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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내가 뽑은 가을과 어울리는 감성 멜로 영화 TOP10

by 썬도그 201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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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가을은 뭘 하든 좋은 계절입니다. 특히 사랑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죠. 이 사랑하기 좋은 사랑스러운 가을에는 유난히 감성멜로 영화가 많이 상영합니다. 감성(感性)이라는 단어는 '외부의 자극에 대한 우리의 오감이 느끼는 인식 능력'을 감성이라고 합니다. 감성이 뛰어난 사람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적극적인 리액션을 하는데요. 이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감사하며 때로는 눈물을 잘 흘립니다. 이런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예술에 대한 반응도도 아주 크고 예술을 남들보다 더 잘 즐깁니다. 아니 예술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남들 보다 큰 반응을 보입니다. 이 오감을 반응을 이끄는 감성 가득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감성멜로 영화들은 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죠.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소개하기 전에 먼저 아래에 소개하는 영화들은 제가 본 영화 중에서 고른 것이고 제 취향과 성향이 철저하게 반영된 랭킹이기 때문에 객관성은 전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70년대 이전 멜로 영화는 제외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러브 스토리'나 '라스트 콘서트' 같은 최루성 영화들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현재의 사랑방정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있어서 제외를 했습니다. 또한 남녀의 연애 이야기가 담기지 않는 영화도 제외를 했습니다. 그럼 출발! 합니다

10위. 시네마 천국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주연 : 자끄 페렝, 살바토레 카시오, 필립 느와레  1988년 프랑스, 이탈리아 제작 감성멜로가 아닌 영화 전체로 놓고 선정했다면 이 '시네마 천국'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감성멜로 장르로만 국한 한다면 높은 순위에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멜로와 함께 알프레도 할아버지와의 긴 우정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워낙 알프레도 할아버지와의 긴 인연과 우정이 감동스러워서 엘레나와 토토의 러브 스토리를 가리운 것이 감성멜로 순위에서는 낮은 점수를 줬습니다. 토토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엘레나 때문이죠. 첫사랑 엘레나를 잊지 못하는 토토. 토토는 엘레나라는 뮤즈를스크린에 투영한 영화를 만들어서 큰 성공을 하게 됩니다.

엘레나와 토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영화는 국내 개봉 버전과 감독 버전의 결말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엘레나와의 재회를 지워버린 국내 개봉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이 영화의 매력에 큰 보탬을 합니다 웃기고 울리고 감동까지 있는 시네마 천국은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배우 이병헌이 10년 전 한 토크쇼에서 최고의 영화로 '시네마 천국'을 꼽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시네마 천국이 올 가을(2013년 9월)다시 한국에서 재개봉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여오네요

9위 비포 선 라이즈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주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1995년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제작 

드링! 드링! 드링! 전화 받아~~라고 말하는  맑고 상기된 얼굴을 한 셀린은 제시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채근을 합니다. 제시는 그 전화 받기 놀이에 동참하기 위해 손으로 전화 모양을 하고 셀린의 수다를 받아줍니다. 어떤 영화는 같이 나이 먹어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 속 두 남녀 주인공이 늙는 것과 내가 늙는 것이 동기화 된 영화가 바로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입니다. 이 '비포 선라이즈'는 3부작 영화 중 1편으로 단 15일 만에 영화를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속 시간도 아주 짧은 14시간입니다. 영화는 유럽 횡단 기차에서 유럽에서 실연 당한 미국 청년 제시가 셀린느라는 아가씨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하룻밤의 이야기입니다. 기차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불꽃처럼 터지고 둘은 예정에도 없이 비엔나에서 내려 비엔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라고 해봐야 서로의 관심사나 신변잡기 식의 이야기들이죠. 그런데 이 영화! 처음 만난 20대 청춘남녀의 감성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스파크가 튀는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해 뜨기 전에 헤어졌지만, 그 긴 여운은 3부작으로 담기게 됩니다. 많은 관객이 그다음 이야기를 원했고 셀린느와 제시는 2004년 '비포 선셋'이라는 영화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2013년 올해 그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들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통 멜로와는 많이 다른 영화입니다. 둘이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냥 스치듯 헤어지는 인연이지만 평생을 통해서 친구처럼 만나는 인연을 담고 있는데 이 자체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비엔나의 거리와 20대 남녀 주인공의 맑은 대사들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8위 냉정과 열정사이

감독 : 나카에 이사무  주연 :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2001년 일본 제작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가고 싶어 할 것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피렌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준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이야기가 바로 '냉정과 열정사이'입니다. 인기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개콘의 한 코너에서 사용해서 이제는 노래만 들으면 웃음이 나오는 영화O.S.T가 참으로 감미롭습니다.수채화 같은 풍경과 개울 물소리 같은 영화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를 잊지 못하는 멜로 영화로 만들었네요. 


