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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예술, 다른 예술을 만나다. 울라 레이머의 금천제조 사진전 본문

사진정보/사진전시회

예술, 다른 예술을 만나다. 울라 레이머의 금천제조 사진전

썬도그 2014. 2. 13. 16:45

한국이 이렇게 고속 성장을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 시절 수 많은 여공들이 가발이며 가전제품과 싸구려 옷을 만들어서 미국 등에 판매해서 번 돈으로 우리가 거대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으로 받들면서 정작 그 시절 각혈을 하고 타이밍이라는 잠 쫒는 약을 먹으면서 철야 근무를 한 여공들을 우리는 공순이라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사람들이 참 천박스러워요. 그 여공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도 왜들 그렇게 나쁘게 보나요? 70,80년대 당시 구로공단이 있었던 가리봉 5거리는 주말이 되면 퇴근하는 공장 근로자들로 넘쳐 났습니다. 당시는 봉제 공장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구로공단에 있는 공장들은 사라지거나 경기도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공장이 사라진 자리에 거대한 아파트형 공장(현재는 지식산업 센터)이 대나무처럼 올라서기 시작 했습니다. 정확하게는 2천년대 초부터 구로공단은 공단이라는 이름을 벗고 구로디지털단지가 되었고 이 클러스트는 금천구 가산동까지 연결 되어서 거대한 아파트형 공장 숲이 되었습니다. 

이 동네에 가끔 가면 거대한 빌딩들이 강남을 연상케 하고 있지만 그 속은 80년대 구로공단이 높이 자란 것으로만 느껴집니다.
현재 옛 구로공단 자리에 자리잡은 구로, 가산 디지털단지에는 IT벤처 기업들이 가득합니다. 수 많은 IT 벤처 기업들이 있지만 그 속에는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들도 꽤 많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 납품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들도 많지만 봉제 공장도 꽤 있습니다. 

이제는 한 물 간 산업인 봉제공장들은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도 아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공장들도 경기도 지역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곳은 재봉틀을 돌리면서 봉제 산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술, 다른 예술을 만나다. 울라 레이머의 금천제조 사진전

2014년 2월 13일 오늘까지 금천구청에 있는 금나래 아트홀 갤러리에서는 프랑스 사진작가인 '울라 레이머'의 금천제조 사진전 '예술, 다른 예술을 만나다' 전시회를 합니다. 이 전시회는 11일부터 13일까지 단 3일만 하는 아주 짧은 전시회입니다. 이 글을 쓰고 발행하면 전시회는 끝이 났을 듯 하네요


금천은 고려 태조 23년부터 금천현으로 불리웠고 지금의 금천구가 되었습니다. 금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도 90년대 후반입니다. 그 전에는 구로구였죠. 

금천구에는 구로구 시절부터 이어온 봉제 공장들이 꽤 있습니다. 전시회 서문에 보니 이 금천구 봉제 공장들의 경쟁력을 적어 놓았네요. 좀 소개하자면 금천구 봉제 공장들은 국내/외 내셔럴 브랜드와 작업하는 공장이 많고 전반적으로 양질의 봉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폐업율도 낮다고 적고 있습니다. 근처에 살지만 이런 속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네요

그러나 생산자들의 고령화, 해외 소싱에 따른 일감 감소,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의류가격 하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시위도 봉제 공장 노동자들이 박봉에 시달리다 울분이 터진 시위였습니다. 그 시위를 보면서 80년대 원풍모방의 시위가 생각나네요. 이렇게 노동집약적인 사업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지금은 인도나 캄보디아 쪽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사진전은 그냥 사진만 전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천제조 프로젝트는 금천구에 있는  좋은 봉제 공장을 발굴한 후 인디 브랜드 및 디자이너들과 연계해서 공장 비수기 때 인디 브랜드 제품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만 하는 것이 아닌 뉴욕, 코펜하겐,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의 많은 도시에서 '제조업 복원 운동'의 맥락으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제조업의 복원?
지난 세계 금융 위기 때 한국과 독일 일본이 그나마 잘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제조업 강국이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제조업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돈의 가치 폭락으로 쪽박을 차는 미국, 영국, 그리스, 스페인 같은 나라들은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제조업이 붕괴된 나라입니다. 그나마 프랑스와 독일이 제조업이 살아 있고 영국은 금융업이 많은 나라이고 미국은 공장이 죄다 중국으로 이전한 듯한 나라입니다.

이런 위기에서 나온 프로젝트인가요? 지역 제조업 복원 운동?이게 한국에서 가능할까요? 옆에 공장 있으면 집값 떨어지고 혹은 공장 세우려고 하면 피켓들고 시위를 하는 나라인데요. 공장은 혐오 시설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한다는 자체가 용기 있어 보입니다.

