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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외국인 아내와 남편을 둔 다문화 가정을 다룬 이선민, 김옥선 작가의 시선

by 썬도그 201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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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는데 한 여자분이 저를 빤히 봅니다. 요즘 눈이 침침해서 초점 맞추는 시간이 느려졌는데 자세히 보니 한국분이 아니시네요. 동남아 분이신데 저를 왜 보나 했는데 제가 무심결에 여자분을 쳐다 본 것 같습니다. 책을 보다 보니 시선이 그리로 가서 자신을 계속 쳐다 보시는 줄 알았나 봅니다. 

그 옆에는 남자 친구인지 남편인지 같은 동남아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동남아 분들 참 많아졌습니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3D 업종에서 근무를 합니다. 서울 외곽 가구 공장이나 피혁 공장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대부분 근무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부류는 한국에 시집을 오는 동남아 여자분들입니다. 

외국인 아내를 카메라에 담은 이선민 작가

2013년 11월 20일부터 12월 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는 이선민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선민 작가는 여성작가로 여성에 대한 시선을 놓치 않고 있는 작가입니다. 



<여자의 집> 사진작가 이선민

한국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잘 담았던 사진 시리즈를 '여자의 집'을 통해서 명절때 여자들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밥상과 차례상은 여자들이 다 차리고 정작 절은 하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있는 모습은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의 습속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이 엄격한 계급사회와 군대문화의 잔재인 상명하복 문화가 한국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보이는데요. 고도성장기에는 하면 된다식의 무대뽀가 통했을지 몰라도 더 가속을 하려면 이런 능력보다는 타고난 것에 좌지우지되는 비합리적인 상명하복의 문화는 사라져야한다고 봅니다.

또한, 남존여비의 문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요. 이 문제도 좀 해결해야 하고요. 물론, 여자들의 이해 안 가는 힘들 때만 여자 찾는 행동도 문제이긴 합니다. 

이선민 작가는 여성 작가이기에 여자들의 삶과 사회로 받는 대우를 잘 알고 있고 이런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에 문제를 제기 했습니다. 


이번에는 이선민 작가가 동남아에서 시집을 오는 동남아 이주 여성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륙을 횡단하는 여성들은 동남아에서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이주 여성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이주 여성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 여자들이 어떻게 한국에 왔는지 무슨 이유로 왔는 지를 대부분은 잘 압니다. 그러나 워낙 다름에 대한 배척이 심한 단일 민족국가인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이 다름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주 노동자 혹은 결혼을 통해서 한국에 살게 된 이주 여성들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90년대 중 후반 까지만 해도 단일민족 어쩌고 저쩌고 혈통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이제는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게 되자 다문화 가정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좀 역겹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단일 민족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이제와서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네요. 이주 노동자에 대한 폄하는 아니고 한국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고 싶네요. 

아무튼.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주 노동자도 한국에 살기에 한국 사람처럼 대우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이는 말로는 쉽지만 직접 맞닿게 되면 또 다르죠. 반대로 이주 노동자나 이주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작가 이선민의 작가노트를 보면 이 이주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대부분이 거절을 했습니다. 쉽지 않죠. 자신들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잘 알고 있고 특히나 한국 남편과 부모님들도 거세게 반대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촬영을 허락한 몇 명의 가정이 있었습니다. 

친따이 깜뚜#2, Chintai Kamtu#2, 50×75cm, inkjet print, 2012 출처: 갤러리룩스 홈페이지 

사진을 보면 남편 분이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어떻게 보면 사진을 거부하는 즉 이주 여성을 아내로 둔 자신의 모습을 피하는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렇게 고개를 돌리고 촬영 할 것이라면 다른 이주 여성 가족처럼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인데 촬영한 것을 보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선민 작가님에게 물어보니 연출이고 고개를 돌리게 한 이유는 여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사진들 대부분이 이주 여성만 카메라를 응시하고 다른 가족은 카메라를 안 보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카메라 응시 장면은 영화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영화에서 최초는 잉마르 베리만의 1953년작 '모니카와의 여름'에서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죠. 관객에게 도발적인 시선을 보이는데요. 사진 속 주인공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게 되면 그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물음을 던지는 모습이 많습니다. 최근 영화인 '신세계'에서도 자신이 경찰인 줄 알면서도 그걸 모른척 한 형님이 죽어가자 이정재가 카메라를 응시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물음 같더군요. 