7위 언어의 정원

감독 : 신카이 마코토   2013년 일본 제작 애니

감성의 깊이는 상영 시간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가 바로 '언어의 정원'입니다. 46분이라는 이 짧은 애니는 올해 본 영화 중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영화입니다. 혁명과도 같은 뛰어난 비쥬얼은 이 언어의 정원에 푹 빠지게 합니다. 언어의 정원을 보고 한동안 이 정원에서 계속 서성이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주제가인 Rain을 들으면서 애니의 감수성의 정원을 거닐게 되네요. 신카이 마코토는 '애니계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라고 할 만큼 감성 가득한 애니를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보통 애니는 과격한 액션과 다이나믹한 스토리와 판타지가 큰 매력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대표 작품에서는 일반 영화보다 더 깊이가 있는 촘촘한 감수성을 애니에 잘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수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애니는 '초속 5cm'입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뛰어난 영상과 잔잔한 스토리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떨림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소개를 했습니다. 감수성 자체만 놓고 본다면 '초속 5cm'가 더 감수성이 진한 애니이지만 제가 '언어의 정원'을 선택한 이유는 초속 5cm가 좀 우울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감독 본인도 초속 5cm를 좀 더 밝게 그린 답가 같은 영화가 '언어의 정원'이라고 했는데요. 이 언어의 정원은 비만 오면 공원에서 만나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상처받은 두 사람이 작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빈약한 것이 아쉽지만, 빛을 한올 한올 그린듯한 영상은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6위 미술관 옆 동물원

감독 : 이정향  주연 : 심은하, 이성재  1998년 한국 제작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져 버리는 건 줄말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인 줄은 몰랐어"
춘희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면서 그림 액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것이라는 춘희의 사랑 방정식은 철수를 만나서 수정되게 됩니다. 
90년대 말에서 2천 년도 초는 한국영화의 제2의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기발한 소재와 다양한 영화가 많이 쏟아져 나왔고 많은 영화들이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과 같이 잘 만들어진 허리우드 시스템에서 찍어내는 듯한 기획 한국 영화가 가득한 모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엄청나게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미술관 옆 동물원'입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은 스토리가 아주 뛰어난 영화입니다. 영화 속의 영화인 액자 형식의 영화를 통해서 춘희와 철수의 사랑을 비추거나 은유하면서 둘의 사랑을 끈끈하게 이어줍니다. 명대사가 참 많았고 예쁜 장면들이 꽤 많았습니다. 세상 어디에 미술관  바로 옆에 동물원이 있을까요? 그 어디는 바로 한국 과천이고 이 영화를 위해서 그렇게 배치한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이야기가 주는 힘이 대단히 크고 좋습니다. 심은하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바라보기만 하는 미술관에 사는 춘회와 사랑은 행동이라고 말하는 동물원에 사는 철수의 사랑이야기가 참 달콤합니다. 



5위 건축학개론

감독 : 이용주  주연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2012년 한국 제작 

 

언어의 정원도 한 참을 그 깊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건축학개론'에 비한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건축학개론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부터 영화 앓이가 시작되었고 2012년 내내 건축학개론에서 나온 대사와 은유를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심지어 서연과 승민의 아지트였던 서울 정릉과 서촌 누하동의 한옥도 찾아가 봤을 정도입니다. 

이 영화가 이렇게 깊은 감성을 담은 이유는 바로 보편적인 소재인 '첫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카피 문구가 이 영화의 대변하듯이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잊고 살았던 첫사랑이 다시 찾아와 옛 기억들을 꺼내 놓는 이 영화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랑의 원형재인 첫사랑의 맑은 떨림을 그대로 잘 담고 있습니다. 수지와 이제훈의 이미지와 연기가 꽤 인상 깊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첫사랑은 여자들의 첫사랑이 아닌 남자들의 첫사랑인데요. 남자들의 사랑방정식은 첫사랑과 함께 지은 집을 허물어버리고 다시 다른 사랑을 지어 올리는 것이 아닌 계속 리모델링하면서 첫사랑의 변주를 이어가는 모습이 많은데 그런 남자들의 보편적인 사랑방정식을 잘 담고 있습니다. 
첫사랑은 잊혀지지 않고 다른 사랑으로 덮인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승민이 택배로 보내온 서연이 승민에게 대학 1학년 때 선물한 휴대용 CD플레이어에서 기억의 습작을 듣던 서연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아마도 이 영화의 배경이 된 90년대 초에 제가 대학을 다녀서 더 공감대가 컸었던 것도 있겠네요. 

