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사진을 아주 좋아합니다. 다큐 사진은 다른 사진 장르가 가지지 못하는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다큐 사진작가들이 모였습니다.
DMZ 60년 7인의 시선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 사진작가인 성남훈, 노순택 등의 작가가 모인 7인 전시회입니다.
제 바람과는 다르게 다큐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계속 하려면 후원이 좀 필요 합니다. 후원 없는 다큐 사진작가님들이 대부분이고 사진집 판매 등을 통해서 전시회나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진 강의나 심지어 직장을 다니면서 번 돈으로 사진 작품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다큐 사진에 대한 인기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림미술관의 '라이언 맥긴리'사진전은 미어 터지지만 현대 사진의 아버지라고 하는 '로버트 프랭크' 사진전은 썰렁한가 봅니다.
이 DMZ 60년 전시회는 니콘 코리아이미징이 후원하는 전시회로 매년 개최를 합니다.
전시회는 작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만 전시를 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은 니콘은 군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일본 '니콘 살롱' 전시를 거부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시를 허락 했다가 일본 우익들의 강력한 반발에 전시 금지를 시켰었습니다. 안세홍 사진작가님이 이런 부당함에 항의를 했고 일본 법원에 판단을 맡겼더니 일본 법원은 전시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니콘은 감시자를 배치하는 형태로 계속 무언의 압력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DMZ 60년 후원을 하는 모습은 이율배반 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군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왜 반대 할까요? 여론 때문인가요? 이렇게 그 나라마다 가치를 달리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한국 정부가 유튜브 서비스에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하는 지시에 항의하면서 한국에서 업로드를 못하게 막으면서 까지 자신들의 가치를 지켰습니다. 물론, 구글도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를 검색에서 제외 시키는 등의 욕먹을 짓을 했지만 그럼에도 구글은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행동 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만 니콘의 이런 행동은 아쉽기만 하네요. 이런 식의 행동은 단순히 사진의 가치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기업의 모습이 아닌 여론의 눈치를 보는 3류 기업이라는 소리 밖에 되지 않거든요. 또한, 주제 넘는 소리지만 이런 니콘의 행동에 한국의 다큐 사진작가 분들도 한 목소리로 항의를 해주었으면 했지만 그런 목소리는 들리지 않네요. 오히려 해외 사진작가들이 니콘의 그런 행동에 동참을 했습니다. 이런 쓴소리를 한국 사진계 내부에서도 해주면 좋겠습니다. 잠시 주제 넘는 소리 했습니다.
전시회는 인사동 갤러리 중에서도 규모가 좀 큰 축에 속하는 토포하우스에서 전시 되었습니다. 지하부터 2층까지 전 층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 사진작가들은 하나의 주제인 정전 60년을 각자의 시선으로 담았습니다.
지하 층에서는 이재갑 사진가의 '또 하나의 한국인'전시를 했습니다.
한국 전쟁 후에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통해서 많은 '혼혈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단일 민족 교육을 하지 않고 '다문화'라는 말을 정부에서 보급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혼혈로 사는 것은 엄청난 압박과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우리와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은 아주 심했습니다.
이 혼혈인들은 직장에 취직도 못하고 군대도 안 갔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시대의 아픔인데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하게 이들을 차별 했습니다. 이런 시선은 혼혈인들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청나라에게 매년 보냈던 공물 중에는 여자들도 있었습니다.
청나라에 끌려간 여자들이 다시 돌아오면 우리는 화냥년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죠
그리고 그 여자들이 낳은 애비 없는 자식을 우리는 '호로 자식'이라고 했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요즘은 달라졌지만 성폭행을 당한 여자들을 보고 우리는 너도 똑같다라는 식으로 시선을 보냈죠.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모습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갑 작가는 이런 우리의 시선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이산가족에 대한 문제도 참 마음 아프죠. 세상 어느 나라가 이렇게 수 세대를 넘어서도 만나지 못합니까?
중국, 러시아도 다 갈 수 있는데 이념 전쟁을 시작 한 나라에는 갈 수 있어도 가장 가까운 나라인 북한은 가지 못하네요.
김홍희 사진작가는 거제도 포로 수용소 기념관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역사를 팝니다>라는 시선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장소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장소이기도 한 거제도 포로 수용소를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인터넷에서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을 검색하면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로로 잡힌 북한군은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남과 북으로 갈리게 됩니다. 남한에 남겠다는 포로와 북으로 가겠다는 포로 사이의 갈등도 심했습니다.
