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카메라에 담지 않았습니다. 값비싼 카메라와 필름을 그런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죠.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차렷자세로 찍어야 사진의 맛이 나왔습니다. 사진은 그렇게 찍는 것이었습니다. 기념식이나 기념일, 졸업식, 생일 등 특정한 날에만 찍는 것이 사진이었습니다.
올해인가 작년인가 기억은 희미하지만 이 사진은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서울시청 지하의 '서울시민청'에서는 바람난 미술전을 했었습니다. 많은 조각, 그림, 사진이 어우러져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바로 이은열 작가의 이 사진이었습니다.
이은열,
indian summer | 100cm x 78cm | Archival Pigment Print, 2012.사진제공=킵스갤러리서울 포토그래피
어두움은 공포입니다. 어두운 것은 두려움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무서움입니다. 밤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그러나 밤에 뜬 달과 희미한 반딧불을 보면 그 두려움은 사라지고 입에는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도 어렸을 때 반딧불 쫓아 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이은열 작가는 밤이라는 어두운 사적 공간에서 느끼는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합니다. 어두움이라는 낯선 공간이 주는 두려움에 빛을 드리워서 따뜻한 기억을 피어나게 합니다. 마치 별이 빛나는 밤 같습니다.
일상의 반짝임을 카메라에 담은 이정현 사진작가
이정현, a little 11, 44x56cm, inkjet print, 2011. 사진제공=킵스갤러리서울 포토그래피
또, 한 명의 일상을 잘 기록하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이정현 작가의 사진은 2010년 광화문에 있는 신한갤러리에서 봤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사진들과 함께 놓여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입니다. 수 많은 사진전을 보지만 제 머리 속에 각인 시키지 못한 사진들은 금방 다 까먹지만 이상하게도 이정현 사진작가의 사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네요.
이정현 사진작가의 사진은 어떻게 보면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그냥 평이한 사진 같습니다. 일상 사진이라고 볼 수 있고 딱히, 피사체가 주는 명징한 메시지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각인이 된 이유는 그 일상의 반짝임이 있습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이지만 반짝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래를 하고 빨래를 널면서 빨래에 반짝이는 빛방울에 순간 기분이 박하사탕을 먹은 듯 확~~ 좋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길지 않은 순간이지만 그 일상에서 만나는 찰나의 반짝임을 느끼게 되면 참 기분이 좋아지죠. 이정현 작가의 사진이 그런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뚱하게 본 사진도 있긴 하지만 몇몇 사진은 내가 느끼는 일상의 반짝임을 이 작가분도 잡아 냈고 그 공감대가 형성되자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네요. 감성 사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게 너도 나도 찍다보니 마치 사진의 하위 부류로 취급되는 경향도 있지만 이 만큼 많이 소비되고 촬영 된다는 것은 대중적인 인기가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경쟁이 심하다 보니 각인되는 감성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런 감성 사진은 일반인들이나 찍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런 감성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는 거의 못 봤고 상업 사진가들에게서만 봤습니다. 아무래도 소비가 많으면 돈이 끼어들게 되어있죠. 이정현 사진작가는 잘은 모르겠지만 상업 사진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이런 감성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은 비판이 있음에도 꾸준하게 찍는 모습이 용기 있어 보이는 모습도 있습니다.
이 일상 사진 사진가 두분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뉴욕 첼시에서 운영되어온 킵스갤러리뉴욕와 협력적 관계인 킵스갤러리서울에서 이 두 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일상의 낯선 순간들'展 - 이은열, 이정현展
사진전시 기간 : 2013년 11월 19일(화) ~ 30일(토)
참여작가 : 이은열, 이정현
장소 : 킵스갤러리 서울 포토그래피
홈페이지 : http://kipsgalleryseoul.com/
압구정에 있는 갤러리인데요. 압구정에 가실일 있으면 한 번 들려보세요. 압구정역 근처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