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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지문 같은 얼굴을 집중 조명한 2013 서울사진축제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

by 썬도그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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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소개를 해야 했지만 장황 하게 글을 쓰게 될까봐의 걱정과 함께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소개를 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11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 2013 서울사진축제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전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사진축제는 2010년 경부터 시작한 것으로 기억 됩니다. 초기에는 국내 사진작가의 사진들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아주 작은 규모의 전시회였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하나의 주제로 담기 시작 했습니다.

2012/11/30 - [사진정보/사진전시회] - 서울의 과거를 담은 기억을 전시하고 있는 서울사진축제

2012년은 서울의 과거, 서울의 기억을 주제로 했고 올해는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내년에는 서울이라는 공간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는데요. 이런 기획은 아주 좋네요. 너저분하게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을 나열하는 무미건조한 사진들보다 좋습니다. 

올해 2013년은 초상 사진이 주제입니다. 근대화 현대를 관통하는 초상 사진인데 흥미롭게도 유명인이 담긴 사진이 아닌 필부필부인 우리들의 얼굴입니다. 


흥미롭게도 서울시립미술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정면 모습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 전체가 근대에 지어진 건물은 아닙니다. 정면의 건물 피사드만 남기고 뒤는 최신 건물입니다. 이렇게 건물 정면만 남겨 놓고 재건축을 하는 것도 하나의 리모델링 방법이긴 한데 어찌 좀 속는 느낌입니다. 포샵질 한 건물 같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이 건물의 얼굴도 이 건물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네요. 



관람기간 : 11월 1일 ~ 12월 1일(일)
관람시간 : 화~금 10시 ~ 20시  주말 및 공휴일 10시 ~ 18시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설명 : 한국어 매일 낮 12시 3시 5시
관람료 : 무료 


전시장 입구에는 사진책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좀 낯선 사진전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풍경만큼 흔한게 얼굴입니다. 매일 같이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하루에 보는 얼굴 갯수만 따지면 수만 명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흔한 소재이지만 우리는 인물 사진을 많이 자주 찍지는 못합니다. 찍어도 셀카 수준이거나 혹은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런 블로그에 올릴 때는 기본적으로 모자이크 처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날 잡고 인물 사진을 찍으려고 해보면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표정 때문입니다. 풍경은 흔들리는 모습은 있을지언정 다양한 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물은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표정에 따라서 무섭게 보이기도 하고 친근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 표정이라는 것이 남이 지어보라고 시켜서 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나와야죠. 때문에 인물 사진이 참 어렵습니다. 그나마 좀 편한 것이 아무런 표정 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초상 사진 정도가 그나마 촬영은 쉽지만 이게 또 막상 찍어보면 쉽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조 해주는 병풍 같은 도구를 배치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인물, 초상 사진이 사진의 발달과 발전을 가져 왔습니다. 1883년 한국에 사진술이 도입 되었습니다. 
종로의 사진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은 뛰어난 복제 능력 때문에 그 사람의 분신으로 여겨질 정도로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비싼 사진을 함부로 풍경 같은 하챦은(?) 것을 촬영하는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풍습은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에 카메라가 달리기 전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분명히 제 기억속의 사진은 함부로 찍는 것도 아니고 꼭 기념이 될 만한 행사에서 친구나 식구들과 촬영하는 것입니다. 



 초상화에서 초상사진으로

구한말 초상화를 잘 그리는 대가 중에 채용신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직접 이분에 대한 강의도 들어 봤는데 그 묘사력이나 드로잉 실력 등은 서양화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만 동양 초상화가 서양화와 달라 보이는 이유는 초상화에 음영이 없습니다. 즉 빛이 없습니다. 동양화는 기본적으로 그림자가 없는데요. 빛과 같이 있다가도 사라지고 하는 변화가 심한 것은 깡그리 무시하고 오롯하게 변하지 않는 것만 그리기 때문에 실제 같지 않는 그러나 실제와 더 흡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채용신은 엄청나게 뛰어난 초상화를 잘 그렸는데 고종 황제도 어진과 수 많은 조선 왕들의 어진을 그렸습니다. 
말년에는 전라도에 내려가서 초상화 공방을 만들어서 초상화를 생산하기도 했는데 흥미롭게도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위 그림은 채용신이 1925년에 서병완을 그린 초상 사진입니다. 비단에 채색을 한 것인데요. 사진과 그림이 공존하는 시대라서 사진을 보조 도구로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김규진, 이희수 부부 초상사진  1908년 천연당 사진관