<베르러 비숍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1952년 전쟁이 막바지에 다르자 인민군 포로들은 공산당을 반대하는 반공포로와 북한 행을 요구하는 인민군 포로로 갈리게 됩니다. 위 사진은 반공 포로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고 미국의 민속춤인 스퀘어 댄스를 배워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머리에 쓴 봉투가 저들의 심정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 이 소재를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도 아주 드라마틱한 영화가 만들어질 듯 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이 이념의 소용돌이였던 거제도 포로 수용소를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남훈 사진작가는 <빨치산 루트>라는 사진 시리즈를 통해서 지리산에서 빨치산의 본 거지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한국 전쟁은 끝났지만 모든 전쟁이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남한에 남은 인민군은 빨치산이 되어서 지리산에 숨어 들었고 이 지리산 빨치산 소탕을 위해서 군,경은 이들과 긴 전투를 합니다. 이 빨치산 전투를 통해서 총 7,283명의 군,경,민이 사망했고 빨치산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약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 했습니다. 위 사진은 지리산 충혼탑입니다.
2층에서는 사진작가 박하선의 <압록강의 가을>을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큰 프린트를 액자 없이 전시 했습니다. 사진전 볼 때 액자의 거울이 사진 감상하는데 큰 방해가 되던데 이런 방식도 꽤 좋네요. 사진 프린팅이야 또 하면 되기에 이게 더 효율적이자 작품 감상하기에 더 좋아 보입니다.
압록강 강변의 풍경이 을씨년스럽네요.
토포 하우스는 정말 인사동 갤러리 중에서도 규모가 큽니다. 인사 아트센터와 함께 가장 큰 갤러리입니다.
북한 평양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 같은데요. 문구가 무시무시합니다. 왜 저리 과격하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프로파간다가 통하는 나라가 북한이기도 하죠.
사진작가 노순택은 <프로파간다>라는 사진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무슨 오색 꽃가루 같지만
저 종이의 정체는 삐라입니다. 심리전의 대표적인 도구인 삐라, 북한에서 남한 쪽으로 보내는 삐라도 있지만, 남에서 북으로 보내는 삐라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저 북한 삐라 주워오면 학교에서 연필이나 공책을 줬는데 제가 한 20장 주워 갔는데 너무 많다면서 약속한 개수의 연필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런 담임 선생님에 분개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삐라 주워도 학교에 갖다 주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1953년 휴전 때까지 미국이 뿌린 삐라는 660여 종 25억 장의 삐라를 남한 단속용과 북한 회유용으로 공중에 살포 했습니다. 북한은 360여 종 3억 장의 삐라를 뿌렸습니다. 요즘은 북한 삐라 볼 수 없는데요. 이제는 북한이 뿌려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조롱꺼리가 되기에 안 보내나 봅니다. 반대로 남한에서는 탈북자 분들이 북한으로 삐라를 뿌리고 이에 북한은 조준 포 사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삐라를 뿌리던 모습은 2천 년 6.15 남북 정상 회담 때 '상호비방을 멈춘다'라고 합의 하면서 휴전선 대북, 대남방송 중단과 함께 삐라 뿌리기도 서로 멈췄습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후에 다시 삐라 살포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현재는 '댓글 삐라'가 모니터 위에 쏟아져 내린다면서 예나 지금이나 삐라는, 적군용인 동시에 아군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래서 이 신선한 시각과 날카로운 비판 의식 때문에 노순택 작가를 너무 좋아합니다.
박종우 사진작가는 DMZ라는 공간에 집중 했습니다. 한 책에서 가장 원시적인 모습이 잘 갖추어진 곳으로 한국과 북한 사이에 흐르는 DMZ를 소개하더군요. 인간이 들어가지 않아서 오히려 가장 생태계가 잘 복원 된 곳이라고 합니다. 동물에게는 지상 천국이 DMZ겠죠
동물들은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민주주의 따위를 모릅니다. 이념이 없는 동물들에게 우리가 배울 것이 많습니다.
오늘도 이념이라는 더럽고 두껍고 낡은 옷을 입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 이념과 맞지 않거나 나와 다르면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념 전쟁을 해야 할까요? 언제까지 종북 소리를 하며 살아갈까요? 내 세대에서 끝나길 바랬는데 안타깝게도 이 땅에는 아직도 증오가 세대를 넘어서 넘치고 있습니다. 증오심 가득한 땅에서 60년을 살았지만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