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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미술과 사진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이명호 작가의 Tree

by 썬도그 201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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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시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재미있게도 미술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정말 '그림'같다라는 생각을 했었죠. 90년대 후반 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지다가 알게 된 것이 웬디 수녀님이예요. 이 수녀님은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 분인데 한 다큐에서 그림의 역사를 재미있게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그림과 사진의 관계입니다. 그림은 19세기 전반기 까지 시각 예술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19세기 후반 사진이 발명 되면서 점점 미술은 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카메라 옵스큐라나 카메라 루시다 같은 광학도구를 이용해서 정밀하게 그림을 그렸던 미술가들. 미술은 보이는 그대로를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 목적이었고 누가 더 정밀하게 옮기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별종이 탄생하면서 미술은 처음에는 쌍욕을 합니다. 

이런 상놈의 사진놈! 이라고 욕을 하기도 하고 폴 들라로슈는 회화는 죽었다라고 자멸어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사진이라는 놈이 가져갈까봐 악다구니를 하는 모습인데 아무리 거부한다고 그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습니다. 

이 사진이 나옴으로써 스마트한 몇몇 화가들은 사진으로 촬영한 그림을 다시 그림으로 옮기기도 하고 아예 사진이 할 수 없는 방식인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인상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리는 화가들이 생겼는데 그들이 바로 인상파 화가들입니다. 이후 인상파 이후 세잔을 거쳐서 피카소의 큐비즘과 표현주의 그림으로 진화하면서 추상미술이 탄생하게 됩니다. 

여전히 사진처럼 현실을 재현하는 구상 미술가들이 있지만 예전 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 그림 보다 정확하고 뛰어난 재현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뛰어난 재현술 때문에 사진은 그림보다 좀 더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지금은 국민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진 전성시대에 다시 미술로 돌아간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이명호 사진작가입니다.



이명호 사진작가는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사진을 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사진은 작년부터 계속 봤습니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참으로 많은 생각을 끌어냅니다.

그의 사진 중에 Tree 시리즈는 큰 나무 뒤에 거대한 캔버스를 대서 마치 나무를 캔버스에 그대로 그린 듯한 착시 현상을 줍니다. 또한, 식물 도감의 그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단순히 캔버스 같은 흰 천 하나만 뒤에 놓았는데  그 이미지는 놀랍게도 거대한 그림 같아 보이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그림에 담은 혹은 캔버스에 담은 모습이고 이걸 또 재현력이 좋은 사진으로 담고 있습니다. 흰 캔버스는 기중기 2대가 와이어를 달아서 흰 천을 들고 있을 때 촬영한 사진인데요. 아주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림도 궁극적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재현이었고(비록 돈을 지불한 사람의 요구에 가공하기도 하지만) 그 재현을 이렇게 영리하게 물감 한 번 칠하지 않고 완성 시켰네요. 이런 뛰어난 아이디어는 FORM이라는 계간지에 소개 되었고 계간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뉴욕의 유명한 사진전문 갤러리인 요시밀로(Yossi Milo) 갤러리에서 보고 연락해 왔습니다. 이후 요시밀로 갤러리에서 34일간 전시가 되었고 이 이명호 작가의 Tree시리즈는 날개 돋힌듯 팔려 나갔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한국작가분 중 한 분이 되었습니다. 

여러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명호 작가의 이런 말이 와닿습니다. 이명호 작가는 한국의 유명 갤러리들은 검증 된 작가의 작품만 거는데 해외 유명 갤러리들은 전혀 알려지지 않는 작가의 작품도 작품을 보는 안목이 높은 큐레이터나 갤러리 관장이 직접 연락을 취한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도 많은 사진전문 갤러리들이 있는데 가끔 그 사진전문 갤러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별 느낌 없는 사진 전시회가 많습니다. 국내 사진작가의 숫자가 얇아서 그런것인지 아님 대중과의 소통 보다는 자기와의 소통 혹은 사진에 조예가 깊은 현학적인 분들에게만 인정 받고자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한국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은 너무 고차원적입니다. 

전 이런 사진이 좋습니다. 딱 보면 느낌 팍 오잖아요. 그리고 재미있고요. 흥미를 끌지 못한 사진은 널리 알려지기 힘듭니다. 물론, 대중영합적인 사진만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점접은 있어야지 대중이 솔깃해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몇달 아니 몇년 간 사진 갤러리의 사진들을 많이 봤지만 발품 투자 대비 눈에 뛰고 기억에 남는 사진들은 많지 않네요. 뭘 찍었는지도 모르는 사진을 놓고 한 참 들여다봐야 내 무식함과 작가의 폐쇄성에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아이디어는 간단한 것 같지만 깊은 고민에서 탄생한 Tree시리즈, 이명호 사진작가는  고민의 양과 작품의 질은 비례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많은 고민 특히 사회적이고 개인적이고 미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작품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 명징하고 또렷한 사진을 찍습니다.  한국의 사진작가 아니 사진작가를 꿈꾸는 분들 중에 자신의 사진이 너무 흐릿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나요?  사진에 까막눈인 사람도 딱 보고 느낌이 팍 오는 사진이 정말 좋은 사진입니다. 

사진 자체가 대중취향적인데 너무 예술 그것도 순수예술이라면서 소수의 매니아만 열광하는 사진을 추구하는 모습은 한국 사진계가 지양해야할 부분이 아닐까 감히 적어봅니다. 해외에 잘 알려진 국내 사진작가를 돌아보세요. 소나무의 배병우. 핑크 블루 프로젝트의 윤정미, 미술가지만 사진으로 더 유명한 정연두 등의 사진작가 작품들 보세요. 얼마나 느낌이 좋고 아이디어가 좋습니까? 어떻게 보면 사진은 하나의 자신의 관념과 생각을 담는 그릇인데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메시지 전달력도 없고 공감도 안 가는 사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또한, 너무나도 개인적 경험을 담고서 너도 느껴봐라 식의 사진도 참 많고요.  

그런면에서 이명호 작가의 Tree는 재미있고 좋습니다. 미술사 사진사 몰라도 단박에 기억에 남을 사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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