사진관 시대의 초상사진



                                                                       <여성의 초상, 경성사진관 1926년>



참 고운분입니다. 위 사진은 20세기초 경성의 한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1930년 전국의 사진사는 1,887명이었으며 서울 경기도에 474명과 도별로 145명의 사진사들이 활동 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숫자면 꽤 많은 숫자인데요. 지방에도 저렇게 많은 사진사들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네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초상사진 한장이 한 달 월급 정도 한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그 돈을 내면서까지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분신을 남기고 전하고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함 아닐까 합니다. 

위 사진은 채용신이라는 뛰어난 초상화가의 셋째 아들인 채상물과 이홍경이 인사동에 개설한 사진관이 바로 경성사진관입니다. 부인인 이홍경도 사진관을 개설했는데 여자들이 남자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여성 전용 사진관을 만들어서 여성 사진가가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다 샬롱 사진들입니다. 지금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진관에서 만든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들이죠. 그래서 표정이나 자세 하나 하나가 무슨 고전 명화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좀 딱딱해 보이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요즘은 이런 연출 사진은 결혼식 전에 찍는 웨딩 사진에서 주로 활용 되죠. 








가족 사진은 예나 지금이나 포즈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정형화 된 모습은 그대로네요. 


일제가 촬영한 인물도감

바리공주, 아카바 다카시, 아카마츠 치조 1930년대 

아카바 다카시, 아카마츠 치조 1930년대 

경성대 종교학사회학 연구실에서 조선민속조사를 하기 시작 합니다. 
이 조사를 한 이유는 1919년 3.1운동으로 더 이상 조선인들을 순사를 압장 세운 강압적으로 통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일제는 유화 정책을 펴기 시작합니다. 그 일환으로 조선인들을 연구하기 시작하는데 조선인들은 전국에 성황당이나 사당 같은 귀신을 믿는 습속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일환으로 촬영한 사진이 이 무속인들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통해서 조선인들의 원시성을 강조했다고 설명을 하는데요. 그게 진짜 의도였는지는 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무속이 원시성이라고 하자면 현재를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무당을 찾고 대학로의 그 많은 점집과 사주팔자 보는 곳은 또 뭘까요? 우리도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일까요? 분명 저는 이런 모습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다 미신입니다.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미리 보고 싶은 욕망에서 그런 무속인들을 찾죠. 그러나 그걸 맹신하는 것이 문제지 그냥 참고 하려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우리의 이런 시선은 민족주의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라서 식민 사관과 우리의 민족 사관이 어느 정도 절충하는 모습이 있었으면 합니다. 

당시 일제는 이런 인물 도감을 촬영해서 엽서로 만들어서 팔기도 했습니다






무슨 동물 도감 같아 보여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이런 기록들이 당시의 일반인들을 그대로 기록한 중요한 사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진은 유명하고 고귀한 사람들의 사진만 오래 남지 이런 하층민까지 촬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걸 촬영한 의도야 분명 불손한 것이지만 결과물은 우리에게 큰 역사적 유물로 보입니다. 
컬러링이라고 해서 흑백 사진에 컬러 채색을 한 사진들을 보면 이런 풍속 사진을 서양인들에게 판매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을 좀 더 심도 있게 촬영한 사람이 도라이 류조입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신체 측정을 한 사진들을 많이 찍었습니다. 


정면, 옆면 마치 범죄자들을 기록할 때 촬영하는 머그샷 같아 보입니다


이런 머그샷과 저 신체측정 사진은 닮아 있어서 한국을 비하하는 사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도가 정확하게 뭔지는 찍은 사람만이 알겠죠. 