4위 해리가 샐리가 만났을 때

감독 : 롭 라이너  주연 : 빌리 크리스탈, 맥 라이언  1989년 미국 제작 

지금은 잊혀진 배우가 된 멕 라이언은 한 때 만인의 연인이었습니다. 작은 얼굴에 노란 곱슬머리에 러브리한 목소리와 외모
맥 라이언의 인기는 현재 수지의 인기와 버금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바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입니다. 맥 라이언이 출연한 최고의 명작 영화가 바로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입니다
지금이야 로코라서 해서 로맨틱 코메디가 하나의 장르가 되어서 많은 여자분들이 즐겨 찾는 장르인데요. 이 로멘틱 코메디의 시초는 '우디 앨런' 감독의 '애니홀(1977년 작)'이지만 이를 확고히 한 것은 바로 1989년 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입니다. 해리와 샐리는 같은 시카고 대학 출신입니다. 둘은 친구의 소개로 성공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함께 향하게 되죠. 그리고 둘은 내기를 합니다. '남녀 사이에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진부한 질문은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성 친구 사이에서 숱하게 하는 질문이고 여전히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결론은 내려지지 않습니다. 나이 들면 각자 사람마다 다르다는 알고 시덥잖은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그 뜨거운 청춘 시절에는 이게 통일 문제보다 더 심각한 고민입니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밀땅을 담고 있는 참 말 많은 영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는 보고나면 참으로 유쾌해지는 영화입니다. 헤리 코닉 주니어의 노래와 음악도 참 좋고 뉴욕 센트럴 파크의 낙엽 가득한 황금빛  가을 풍경도 참 멋진 영화입니다. 

3위 시월애

감독 : 이현승  주연 : 이정재, 전지현  2000년 한국 제작 

개봉 당시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개봉 후 한 2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본 이 영화는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다시 알려준 영화입니다. '엽기적인 그녀'가 전지현이라는 배우에게 딱 어울리는 배역이지만 전지현의 또 다른 매력인 청순함을 한가득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시월애입니다

시월애는 영상과 음악 모두 아름다운 영화입니다만 무엇보다 독특한 스토리가 이 시월애에 후한 점수와 제 기억에 크게 각인 되었습니다. 일마레라는 집 앞에 있는 우체통을 통해서 시간을 넘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인데요. 스토리 자체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내용이지만 이 공상을 아주 멋진 판타지 멜로로 만듭니다. 현재 일마레에서 사는 은주와 2년 전 일마레에서 살았던 성현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김현철의 멋진 주제가와 영상 시인인 이현승 감독의 무채색의 영상미학으로 큰 감동을 줍니다. 

이 영화는 대중적인기를 크게 끌지 못했고 영화 '동감'가 스토리가 비슷해서 많은 분들이 못보셨을텐데요. 그냥 잊혀지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허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해서 '레이크 하우스'라는 영화로 개봉 했지만 '시월애'가 훨씬 좋은 영화입니다. 일마레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시공을 넘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영화입니다. 

2위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 허진호  주연 : 한석규, 심은하 1998년 한국 제작 

감성 멜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지만, 신파극 같은 뻔한 스토리나 눈물을 자연스럽게 흘리게 하는 것이 아닌 억지로 흘리게 만드는 인위적인 영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영화 답지 않은 한국 영화입니다. 제가 한국 영화답지 않다고 한 이유는 이 영화는 기존의 한국 멜로 영화와 아주 다른 표현법을 사용한 영화입니다.

70,80년대 최루성 영화들은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불치병으로 서서히 쓰러 저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나옵니다. 소재만 보면 최루성 영화이고 당시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편지'와 소재 자체는 비슷합니다. 그러나 같은 소재의 영화이지만 그걸 담아내는 방식은 다릅니다. 영화 편지는 70,80년대 표현법인 최루성 영화로 담아내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는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참는 영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주인공 정원과 다래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저씨와 주차단속 공무원 사이로 만나게 됩니다.

