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발명 되면서 인류는 기억력이 줄어들고 관찰력이 늘어나게 됩니다. 책이 있기 전에는 모든 정보를 말로만 전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머리속에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의 아고라에서는 장문의 연설을 다 기억해서 했다고 하잖아요. 

책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책을 통해서 여러 정보를 섭취하고 또는 나만의 정보를 책으로 담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도 스마트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는 관찰력의 위기의 시대입니다. 워낙 볼꺼리 즐길꺼리가 넘치다보니 조금만 지루해도 채널을 돌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립니다. 그래서 영화들이 초반에 이목잡기를 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하죠. 이렇게 진듯하지 못한 현대인들의 모습 속에서 관찰력은 손안의 모래알 처럼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씁니다. 


하지만 한 거대한 도시를 들여다 보면은 집단 기억상실증이 걸리지 않았나 할 정도로 과거의 기억들이 속절없이 지워져 가는데도 무신경 해 보이는 도시가 있습니다. 그 도시는 바로 한국의 수도 서울입니다.

서울은 인구 1천만명이 사는 도시이지만 이 거대한 도시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잘 담고 잘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의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의 원래 위치가 어디였는지도 잘 모릅니다. 경희궁과 덕수궁이 하나였다는 사실도 잘 모르죠. 누군가가 기록하고 그걸 후세에 제대로 편하게 알려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기록에는 신경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고도성장기를 지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우리가 남긴 자료들이나 사진들이 많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진기자들과 사진작가들이 우리의 과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2012년 11월 21일 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서울사진축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살짝 다녀왔는데 이제서야 소개합니다.


천개의 마을, 천개의 기억


서울사진축제를 매년 개최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어? 올해도 하는구나 했으니까요.
서울사진축제는 관에서 주도하는 사진축제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서울시인듯 합니다. 서울의 과거 사진와 현재 사진을 전시하면서 서울에 대한 기억을 마중물 삼는 전시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랬군요. 지난 달인가? 제가 사는 금천구청 로비에서 앨범속에 잠들어 있는 추억의 거리나 장소가 찍힌 사진을 모집했고 많은 금천구 토박이 분들이 앨범속 소중한 추억을 담은 사진을 구청에 보냈습니다. 그 사진들은 구청사 로비에서 전시가 되었는데요. 25개 구청에서 이 옛 사진 공모를 동시에 공모했군요. 

서울시립미술관은 본전시를 하는데요. 1부, 기억이 많은 도시, 2부 기억의 재구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일이었지만 관람객은 미어터질 정도로 많았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많았는데 학교 숙제 하듯 온 학생들이 꽤 많네요. 물론 일반 관람객도 무척 많았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사진전은 참으로 오랜만에 봅니다.


전시회는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과 함께 무명씨라고 하는 일반 시민들의 사진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는 집에 훌륭한 사진집 1,2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진집이란 바로 앨범이죠.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담은 앨범을 보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사진집보다 훌륭한 사진집이 전 집에 있는 각자의 사진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년 전에 일본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 한 할아버지가 물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사진앨범 가져와야 한다고 1층으로 내려갔다가 지진해일에 쓸려 내려가서 돌아가셨습니다. 사진은 때론 황금보다 가치가 높을 때가 많죠. 


위 사진은 김한용 사진작가의 덕수궁에서 서울 시청을 찍은 사진입니다.
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모습이 아주 이채롭습니다. 사진을 보면 덕수궁의 돌담이 안 보이는데 예전에는 그냥 일반 담장으로 되어 있었고 연못은 겨울에 스케이트 장으로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하지만 이때는 고궁의 연못이 깡깡 얼면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하고 시민들에게 개방을 했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청 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들고 있는데 오늘 지나가다가 보니 다음 주면 개장을 하겠던데요


지금은 사라진 명동 입구의 미도파 백화점 건물입니다. 아직도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위 사진은 현 한국은행  교차로 사진인데요. 전차가 다니던 시절 때 찍은 사진이네요

아카데미극장 사진입니다. 아주머니들이 아카데미극장에 추억이 많았는지 목소리들이 높아집니다.


여의도 공항입니다. 미군들이 이용한 공항인데 김포공항이 생기기 전 까지는 서울의 공항이었습니다. 


사진전은 유명 사진작가가 기록한 서울의 사진이 씨줄이 되고 시민들의 앨범 속에서 나온 사진이 날줄이 되어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서울의 과거 이야기를 차분차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지금도 살짝 있긴 하지만 사진으로도 계급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폰카로 누구나 다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사진을 맘대로 찍을 정도의 집안이면 꽤 잘 살았던 집안입니다. 
집에 카메라도 없어서 소풍 갈때 마다 카메라 빌려서 가져오거나 혹은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사진을 찍는 집들이 대부분이었죠. 