결혼 사진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기록하는 사진은 많지 않습니다. 졸업사진도 우리가 원하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따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 사진은 집단체가 아닌 가족과 결혼 당사자인 신랑, 신부가 담긴 우리가 스스로 찍는 사진입니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색션으로 시민들이 보내준 결혼 사진과 예전 결혼 사진이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위 사진을 보니 덕수궁이 배경이네요. 




참 흥미롭게도 결혼식을 멀리 떨어져서 보면 양복과 한복이 공존합니다. 양식과 한식의 하이브리드라고 할까요? 



이런 사진을 보면 화동 같은 꽃을 든 아이들은 서양식인데 여자들의 옷은 한복입니다. 반면 남자들은 양복이고요. 화동 문화는 60년대 말부터 서서히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허례허식이라고 지적하면서 줄어들었습니다. 국민들을 훈육 하던 시절이라서 국민이 아닌 백성들은 잘 따랐습니다. 그러는 대통령 본인은  청와대 근처 안가에서 여자 연예인 불러서 시바스 리갈을 마셨죠.


 

인물 사진은 사람들이 참 좋아합니다. 바로 느껴지니까요. 그러나 인물 사진을 거실에 걸어 놓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을 거실에 걸어 놓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한국 사진작가의 사진들도 전시 되어 있습니다. 


해피 투게더 시리즈 -사진작가 김옥선-



전국노래자랑 -사진작가 변순철-


무제_중력 시리즈 -사진작가 이지양-


이지양 사진작가는 첨 들어 보는 사진작가네요. 이지양은 무제_중력 시리즈를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사이의 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거꾸로 매달린 모습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에 인물들의 얼굴에 피가 쏠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요. 

한국 같이 관계망이 촘촘한 사회에서 느끼는 무언의 힘을 잘 담은 듯 합니다. 
아시죠? 한국의 학연, 지연, 혈연은 중력에 비슷한 힘, 아니 그 보다 더 강한 힘을 보여줍니다. 



논산 훈련소 -사진작가 강재구-

강재구의 논산 훈련소 시리즈는 한국 남자라면 홍역 같이 치루어야 하는 군입대를 사진으로 담고 있습니다. 입대 전, 입대 후 변해가는 20대 청년들의 외형적 변화를 통해서 그들의 정체성 변화를 담는 듯 하네요.

남자에게 있어 군대는 어떤 곳일까요? 하면 된다! 까라면 까!라고 하는 상명하복 문화의 시작이 군대에서 시작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 자체가 병영 사회이기 때문에 초딩도 군대 놀이하고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상위 학년 학생이 군대 병장처럼 군림합니다. 이런 모습은 사회로도 이어져서 직급이 계급이 되는 그냥 나라 자체가 군대입니다. 군대가면 튀지 말라고 하죠. 보세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했다고 발로 차고 까는 것 보세요. 그게 한국입니다. 




망월동 -사진작가 이상원-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 중에 하나입니다. 불에 타버린 듯한 사진들은 마치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썩은 가슴을 그대로 재현한 듯 합니다


주민등록증 -사진작가 김영수-


얼굴없는 초상 -사진작가 정강-

백 개의 겹쳐진 증명 -사진작가 장용근 -

우리의 얼굴은 우리의 지문과도 같습니다.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바로 나를 대변하고 증명합니다. 초상 없는 사진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왜 잡지들은 여자 모델이 표지를 장식할까요? PC사랑이 가장 생뚱 맞았지만 그게 정체성이 되어 버렸습니다. 보통 PC잡지들은 하드웨어가 표지 모델로 서 있는데 PC사랑은 여자 모델이 있고 어머니가 왜 여성 잡지를 매달 사보냐며 핀잔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북촌 사람들을 촬영하고 인터뷰한 코너도 있습니다. 우리 얼굴에 대한 거대한 보고서를 읽은 느낌입니다. 

 

이번 주말까지인데요. 시간 되시면 꼭 들려보세요. 서울시립미술관 앞 커피 자판기 옆에서 이 길고냥이도 찾아보시고요. 매번 있더라고요. 

더 긴 내용과 더 좋은 사진을 읽고 싶으시면  http://www.seoulphotofestival.com/2013/exhibition/02.php# 에 가시면 위에 소개한 작가들에 대한 풍부한 작가의 생각과 약력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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