필름을 매개체로 서로의 인연을 이어가지만 정원은 자신이 곧 죽는 것을 알기에 다래에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다래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정원을 원망하죠. 충분히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지만 그 슬픔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지언정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런 표현 방식은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억지 또는 과장된 슬픔보다는 현실적이고 차분하고 담백하고 조용한 귓속말 같은 표현 방식이 8월의 크리스마스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인생 최고의 한국 영화로 꼽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습니다. 일본에서 리메이크가 되었고 일본 팬들 때문에 앨범이 재발매가 되었으며 최근에 영화의 배경이 된 '초원사진관'이 리모델링을 한 후 군산의 관광상품이 된 모습을 보더라도 8월의 크리스마스는 세월이 쌓일수록 더 자라는 나무와 같은 멜로 영화입니다. 키스씬 하나 없지만 그 어떤 멜로 영화보다 사랑스러운 수채화 같은 영화입니다. 소유해야만 꼭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입니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습니다. 사랑은 간진한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라는 대사가 아직도 기억나네요. 

 

 

1위. 러브레터

감독 : 이와이 슌지  주연 :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1995년 일본 제작 

한 영화를 20번 이상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한 영화를 여러 번 본다는 것은 2가지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는 영화가 재미있어야 하며 또 하나는 언제 꺼내봐도 질리지 않고 물리지 않는 클래식 음악과 같은 촘촘한 서사와 깊은 서정이 있어야 합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한 30번 정도를 본 듯 합니다. 정확하게 얼마나 많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러브레터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본 영화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이 포스팅을 쓰면서 3위 이하 순위는 변동이 좀 있었습니다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러브레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감수성의 성주라고 하는 일본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1995년에 제작한 영화입니다. 당시는 일본영화 개방이 되지 않아서 이 영화를 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둠의 경로로 이 영화를 본 청춘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만큼 입소문으로 먼저 알려진 영화고 90년대 말 한국에서 개봉을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일본 영화가 바로 '러브레터'입니다. 제가 8월의 크리스마스보다 러브레터를 1위에 올린 이유는 이야기의 촘촘함 때문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야기의 변동폭이 크지 않습니다. 시한부의 삶을 관조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브레터는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러브레터는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여인인 와타나베 히로코의 시선으로 시작합니다.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다가 죽은 연인의 집에서 발견한 중학교 졸업 앨범을 뒤져서 혹시나 하고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냥 하늘나라로 보내는 심정으로 보냈는데 놀랍게도 후지이 이츠키로 부터 답장이 옵니다. 영화는 이때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죽은 연인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가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러브레터는 2가지의 닮은 꼴이 쌍으로 이루면서 영화 자체의 흥미를 끌어갑니다. 
그 하나는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입니다. 죽은 연인의 이름인 후지이 이츠키는 중학교 여동창인 후지이 이츠키와 연결이 됩니다. 이름이 같다는 것은 놀림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끌림의 끄나풀이 되기도 하죠. 이름이 같은 여자 동창을 통해서 와타나베 히로코는 연인 이츠키의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동창 이츠키로 부터 전해 듣습니다.또 하나는 얼굴입니다.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 한 후지이 이츠키와 와타나베 히로코는 얼굴이 너무나 닮았습니다. 
이 닮은 모습은 이 영화를 푸는 열쇠이자 숨겨야 하는 진실이기도 합니다. 죽은 연인이 짝사랑하던 중학교 동창과 와타나베 히로코가 닮았기 때문에 자신을 좋아한 것이라며 상당히 불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건축학개론과도 비슷합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계속 첫사랑의 변주만 찾는 남자의 사랑방정식을 이 러브레터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구조의 탄탄함과 함께 현악기 소리가 아름다운  설경과 어울리는 

레메디오스의 영화음악과 아름다운 영상과 연출력이 탄탄한 영화가 바로 러브레터입니다. 

감성 멜로 영화의 거장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이자 내 인생 최고의 감성 멜로 영화입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 제목 같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인 영화 '러브레터'입니다. 

가을과 멜로 영화는 참 궁합이 좋습니다. 연인의 팔에 기대서 아름다운 영화 한편 보는 것도 이 가을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일 듯 하네요. 순위에 없지만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4월 이야기, 아는 여자, 봄날은 간다, 번지 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등이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 인생의 최고의 감성 멜로 영화는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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