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사진은 맥락이자 태도이자 시선이자 선택이다 본문

사진작가/국내사진작가

사진은 맥락이자 태도이자 시선이자 선택이다

썬도그 2014. 2. 5. 08:56

2014/02/05 - [사진작가/국내사진작가] -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사진과 미디어의 관계를 비판한 하태범 사진작가

글에 이어집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 사진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가게 한 작가는 하태범과 백승우 작가였습니다.  하태범 작가에 대한 소개는 이전 글에서 했고 이번 글에서는 백승우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백승우 사진작가의 메멘토

서울 시립 미술관 1층은 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요즘은 사진 매체가 인기라서 그런지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도 사진 관련 전시회가 많이 열리네요. 사진 매니아인 저에게는 흐뭇한 풍경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과 미디어라는 주제로 전시 되고 있습니다. 백승우 사진작가는 메멘토라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메멘토 사진 시리즈는 아주 아주 독특합니다. 보통 사진하면 사진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전시합니다.
그러나 이 메멘토는 백승우 작가가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미국의 벼룩시장에 나온 슬라이드 사진을 백승우 사진작가가 구매를 합니다. 

그렇게 구매한 수 많은 사진을 8명의 사람에게 벼룩 시장에서 구매한 사진을 주면서 맘에 드는 8장의 사진을 고르고 그 8장의 사진에 이야기를 만들거나 사진 캡션과 제목을 달아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렇게 8장이 하나의 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자체가 신선합니다.
하나의 사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우리는 보통 사진하면 사진 촬영한 사람이 A부터 Z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즉 사진작가가 모든 것을 다 한다고 생각하죠.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100%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아침 신문에서 보는 보도 사진, 뉴스에서 나오는 뉴스 기사 꼭지. 그게 사진기자나 방송 기자의 시선만 오롯하게 담았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의 시선이 담기긴 했지만 그 시선이 그 기사를 셀렉팅 하는 거대한 권력자의 시선과 일치해야만 기사화 되고 활자화 되고 방송에 나오게 됩니다.

게이트 키핑이라고 하죠. 백날 사진기자가 기자가 취재해서 데스크 위에 올리면 뭐합니까? 편집 기자라는 혹은 데스크라고 하는 문지기라는 권력자가 자기 맘에 드는 기사는 통과 시키거나 거부하죠. 그 문지기는 지 생각만으로 문지기 역할을 할까요? 그 문지기에게 월급을 주는 임금 같은 인간이 지시를 하죠. 일일이 지시를 하지 않죠. 사장님 의자에 앉아서 눈짓으로 발짓으로 까딱 거리면 알아서 설설기죠. 성공한 대부분의 회사원은 눈치밥이 100단입니다. 이렇게 문지기들은 자신이 출세하려면 어떤 기사를 통과 시키고 거부 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 

그런 문지기인 편집 기자 혹은 데스크라는 인간들이 기사를 셀렉팅하고 그들이 권력자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사진을 찍는 촬영자도 중요하지만 그 사진을 셀렉팅하는 손길도 중요합니다. 언론사가 아닌 사진계로 비유하면 미술관 큐레이터나 관장님이 셀렉터입니다. 그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사진작가는 서울 시립 미술관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소개 돌 수 없습니다. 전시 공간은 한정 되어 있고 사진작가는 넘치고 넘치니 유통업자가 힘이 막강한 것이 예술계의 현실입니다. 

좀 엇나간 이야기를 한 듯 하고 큐레이터분들이 들으면 기분이 상하겠지만 그게 또 현실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사진 셀렉팅의 중요성을 이 메멘토 시리즈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8명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게도 이 8명이 고른 사진 중에 동일한 사진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총을 쏘고 있는데 이 셀렉터는 간단한 캡션을 담아 놓았네요. Jeff London, 1972


그런데 다른 분이 선택한 8장의 사진에도 이 사진이 있습니다. 캡션은 다릅니다. 캡션에는 '더블 비젼'으로 담겼습니다
같은 사진이지만 보는 시선은 다르기에 사진 캡션도 다릅니다. 또한 위치도 다른데 위위 사진은 첫번째에 위 사진을 소개했고 위 사진은 8번째 즉 마지막 사진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배 사진만 8장 모아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분은 아마 배에 무척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이분 사진도 재미있습니다. 8장의 사진이 연관이 없는 듯 하지만 셀렉팅 한 사람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그 시선이란 이 사진들은 인물 2명이 항상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총쏘는 분 사진이 또 선택이 되었네요


한가로운 두 사람



평화로운 두 사람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춘 이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은 찍은 사람의 시선과 그 사진을 셀렉팅 하는 시선 그리고 그 셀렉팅한 사진을 보는 관람자의 시선, 이렇게 3개 이상의 시선을 통해서 나에게 다가옵니다.

