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선한 마음이 악한 마음을 이겨낸다는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

by 썬도그 2013. 10. 25.
반응형


명숙은 도시의 한 빈민촌에서 구멍 가게를 운영하면서 삽니다. 그녀는 항상 검은 장갑을 끼고 있어서 검은 장갑이라고 불리웁니다. 학교를 두 번이나 퇴학 당한 아들과 새 남편과 살아갑니다. 빈민촌에는 다양하고 기구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고 때로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삽니다. 고물을 주워서 파는 목사님도 있고 항상 술에 취해서 미친년처럼 지내는 술집 딸도 있습니다. 


도벽이 있는 아들과 술 주정이 심한 새 남편 태섭(김희라 분)과 함께 명숙(김보연 분)은 또순이처럼 살아갑니다. 이런 명숙을 한 눈에 알아보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주석(안성기 분), 명숙의 전 남편입니다. 그러나 명숙은 주석을 외면하죠. 그러나 주석은 아예 이 꼬방동네로 이사를 옵니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과거를 수시로 보여주면서 둘 사이의 과거를 조금씩 조금씩 보여줍니다. 


주석과 명숙은 젊은 시절 한 눈에 반해서 결혼을 합니다. 철모르던 명숙은 주석과 결혼을 하지만 어느 날 주석이 경찰에 붙잡혀 갑니다. 영문을 모르는 명숙은 경찰에게 따지지만 경찰은 소매치기범이라고 알려주죠. 회사원인 줄만 알았던 명숙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러나 명숙은 주석을 기다리고 면회를 갑니다. 

다시 새출발을 하는 두 사람은 남편에게 아들의 첫 돌이라면서 선물을 사오라고 돈을 줍니다. 그렇게 주석은 아들에게 줄 장난감을 사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다가 우연찮게 버스에서 소매치기가 있었고 전과가 있던 주석은 억울하게도 또 다시 교도소에 가게 됩니다. 그렇게 또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다시 출소를 합니다. 그렇게 전과가 쌓여만가자 교도소에 나와도 취직할 곳을 찾지 못합니다.

땔감과 쌀이 없어서 냉골에서 굶고 있는 명숙의 모습을 참지 못한 주석은 다시 소매치기를 하다 6년형을 삽니다. 그리고 명숙은 주석을 떠나게 됩니다. 


명숙은 그렇게 주석 곁을 떠났고 새 남편과 함께 서울의 빈민촌인 꼬방동네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택시 운전을 하다가 주석이 명숙을 보게 됩니다. 이를 현재 남편인 태섭이 알게 되고 3사람 사이의 감정 싸움과 크고 작은 마찰이 생깁니다.

여기에 아들이 이런 관계를 알게 되면서 기구한 명숙의 삶을 보여줍니다.


기구한 여인의 삶을 보여주는 '꼬방동네 사람들'

어둠의 자식들과 꼬방동네 사람들의 원작자는 이동철입니다. 두 소설 모두 영화로 만들어져서 큰 히트를 쳤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고도성장기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담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꼬방동네에서 꼬방은 하꼬방에서 하를 뺀 단어로 일본어로 상자집이라는 뜻입니다. 즉 판자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꼬방동네가 80년 중반의 대히트 드라마인 똑순이가 나온 달동네 때문에 빈민촌이 꼬방동네에서 달동네라는 단어로 바통을 넘겨줍니다. 

이 영화는 꼬방동네를 보여주지만 어둡고 습한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고물을 줍는 목사님이라는 희망도 보이고 결혼을 하지 못하고 나이만 먹은 동네 할아버지도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환갑잔치도 해줍니다. 그러나 빈민촌이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팬티 하나 때문에 머리 끄댕이를 잡고 싸우며 서로 헐뜯고 뒷담화를 하는 등의 수군거림은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존재 합니다. 

수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 사는데 서로의 과거를 깊게 보여주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현재 명숙의 남편이 전직 폭력배인 것도 사람들은 모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명숙은 아들 하나만 바라보면서 삽니다. 그러나 아들이 자꾸만 밖으로만 돌고 새 아버지를 돼지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외면을 합니다. 거기에 도둑질까지 하니 명숙은 하루 하루가 고통의 연속입니다. 여기에 전 남편까지 이 꼬방동네에 오니 명숙은 더 옥죄입니다. 

