니콜스'로  앞으로 주목할 만한 감독입니다. 상당히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지는데 마치 북유럽의 사진을 보는 듯한 깔끔하면서도 불안감을 점점 높여가는 연출력이 무척 좋네요. 

우리는 우리만의 쉘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쉘터에는 온갖 중독제가 가득하죠. 이 불안감을 해소할 열쇠는 가족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문제 제기와 해답까지 잘 보여주고 있는 꽤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런 영화 보는 것에 훈련이 안 된 분들에게는 중반까지 상당히 지루해 할 수 있습니다. 

별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