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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사진과 미디어의 관계를 비판한 하태범 사진작가 본문

사진작가/국내사진작가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사진과 미디어의 관계를 비판한 하태범 사진작가

썬도그 2014. 2. 5. 00:23

처음에는 전쟁터나 재난 사고 현장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물을 보고 "어휴! 저걸 어째~~"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묵직한 눈시울을 감추기 위해서 티슈로 빠르게 눈물을 흠치면서 남들에게 눈물 흔적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죠. 그러나 그런 장면을 매일 아침 보게 되면 물리게 됩니다. 이라크에서 오늘도 폭탄 테러로 100명이 죽었다고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뚱하고 보죠.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고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폭력적인 장면과 사건 사고에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그런가 보다~ 라고 바라보게 되죠

타인의 고통을 생생한 고해상도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는 충격이고 구역질이 나지만 자주 보면 익숙해집니다. 
그래서 그런 잔혹한 전쟁 혹은 재난 사진도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지만 나중에는 무뎌지고 무뎌지게 되고 그냥 하나의 소비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 잔혹스럽고 처첨한 현실을  관조적으로 보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기자는 이런 사진 찍으면서 돈 벌고 있네. 남의 고통은 너의 월급이구나!"라는 시니컬한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이 생각은 크게 잘못 된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들 중에는 전쟁이 나고 포탄이 터지면 그걸 세상에 알리는 소명의식 대신에 돈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또한,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전쟁 중독증에 걸려서 포탄 터지면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포탄 터진 쪽으로 달려갑니다. 

영화 '허트 로커'는 전쟁 중독자가 어떻게 현실감각을 잃어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전쟁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세계 제 3차대전이나 외계인 침공 같은 범지구적인 전쟁이 아닌 나에게 파편 하나 튀기지 않는 이억만리의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터지는 포탄과 빗발치는 총알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쟁의 고통? 그런 것을 느끼나요? 과연 그걸 느끼는 한국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끽해야 파견 나간 우리 부대원의 안위만 걱정할 뿐이죠. 한국인이 다치지 않으면 모두 타인의 고통이고 그 고통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 장황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하태범 작가님 때문입니다. 
일전에 제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미술관속사진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1월 28일부터 3월 23일까지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라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sema.seoul.go.kr/kor/exhibition/exhibitionPhoto.jsp?seq=331
이 전시회를 오늘 보고 왔는데요. 익히 알고 있는 사진작가의 작품도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진작가도 많았습니다. 저녁에 워크숍도 했는데 정말 유익한 2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전시회인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가 2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또 따로 소개할 예정이고 먼저 이 하태범 사진작가의 작품에 깜짝 놀랐습니다. 전시회 끝 부분에 먼지 모를 하얀 종이 위에 뭔가 튀어 나온 것들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무슨 트럭이 파괴 된 흔적이네요.


이건 탱크네요. 탱크가 부서져 있습니다. 모두 종이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건물이나 여러 형태로 봐서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같습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영상물을 봤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듯한 탱크가 실제 음향 효과와 함께 부셔지고 있습니다. 헬기나 발칸포를 장착한 썬더볼트 A-10에서 쏜 발칸포 소리가 요란합니다. 종이로 된 탱크가 부셔지는 모습에 쾌감을 느꼈습니다

FPS 게임이나 전쟁 영화 특수 효과 같았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이 영상물이 하얀색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FPS게임이라고 하는 서든 어택이나 아바 같은 게임도 청소년 버젼과 성인 버젼의 구분을 피 색깔로 구분합니다. 헤드샷을 날렸는데 붉은피가 튀면 성인용, 하얀 피가 튀면 청소년이나 얼라들 용입니다. 저야 성인이다보니 청소년 용이 어떤지 몰랐는데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하얀피가 튄다고 하네요



제가 이 짧은 영상물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 이유는 하얀 피(?)가 튀었기 때문입니다. 음향은 실제 음향이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치는데 영상은 온통 하얗습니다. 하얀 총알, 하얀 파편, 하얀 폭풍, 포탄이 터져도 햐얀 폭발이 보이니 마치 게임 같아 보이네요

하태범 작가는 자신이 위크숍에서 자신의 작품을 차분하게 설명 했습니다
먼저 이 하태범 작가님은 사진학과 출신이 아닌 조각가였습니다. 요즘 많이 느끼는 것은 사진학과 출신분들은 평생 사진만 하지만 조각가, 미술가 분들은 다양한 표현 매체를 찾다가 사진에 매료 되어서 사진에 안착한 분들이 많습니다. 정확하게는 하태범 작가는 조각가 이기도 하고 설치 예술가이기도 하고 사진작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진, 영상, 설치 예술을 다 합니다. 
위 영상물 이름은 'Play War Games' 시리즈입니다. 

위 영상물을 제작한 계기가 재미있습니다. 

위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iraq war helmat cam이라는 검색어로 찾은 동영상입니다. 몇년 전부터 유튜브에 이런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미군 병사들이 헬멧에 헬멧 캠을 달고 전투 장면을 촬영한 후 그걸 유튜브에 올리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전 처음에 이 영상보고 서든어택이나 아바 같은 FPS게임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놀라습니다. 오히려 더 현실감있죠. 게임과 위 영상이 다른 점은 내가 컨트럴 할 수 없다 뿐이지 모든 것이 비슷하고 동일합니다. 