사실, 공장은 고용창출의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지역마다 공장이 1,2개 정도 있으면 좋습니다. 그렇다고 굴뚝 산업이자 공해 배출하는 그런 공장 말고요. 가내 수공업이나 이런 봉제 공장은 있으면 좋죠. 집에서 노는 분들 공장 인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안 하려고 합니다. 대학교 나와서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죠. 그러다 보니 대학교 졸업한 아들 딸은 도서관에서 고시공부하고 어머니나 아버지는 이런 곳에 취직해서 돈을 법니다. 이런 구조 아주 보기 좋지 않않지만 그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금천구 지도입니다. 여기서 봉제 공장이 있는 지역은 독산1동과 가산동 지역이고 주로 가산동 지역에 많습니다. 다른 동네는 대부분이 주거 지역이고 시흥3동에 공구상가가 있습니다. 


이 사진전은 금천구 봉제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사진을 찍어서 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게 하는 목적과 함께 디자이너들이 봉제 공장을 알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디자이너들은 공장에서 어떻게 옷이 만들어지는지 모르나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뭐 스마트폰 설계하는 분들이 공장에서 어떻게 생산 되는지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할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 세상이 너무 분업화 되어 있어요

사진들은 흑백 사진이었습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저속의 셔터로 촬영한 듯한 사진들이 꽤 많고 조리개를 확 개방 했는지 아웃포커싱 된 사진도 많이 보이네요

사진작가 '울라 레이머(Ulla Reimer)는 프랑스 사진작가로 40년 넘게 전 세계를 무대로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님은 2년 전에 첫 국내 전시회를 했는데 영화 제작사 초상 사진작가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녀가 찍은 미키 루크 사진이나 제인 폰다 사진들이 유명합니다. 

지금은 한국에 살며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한국 사진작가가 한국을 촬영하는 사진보다 이방인이 촬영한 우리들의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 사진들은 우리들에 대한 편견은 물론 색다른 시선들이 가득하거든요




보통 우리들은 예술이 예술로만 소비하고 맙니다. 예술은 고귀한 무엇인가를 나타내는지 항상 고귀하고 접근하기 힘든 자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가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항상 작품 활동을 하는 돈에 찌들려 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럴때마다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왜 예술은 생산하면 안 되나? 왜 예술로 돈을 벌 수 없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돈 많은 콜렉터나 갤러리가 작품을 구매하는 지금까지의 방식 말고 이런 공장과 연계해서 자신의 예술품을 기성품과 협업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자신의 예술 사진이나 그림을 가방이나 옷, 여러가지 패션 아이템 등에 녹여서 팔면 안 되나요? 예술은 그러면 안되나요? 이 사진전의 제목인 예술, 다른 예술을 만나다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예술가와 생산자라는 또 다른 예술(?)을 하는 분들이 모여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윤을 남겨서 예술가는 또 다른 예술을 하고 생산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상생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 좋은 대안이라고 봅니다. 

그런면에서 앤디 워홀이 참 영악한 사람이예요. 낸시 랭도 돈 없으면 예술 못한다. 대놓고 자기는 돈 좋아하는 예술인이다 말하는 것처럼 돈에서 자유로우려면 아니러니하게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구조에 대해서 좀 더 깊고 넓게 고민들을 해 봤으면 합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최근에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예술과 제품의 구분점은 실용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요. 예술품은 실용성이 전혀 없고 제품은 실용성만 있다는 것인데 예술품도 실용적일 수 있고 제품도 예술성이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실용 예술이 싹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전이 사진전 자체로의 의미만 담고 있지 않고 거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의식주라고 하죠. 이 의식주는 인간의 기본 욕망이자 욕구입니다. 순서가 의식주인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의(衣)입니다. 그러네 이 의(衣)를 우리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저가 의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많이 입고 있습니다. 그 다음인 식도 점점 해외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주택이야 해외에 의존할 수 없는 존재지만 의와 식이 자꾸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뭐 글로벌 시대라서 국경이 따로 없긴 하고 인건비 때문에 해외 제품이 소비자에게 더 좋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안에 살아 숨시고 있는 다르고 싶다는 욕망에는 소량 생산의 옷들이 더 유의미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금천제조 사진전 "예술, 다른 예술을 만나다"는 디자이너와 의류 생산자인 봉제공장과의 연계를 기록한 사진전입니다. 
색다른 사진전이었고 저에게는 오래 기억될 사진전 같네요. 사회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하고 예술과 생산의 접목도 보기 좋고요.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이 모두 보이는 기억에 오래 남을 사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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