사진을 촬영하면 먼저 사진가의 시선이 사진이 투영 되겠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진은 객관적이다.
틀렸습니다. 사진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장면을 사진을 찍고 안 찍고의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진은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반정부주의자라면 전의경이 시위하는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겠지만 반대로 시민이 전의경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카메라로 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아니, 다 찍었다고 칩시다. 전경이 패고 시민이 패는 양쪽의 폭행하는 장면을 모두 촬영 했다고 칩시다.

그걸 신문사 편집기자 데스크에 올려 놓으면 편집 기자는 양쪽 폭행을 소개할까요? 아닙니다. 조중동이라는 보수 언론사는 시민이 전경을 패는 장면을 확대해서 1면 사진으로 소개하고 한겨레나 경향은 전경이 시민을 패는 사진을 소개할 것입니다. 

여기서 두번 째 판단과 시선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는 관람자의 최종 시선이 들어가죠. 조중동 1면에 올라온 시민이 전경 패는 사진을 보고 보수주의자들은 빨갱이 놈들이 시위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사진을 진보주의자가 보면 역시! 조중동이라면서 일부러 이런 사진 올린다고 비판하죠.

이렇게 하나의 사진을 3명이 셀렉팅을 합니다. 
촬영자, 선택자, 그리고 관람자. 그리고 그 감상평은 다 다를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사진을 두고 많은 이견이 들어가는 이유는 각자의 삶의 방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승우 사진작가가 툭 던져준 사진을 선택하는 8명의 사람은 각자의 경험을 반석으로 하고 8장의 사진을 선택하고 그 사진을 이용해서 스토리를 쌓아 올립니다. 

그래서 사진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주관적인 매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의 뛰어난 기록성에 취해서 그걸 100% 객관으로 생각하죠. 이미지를 읽는 힘이 없기 대문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문맹을 넘어 사진맹, 혹은 이미지맹이 늘어가는 요즘입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셀렉터는 아포리즘 같은 캡션을 적은 분입니다.


나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다. 완벽한 우연의 만남. 이분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재미있던 분은



이 사진에 사진기가 총이라면..이라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모든 사진 찍는 행위를 총을 쏘는 모습으로 연결했습니다.
우리는 총을 쏘고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동사가 다르죠. 쏘고 찍고는 다른 동사입니다. 사진 쏜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영어는 동일합니다. 총을 shoot하고 사진을 shoot합니다. 전 이 단어가 공감이 가는 것이 사진 찍고 총 쏘는 포즈가 너무나 동일합니다. 

이분은 사진을 총으로 치환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사진이 라이플(총기)라면 자신은 너무 많이 죽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 한 10만 번은 총질을 했고 제가 죽인 인물은 수만명이 넘을 것입니다. 끔찍하죠.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카메라로 쏜다고 죽기 보다는 웃음을 짓습니다. 같은  shoot이지만 셔터는 누르면 웃음꽃이 피고 총은 shoot 할 수록 곡소리가 납니다. 

흥미롭습니다 같은 동사를 공유하는 명사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내놓다니요. 

백승우 작가의 이런 시선이 즐거웠습니다. 
8장의 사진은 마치 8컷 만화가 되어서 셀렉팅한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지 않더라도 저 같은 관람자가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야기 중독자이고 조금만 연관이 있으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해석합니다. 이건 본능입니다. 아무 연관이 없는 8장의 사진을 툭 던져주고 이야기를 만들라고 하면 유치원 생도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오히려 세상 때가 가득한 어른들이 이건 말도 안돼!라고 자기 검열을 해서 이야기 만들다가 포기하죠. 아이들은 포기 안 합니다. 이야기를 정말 잘 만들어내요. 

사진의 스토리텔링, 셀렉팅, 태도, 시선, 관람자의 시선 등 정말 풍부한 이야기를 품은 사진 시리즈가 메멘토였습니다. 정말 한참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슴에 박힌 사진 시리즈였습니다. 

덕분에 행복 했습니다. 행복한 사진이었고 이 사진을 보면서 상상하는 1분 1초가 활어 같았습니다. 정말 오랜 만에 사진을 보면서 행복 했습니다. 그래서 백승우 작가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네요. 


5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