따라서 사진을 많이 찍었던 집안이나 사진 앨범이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잘 살았던 집안입니다. 60,70년대 그 어려운 시절을 힘겹게 견뎌낸 우리의 부모님들의 젊은 시절의 사진이 몇장 없는 것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한국에서 사진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는 정말 보기드문 풍경입니다. 그런데 전몽각 교수가 딸 윤미씨를 25년간 촬영한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이 몇해 전에 베스트셀러오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했습니다.

저도 한 권 가지고 있는데요. 가끔 이리저리 들쳐보면서 많은 상념에 젖게 합니다. 
아버지가 딸이 태어나고 결혼할 때 까지의 모습을 촬영한 그 열정과 부성애도 감동스럽고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윤미씨가 중학생이 되면 자의식이 강해져서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윤미네 집이 빅히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상성 때문입니다. 거창하게 외국을 나가서 사진을 찍고 멋진 모델을 세우고 찍거나 거대하고 비싼 카메라로 찍어야 사진이 제대로 나온다는 편견을 열정과 시간과 애정으로 날려버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겉멋든 사진이 아닌 진솔한 사진에 대한 감동을 일깨워주웠기 때문입니다.


윤미씨와 전몽각 교수 아내분이 함께 시장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서 찍은 사진인데 참 보고 근사하고 좋네요. 

서울 아현동과 중림동 일대의 달동네를 수십년 간 촬영한 김기찬 작가의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사진작가이고 검색만 해도 많은 사진이 나오기에 따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사진은 이 '노무라 모토유키' 작가의 청계천 사진입니다. 
노무라 모토유키(81)은 목사입니다. 빈민 운동의 대부였던 고 제정구 의원과 함께 청계천 빈민가를 돌아다니면서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흔적도 느낄 수 없는 청계천 판자촌 모습입니다.  저도 어른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었는데 이렇게 실제적인 사진으로 보니 그 풍경이 마치 아프리카 난민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청계천 빈민가는 도심에 꼴뵈기 싫은 것이 있다고 해서 청계천 일대를 싹 밀고 세운상가등을 세웁니다. 이 청계천 판자촌에 살던 빈민들은 서울시가 마련한 강서구 신월동으로 이주하는데요. 신월동이 다른 동네와 달리 격자무늬의 도로가 발달한 이유가 계획이주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컬러로 된 사진들을 꼼꼼하게 살펴 봤습니다. 공동 화장실, 공동 우물, 입고 먹고 자는 것만 빼면 뭐든 공동으로 소유했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우물가에서 어머니가 빨래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올리곤 했는데 그 때가 가끔 떠오릅니다. 

보통 이런 사진들을 보면 우리는 동정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생활을 직접 해 본 분은 연민을 느끼게 되죠. 경험하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만 경험이 없는 분은 자기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불쌍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 판자촌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뭐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은 보여지니까요. 

청계천은 복개 되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올렸다가 다시 허물고 물을 흐르게 했습니다
사진작가 안세권은 청계천의 변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한 비핵화 시민단체의 사진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위 사진 처럼 사진을 오려서 팝업북 처럼 입체감을 느끼게 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런 아이디어를 참 좋아해요. 틀을 깨면 항상 깨진 틀 사이로 이야기가 피어 올라서 참 좋습니다. 



하나의 사진을 오려서 전경 중경 원경을 입체감 있게 배치해 놓은 모습.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진으로 만든 팝업북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작 노하우를 좀 알고 싶네요


사라져가는 서울의 이야기들을 담은 사진작가들은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홍구 작가는 은평 뉴타운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마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도 기억나네요. 예전에 은평 뉴타운 있던 곳은 서울 변두리라서 그런지 골목도 동네도 노후주택이 참 많았습니다. 마치 시골 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싹 바뀌었습니다.  거대한 아파트가 올라섰고 거대한 단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무슨 아파트 부락촌이 되었는데요. 부동산 광풍에 죽순처럼 오르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지금까지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소리 하면 은평 뉴타운에 사는 분들 아파트값 떨어진다면서 쌍 소리를 할텐데..흠.. 다른 사람 비판하는 것은 사람들이 참아도 자기동네 비판은 참기 힘든가 봅니다. 


사진전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만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절취하고 다음에 시간 나면 이어보겠습니다.

사진전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지만(전 시립미술관 2,3층까지 터서 하는 줄 알았는데 1층만 하네요) 아주 괜찮은 사진전입니다. 강력 추천하니 꼭 보세요


서울사진축제 바로가기 http://www.seoulphoto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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