구멍가게를 하면서 이제 좀 먹고 살만 해 졌는데 아들과 새 남편과 전 남편 모두 이 기구한 운명의 여자를 도와주지 않네요.
그러다 새 남편인 태섭과 전 남편인 주석이 직접 대면하고 싸움질 까지 하는 단계에 갑니다. 주석은 명숙에게 자신을 떠난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자기 잘못이지만 아들은 자기가 데리고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슬며시 난 이제 달라졌고 철이 들었다면서 같이 떠나자고 합니다. 그러나 현 남편인 태섭도 자신은 명숙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한 여자를 두고 두 사람은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런 기구한 삶은 많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구도이고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통속적인 신파극입니다. 

지금이야 이런 줄거리로 영화를 만들지도 않지만 보려고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힘은 이 줄거리 보다는 80년 당시의 시대상을 잘 녹여서 보여줍니다. 신파라는 것이 통속적이지만 그 통속이 당시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몰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김보연의 연기입니다

어렸을때도 배우 김보연을 예쁘장한 누나라고 생각했지만 스크린 속 김보연은 정말 빛이 날 정도로 예쁜 미모를 보여줍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 나오지만 출연 당시의 나이는 25살이었습니다. 25살의 꽃 띠에 이런 기구한 운명의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연기 정말 잘 합니다. 김보연은 배우이기도 했지만 가수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영화의 노래도 직접 부르는 재능을 보여줍니다. 

82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 이 연기가 바로 이 꼬방동네 사람들을 몰입하면서 보게 하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네요. 명숙이라는 억척같은 삶을 사는 모습을 이렇게 잘 표현하고 담아내다니 정말 명 배우입니다. 



선한 마음이 악한 마음을 이겨낸다

영화에서는 2명의 선인이 나옵니다. 한 명은 명숙입니다. 명숙은 소매치기를 하던 전 남편과 살인 전과가 있는 현 남편을 변화 시킵니다. 교도소를 3번이나 갔다 온 주석을 옥바라지 하는 순박한 여자의 모습과 함께 살인범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현 남편인 태섭을 떠나지 않는 모습에 태섭은 변하게 됩니다. 또한 전 남편인 주석도 택시 기사를 하면서 새 삶을 명숙과 다시 하고 싶다고 하는 선한 마음을 가지게 하죠. 

여기에 또 한 명의 선인이 나옵니다. 현 남편인 태섭에게 맞아서 죽은 남편의 아내입니다. 이 아내는 남편이 죽자 여기저기 부초처럼 떠돌다가 이 꼬방동네에 오게 됩니다. 포장마차를 하기 위해서 구멍가게에 들렸다가 자신의 남편을 죽인 태섭을 보게 됩니다. 공소시효가 1주일 남은 태섭은 서둘러서 명숙과 함께 이 동네를 뜨려고 합니다. 그러다 주석과 태섭이 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 했지만 이 아낙은 경찰에게 태섭을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왜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행동과 명숙 때문에 태섭은 변하기 시작 합니다. 

영화는 감동적인 마무리로 끝이 납니다.
선한 마음을 가진 검은 장갑을 항상 끼고 다니던 명숙의 장갑을 벗겨주는 남자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현 남편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아이가 4명이나 되는 아줌마에게 자신의 가게 계약금을 전해줍니다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하는 이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압권입니다. 저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김보연은 보여줍니다. 

대기업 상사를 뛰쳐나와서 영화 감독이 된 배창호 감독의 데뷰작인 '꼬방동네 사람들'
80년 당시의 빈민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빈민들이 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전두환 정권 당시에 2중 검열의 억압 속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든 배창호 감독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네요. 검열관도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소리가 있던데요.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네요. 

다행인 것은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병신춤의 창시자인 공옥진 여사의 춤사위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영화였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영화를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관람해 보세요.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bqo7KL2DrMY&feature=relmfu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