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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진격의 거인', 인간성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를 담다

by 썬도그 201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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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1기가 끝이 났습니다.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25주였고 오랜만에 일본 애니에 푹 빠졌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하나의 신드롬이었습니다. 수 많은 패러디가 나왔고 사람을 만나면 진격의 거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격의 거인에 빠져들게 했을까요? 거인일까요? 아님 공포?

그건 아마도 우리 인간의 수 많은 모순과 거대한 권력 관계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이 애니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닐까요?
분명 이 애니는 특이한 설정이 큰 인기를 끌게 했습니다. 정체모를 거인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 직전의 상태인 세계관 자체가 충격적이고 신선 했습니다. 그리고 잔혹스러운 그러나 지금도 지구의 운영 방식인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실제의 세계를 '진격의 거인'은 거인과 인간이라는 간단한 도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져보면 이런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세계는 인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청나라가 쳐들어와서 조선을 굴복 시키고 매년 조공을 받치던 모습, 그 조공에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몰상식이지만 당시는 그게 당연시 되었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고 철저하게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는 시대였습니다.

인류의 전쟁들이 다 그런 것 아닐까요? 전쟁시에는 인간성이라는 것을 찾기 힘들었으니까요. 근래에 인류가 인간성을 부르짖고 약자를 보호하고 전쟁에서도 포로는 죽이면 안 된다고 제네바 협정을 만들었지 그전에는 포로가 어디 있습니까? 죽이고 싶으면 죽고 아니면 노예로 팔거나 몸종으로 쓰거나 그랬죠.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관계도 그렇고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하고 하는 그 전체의 과정이 그냥 동물의 왕국이었습니다. 
그런 동물의 왕국과 같은 모습을 진격의 거인은 보여주었고 그 모습에 우리는 놀라워하면서 무섭고 두려워 했습니다. 


따라서, 진격의 거인에서 느끼는 공포는 거인 자체라기 보다는 거인이 담고 있는 동물의 먹이사슬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성을 쌓아서 마지막 남은 인류를 보호함과 동시에 인간성을 지키는 모습이 진격의 거인에서 담기고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초반에 이런 구도를 잘 보여주어서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거인과 인간의 대결 구도가 아닌 내부의 첩자라는 미스테리물로 빠지면서 맥이 빠지게 됩니다. 거인의 정체는 25편까지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여성형 거인과의 사투를 미스테리 장르로 담고 있는데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도 강하고 허무하게 1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에 적잖은 실망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편에 보여준 주인공 엘런 에거의 말은 너무나도 인상이 깊습니다.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어. 인간성마져도 !

거인을 물리치려면 인간성마져도 버려야 한다는 말은 엘렌 에거가 아니라는 동료를 이기려면 동료애도 버려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아주 참혹스러운 말이지만 실제 우리의 인간의 역사를 보면 인간성을 버린 괴물 같은 사람들이 역사를 지배하고 자신들의 씨를 뿌렸습니다. 

인간성을 버릴 수 있는 쪽이 강한 이유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고 거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기는 쪽이 선이 아닌 인간성을 버린 쪽이 승리하고 그 승리한 사람들이 쓴 역사책에 이긴자들은 선하다고 쓰고 있습니다. 

2차 대전을 종식 시키기 위해 미국은 일본에 군인과 민간인 아니 민간인만 거주하는 곳에 핵폭탄을 떨구웠습니다. 
물론, 일제가 멸망하는 결과 자체는 우리 민족에 큰 도움이 되고 일제라는 파쇼제국의 멸망은 악마의 멸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리를 하더라도 인간성을 지키면서 승리를 해야 하는데 핵무기는 수 많은 민간인을 순식간에 죽이는 인간성 상실의 도구였습니다. 

만약, 미국이 수 많은 애먼(따지고 보면 일본 국민들도 조력자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일본 민간인까지 죽이는 것을 주저 했다면 전쟁은 좀 더 길어졌을 것입니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기 전에 상대적으로 작은 희생을 각오해서 핵폭탄을 떨구었지만 그 행위 자체는 인간성을 버린 행위입니다. 

이게 바로 인간의 모습이자 현실입니다



과연 인간성은 뭘까요? 월드워Z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원작에는 방금 전 까지 자신을 지켜주던 엄마가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되자 가족들이 그 엄마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그냥 엄마에게 물려서 같이 좀비가 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엄마라고 해도 내가 살기 위해서 머리를 박살내야 할까요?

이렇게 인간성은 상황에 따라서 쉽게 달리 해석되고 정의 되기도 하며 때로는 내 생명을 위해서 인간성을 버려야 할 때도 많습니다. 엘렌 에거가 인간성을 버리고 동료인 아니를 때려 눕힐 수 있었던 것은 인간성을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성은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사라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성과 다른 인간성은 동물에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그것이 바로 인간성일 것입니다.  동물은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없습니다. 누우떼 중에서 다친 동료가 생기면 그냥 도망가죠. 그러나 인간이라면 다친 동료를 위해서 방어진을 치고 도울 것입니다. 그게 인간성 아닐까요?

약자에 대한 배려, 기계적인 평등이 아닌 실질적인 평등이 동물에는 없는 인간의 본성이자 이어나가야 할 우리의 행동 방식입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베 같은 곳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의 인간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인간성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진격의 거인에서 인간성을 버려야 하는 이유는 대의 때문입니다. 나의 목숨과 살아 있는 다른 동료와 가족을 위해서 우리는 총을 들고 전쟁에 나갑니다. 어쩌면 적과 맛서 싸우는 모습도 인간다운 모습이자 인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을 무조건 이기기 위해서 화학무기나 핵폭탄을 써서 나에게 총뿌리를 겨누지 않는 사람까지도 모두 죽게 하는 것은 인간성 상실이자 지탄 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엘렌 에거의 행동은 인간성을 버렸지만 대의가 합당하기에 우리는 그 모습을 이해하고 응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베 같은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자신들 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 언어 욕설과 행동들은 그들이 과연 인간일까 하는 생각마져 들게 합니다. 그들에게는 인간성도 없지만 인간성을 버린 대의도 없습니다. 그냥 자신의 못남을 해소할 약한 존재들을 찾아서 발로 차면서 쾌감을 느끼는 유아기적인 인간들이죠.

마치 어린 아이가 지나가는 개미를 밟으면서 좋아하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인간이 인간성을 버리는 순간 동물이 될 것입니다. 짖는다고 다 개가 아니듯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들이 세상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그럼에도 죽을 때 까지 인간성을 지키며 사는 삶들은 위대하고 고귀합니다. 고귀한 삶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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