이선민 작가가 이런 의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단순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게 하고 다른 가족들의 고개를 돌리게 함으로써 주인공 여성에 대한 집중을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함도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영세 헤앙-공항, Yeongse Heang-Airport, 50×75cm, inkjet print, 2013  출처: 갤러리룩스 홈페이지 

2013년 10월 16일. 호앙과 컨립과 사랑이 아이를 안고 분당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왔다. 밥 먹고 차 마시며 아이스크림도 먹고..자기들끼리 신나게 캄보디아 말로 떠들고 사진 보고 쓰러져 웃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들이었다. 이 날 저녁, 어려 보이는 동남아시아 여성 3명이 돌 갓 지난 아이를 안고 나와 함께 우리 집을 나서는 것을 본 세탁소 아줌마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들이 누구며 왜 나와 함께 다니냐며 호기심을 발산했다. 그 세탁소 아줌마가 이들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조금의 시간이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녀 역시 아이를 안고 돌본 모성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으며, 또 그러한 직접적 경험의 여부를 떠나서라도 이 모성이라는 단어 속에 압축된 돌봄과 소통과 사랑과 관심을 추구하는 마음이 모든 이들의 심연 중에 원천적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이선민 작가의 작가노트 중에서 발췌

아기가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요?
같은 여자라고 해도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이주여성에 대한 거부 반응은 똑같습니다. 그러나 아기를 낳는 여성성은 공통분모이기에 아기를 통해서 그들도 같은 여성임을 알게 한다면 이들에 대한 낯선 시선은 조금은 누그러들 것입니다. 

어제도 노인석 앞에 서 있었는데 한 애기 엄마가 아기를 안고 탔는데 할아버지는 꿈쩍도 안 하는데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서 
"애기 엄마! 여기 앉아"라고 양보를 하더라고요. 여자가 여자를 알죠. 아기를 키워본 그 고통을 잘 알죠. 그래서 이런 사진은 여성 사진작가가 더 올곧하게 잘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 여성을 카메라에 담은 김옥선 사진작가

김옥선 사진작가도 여성 사진작가입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진작가이 사진 스타일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위 사진 시리즈는 해피 투게더라는 사진 시리즈로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선민 작가는 한국에 사는 이주 여성을 카메라에 담았다면 이 해피 투게더는 같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한국 여성은 카메라를 응시하고 외국인 남편은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스타일도 비슷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비슷해 보입니다.
두 사진 시리즈 모두 이방인이 한국에 사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사진에서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운 모습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많은 매스컴과 영화와 직접 마주하면서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배척심이 강한 한국이니까요. 그러나 세밀하게 들어가면 좀 다른 느낌도 듭니다. 백인 남편을 둔 한국 여성과 동남아 여성을 아내로 둔 한국 남편이라는 단어만 떨어트려 놓아도 제가 뭐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그 계급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제가 그렇게 본다는 것이 아닌 불편하지만 분명히 그런 사회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 합니다. 
두 사진 시리즈는 다른 작가분이 촬영한 사진이지만 이 사진 시리즈를 놓고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이런 차이도 있더라고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남자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면 자동으로 외국인 여성은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한국 여자들이 외국 남편과 결혼하면 외국 남편은 취업 비자 등을 통해서 비자를 받아야 했고 수시로 갱신 해야 했다고 합니다. 

같은 한국인 남편과 아내를 봐도 사회적 시선이 다르죠. 외국인 아내는 괜찮고 외국인 남편은 안된다? 이것도 엄연한 여성차별입니다. 지금은 달라져서 다행이네요. 

외국인으로써 한국에 사는 느낌은 어떨까요? 외국인 아내로써 사는 것과 외국인 남편으로 사는 것은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 차이를 또 카메라에 담으면 흥미로운 사진이 담길 듯 합니다. 

김옥선과 이선민 작가의 사진은 모두 서울사진축제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1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단 이선민 작가의 사진은 트윈스라는 이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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