아무리 게임이 현실을 재현하려고 하지만 이 영상은 아예 현실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어떠세요? 영상 보면 박진감 넘치고 짜릿하지 않나요? 실제로 전쟁터에서는 아드레날린이라는 마약이 몸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큰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아드레날린에 중독 되어서 전쟁 중독자를 양산하죠. 

쾌감과 고통은 한 끝 차이입니다.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피 흘리지 않는다면 최강의 쾌락 파티장이 전쟁터입니다. 그래서 FPS 게임이 순간 몰입도가 뛰어난 듯 하네요. 게임과 전쟁이 다른 점은 단 하나! 총알에 맞아서 죽으면 전장터이고 죽어도 다시 부활하면 게임입니다. 이 차이점만 빼고 거의 흡사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태범 작가는 이 영상을 보면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을 보면서 'Play War Games'라는 동영상과 설치 예술 그리고 사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보도 사진을 보고 


종이로 그걸 재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종이라는 매개체입니다

'Play War Games'는 종이라는 매질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영상 매체가 발달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종이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종이는 연약합니다. 또한 가장 강력한 소비재이기도 합니다. 헤프게 사용합니다. 우리가 사진을 헤프게 소비하듯 종이도 헤프게 사용하죠. 

그래서 동일한 소비재인 사진 대신에 실제 사진에 있는 피를 다 제거한듯한 하얀 색이 가득한 공간을 종이로 재현했습니다. 혹자는 이 'Play War Games'를 보고 사회 비판적이라고 말합니다. 하태범 작가는 말합니다.

자긴 사회비판적인 시선이 아닌 내가 집에 있는 PC로 본 보도 사진과 유튜브에 올라온 전쟁 영상을 보고 느낀 그 시선 그대로 즉 게임과 다를 게 없는 그 시선을 재현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종이로 만든 미니어쳐를 만들고 아는 작가분들에게 비비탄 총을 나눠주고 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잔혹스러운 사진을 보고 그걸 재현하는 모습에 낯설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던 작가들도 비비탄을 쏘자 즐거워 했습니다.

이 시선은 저도 느꼈습니다. 하얀색으로 된 동영상에서 건물이 총알에 뚫리고 부셔지고 탱크가 부셔지는 모습에 어떻게 찍었나?가 궁금했지 저 실제 장소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진하게 쾌감을 느끼겠죠

우리가 아침 밥을 먹으면서 보는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의 시위 장면도 그냥 소비할 뿐입니다. 
비판 의식 이전에 쾌감입니다. 이런 시선에 크게 놀랐고 이 하태범 작가를 단 10분만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명징한 스토리텔링과 메시지 전달력에 놀랐습니다.


하태범 작가는 2011년 '댄스 온 더 시티'라는 작품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직접 종이로 만든 도시 위에 한 댄서가 춤을 춥니다. 아름다운 춤사위가 펼쳐지는데 그 춤사위가 이동할수록 아래에 깔린 도시는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1년 뉴타운 광풍에 눈이 먼 우리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값 오른다는 즐거움에 뉴타운에 찬성한 우리들은 옛 도시가 파괴되는 모습 보다는 황홀한 춤사위에 넋을 놓고 봤죠. 아무런 비판 의식도 없었습니다. 그냥 새 아파트 지어서 돈 벌 생각이 황홀했죠. 그러나 그 꿈이 깨진 2012년 2013년 우리는 이제 압니다. 아파트가 아니 도시 개발이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주지 않는 것을 깨닫자 이제는 뉴타운을 반대합니다. 깨달은 것은 솔직히 아니고 돈이 안 되는 그 사실에 놀라서 멈추라고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뉴타운 춤을 추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통일이요? 온 국민이 반대합니다. 북한과 지금 통일하면 통일 분담금이 크기에 반대를 합니다. 그러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대통령 말처럼 통일을 해야겠다고 하는 바람이 불게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북한과 통일 하면 경제적 이익이 1천조라고 떠들면 됩니다. 그러면 북한을 욕하기 보다는 어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통일 찬가를 부를 것입니다.

돈이 통일의 열쇠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하태범 작가는 꼬집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 하태범 사진작가의 작품 세계는 작가의 홈페이지인 http://www.hataebum.wo.to/ 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예술가의 책무 중 하나는 문제 제기입니다. 이런 문제가 있지 않냐라고 대중에게 어필을 해야 합니다. 혹자는 그러죠. 그래서 니 대안은 뭔데? 예술가가 대안을 낼 의무는 없습니다. 이런 것은 좀 문제가 아닐까요? 라고 문제 제기만 해도 됩니다. 

이 말은 노순택 작가가 한 말인데요. 그 말에 너무 공감합니다. 예술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할 필요 없습니다. 해결책은 모르겠지만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할 줄 아는 그 시선으로도 예술가는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술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고 그게 또 예술가들의 힘이기도 합니다. 언론인들이 할 역할을 요즘은 예술가나 영화 제작자들이 하는 것아 씁쓸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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