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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기억이 사라지는 연쇄 살인범의 공포를 담은 '살인자의 기억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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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지는 연쇄 살인범의 공포를 담은 '살인자의 기억법'

썬도그 2013. 10. 18. 11:12



기억이란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어 줄 때가 많습니다. 기억이 켜켜히 쌓이고 세월이지나면 안 좋은 감정이나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게 되는데. 이걸 무드셀라 증후군이라고도 하죠. 실제 기억은 그 보다는 날서고 힘들지만 시간은 소프트 필터처럼 기억을 뿌옇게 처리해서 현실 보다 달달하게 머리속에 담겨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도 그런 무드셀라 증후군의 기억처럼 달달하고 달콤한 이유가 좋은 장소 좋은 사람 좋은 일이 생길 때 촬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힘들고 어려울 때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하물며, 사진이 귀했던 예전에는 더더욱 그렇죠. 

기억이란 추억이 되어서 우리의 노후를 지탱해 주고 옛생각이라는 마약과도 같이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기억이란 추억이 되지만 우리의 정체성이 되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우리 인류도 육체라는 껍데기를 벗어나 다른 물질로 전송이 되는 시대가 오면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은 부모님을 닮은 육체가 아닌 기억이 전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공각기동대나 블레이드 러너처럼 기억만이 그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시대가 언젠가는 오겠죠. 그런데 육체는 살아 있는데 기억이 파괴되는 병이 있습니다. 알치하이머 병. 흔히 치매라고 하는 이 병에 걸리면 육체적인 죽음이 아닌 정신의 죽음을 살아서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나 많은 드라마에서 서서히 기억이 사라지는 그 공포와 슬픔을 최근에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이 천년 만년 살면 좋을 것 같지만 평균 생존 나이가 늘면서 뜻하지 않게 기억이 사라지는 치매 환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네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 치매에 대한 공포를 잘 담은 소설입니다. 



돌아보면 제가 이 블로그에 많은 책을 소개하면서도 최신 소설류는 거의 소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사진 관련 서적이나 경제학, 사회 과학 책만 읽는 편식을 하는 경향도 있고 소설 책을 너무 등한시 한 것은 아닌가 해서 이리저리 뒤지다가 발견한 책이 '살인자의 기억법'입니다. 

이 책은 현재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인기 소설입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팟캐스트로 친숙한 작가이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 본 것이 없네요.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소설가인 김영하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은 왜 이 작가가 잘 나가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 합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저는 이 문장을 읽고 뭐지 이 소설? 살인마의 이야기인가? 제목이 그렇다고 해도 은유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인 책입니다. 이렇게 힘있는 총성으로 시작한 책은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이런 흡입력에 한 나절 만에 다 읽어 버렸습니다. 오후 10시에 시작해서 새벽 3시경에 다 읽었는데 책의 속도감이 대단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책 페이지 숫자도 많지 않은 장편이지만 단편 같은 크기 덕분도 반나절 만에다 읽게 한 것도 분명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연쇄 살인범인데 딸을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그 딸은 영화 '화이'처럼 범죄를 통해서 데리고 온 딸이고 이 딸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잘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딸은 아버지가 살인마인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냥 시골의 평범한 수의사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살인마가 치매에 걸려서 점점 기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치매는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지는 병입니다. 이 소설은 치매에 대한 공포감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제 내가 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 단계까지 오자 주인공은 일기를 쓰기 시작 합니다. 마치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사진과 문신으로 기억을 외부 기억에 의존하는 모습처럼 일기와 녹음기 등으로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고 중요한 정보를 적습니다. 

그 정보만을 철석 같이 믿고 사는 주인공은 또 다른 근심이 생깁니다. 딸 은희가 한 남자와 연애를 하기 시작 했는데 살인마의 본능으로는 그 남자가 연쇄 살인을 하고 다니는 범인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짐승은 또 다른 짐승을 보자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딸을 지키기 위해서 부던한 노력을 합니다. 

그럴때 마다 딸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면서 하소연을 하지만 주인공은 믿지 않습니다. 그렇게 딸도 믿어주지 않는 싸움을 혼자 하기 시작 합니다. 책은 후반에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기억이 희미해짐을 넘어서 왜곡된 기억이 가져온 엄청난 파국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 추리물의 강인함도 느껴졌지만 그 보다는 치매에 대한 공포감이 더 무서웠습니다. 

외모는 내 부모님인데 날 알아보지 못하고 나에게 삿대질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가족들은 얼마나 허망하고 무섭고 두려울까요? 


소설가 김영하는 자신의 재떨이를 말없이 비워주는 부모님을 보면서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소설하면 신경숙과 같은 여류 소설가의 갸녀린 소설만 읽다가 김연수, 김영하 같은 힘있는 남자 소설가의 소설을 읽으니 이게 남자 소설가의 힘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이 대단한 책입니다. 또한, 재미도 있습니다. 거기에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이 가을 재미있는 책 없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문학적 깊이는 깊지 않지만 대중 소설로 읽으면 썩 좋은 소설입니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전자책으로도 동시 출간 되었고 종이책보다 40%나 싸고 추가로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더욱 좋네요. 


<<오도독 전자책 체험단의 지원을 받아서 내가 직접 선택해서 읽은 책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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