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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전에만 돈을 내고 보는 관람객들 어떻게 봐야 할까?

by 썬도그 201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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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지난 주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인 '로버트 카파'의 사진전을 보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로버트 카파전을 봤습니다. 탄성이 나온 이유는 이 긴 줄 때문입니다.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구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도사진의 대가를 알아보는구나 하는 기쁨이 있었지만 동시에 이런 유명 외국 사진작가의 사진전에만 길게 줄을 서서 보는 모습에 탄식이 나왔습니다.

한 해에 사진전을 한 50회 이상 가서 보게 됩니다. 인사동의 사진전문 갤러리에서도 서촌의 류가헌 그리고 크고 작은 사진전을 찾아가서 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전은 이렇게 길게 줄을 서서 보지 않습니다. 특히나 한국 사진작가의 사진전을 이렇게 줄서서 본 기억이 없네요. 그리고 그 사진전은 대부분 무료입니다. 무료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보지 않을 정도로 한산합니다. 

그러나 해외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전 그것도 입장료를 내는 사진전에는 긴 줄을 서서 봅니다. 작년에 있었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전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퓰리처 사진전도 엄청난 인파로 기차놀이를 하듯 컨베이너 벨트에 관람객을 싣고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유명 사진작가의 유료 사진전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까닭은?

왜 이럴까요? 왜 우리는 유명한 사진작가 그것도 유료 전시회임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릴까요? 
유명하니까! 이게 정답이겠죠. 유명하니까 보러가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이 광화문에 뜨면 서로 보려고 아우성을 치는 것처럼 우리는 유명한 것은 무명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남들이 유명하다고 말하면 그냥 덩달아서 유명세를 추종하는 부나방들이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것은 하나의 가치이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이면 과감하게 난 별로 안 좋아해! 라고 친구에게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그게 주관입니다. 그러나 이 유명하다는 것에 이끌려서 사진전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소비 행태를 나무라는 것은 아닙니다. 유명한 사람이 왔으면 왜 유명한지 좀 찾아보고 간다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로버트 카파는 유명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많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모습입니다. 다만, 이 몰리는 관객 중에서도 로버트 카파가 누구인지 적어도 전쟁보도사진작가라는 것은 알고 봤으면 합니다. 그래야 올곧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냥 유명하니까 본다면 그건 돈 낭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사진전을 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팜플렛을 보더니 전쟁 보도사진작가구나! 라는 감탄사을 20분간 줄서면서 바로 앞에 있던 관람객에게서 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마다 인상파 화가들의 미술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자주 열립니다. 열릴때마다 미어터집니다. 저도 고흐 전시회를 가서 봤는데 역시 현장에서 보는 느낌이 남다르긴 합니다만 제가 미술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고흐 작품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소양의 부족함을 느낀 후에는 그런 인상파 화가 미술전 가지 않습니다. 또한, 고흐나 르노와르 같은 인상파 화가 그림은 좋아하지만 고갱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고갱전은 가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사진의 대가인 카쉬전이 했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전 인물사진 보다는 보도사진을 좋아해서 브레송이나 카파 사진전만 주로 봅니다. 이렇게 호오가 강하고 소양이 어느정도 있는 분들이 사진전을 보기 보다는 그냥 유명하니까 맹목적으로 보는 분도 꽤 있을 것입니다. 이런 모습에 다른 특히 한국 사진작가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무료로 전시회를 해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모습. 마치 월드컵 경기에는 온 국민이 열광하면서 정작 K리그는 인기 없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진문화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렸하고 이는 예술계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돈 내고 줄서서 보고 인기 없고 무명의 예술가의 작품은 거의 찾으러 오지 않습니다. 



왜 대부분의 사진전은 무료일까?

유명 사진전 말고 대부분의 사진전 특히 개인전은 무료입니다. 어떤 사진전은 유료이고 어떤 사진전은 무료인 까닭이 뭘까요?
그건 전시 장소의 차이에서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료 사진전을 하는 곳은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은 돈을 받고 미술품 혹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반면 대부분의 무료 사진전을 하는 곳은 갤러리입니다. 갤러리는 미술관과 다르게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곳입니다. 
입장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누구나 쉽게 들어와서 작품을 감상하게 합니다. 그 무료 관람객 중에  사진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발생하면 거기서 수익을 냅니다. 

로버트 카파 사진전은 미술관에서 개최하고  있고 판매가 목적이 아닙니다.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고 보여주는 대가로 입장료를 받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사진작가의 개인전은 작품 판매를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무료입니다. 가끔 몇몇 작가분이 모여서 그룹전을 하면서 입장료를 받기는 합니다만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입장료를 내면서 볼만한 한국 사진작가가 있을까?

돌직구를 좀 날려보죠. 왜 해외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전은 유료이면서 한국 사진작가 사진전은 대부분이 무료이고 유료라고 해도 왜 그리 입장료가 쌀까요? 또 하나의 사대주의일까요? 아님 레벨 차이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사대주의는 아닌 듯 합니다. 실제로 브레송이나 카파의 사진은 너무나도 뛰어나고 무었보다 인류 역사를 바꾼 현장이나 인물을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사진역사는 짧기도 짧지만 80년대 이전에는 사진을 예술로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기록성만 평가 받았습니다. 사진이 예술로 인식된 것은 90년대 이후고 대중에게 인식된 것은 DSLR 보급 이후로 급속히 늘어난 사진 소비층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늦었지만 한국에도 유능한 사진작가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한국 사진의 평가는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 소비층이 늘었지만 대부분은 이 사진 소비층이 소비하는 사진이란 해외 유명 사진작가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사진작가들의 역량 부족도 분명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크기가 작디 작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진에 대한 소비가 없는데 생산을 계속 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진작가 중에는 사진전을 열기 위해 부업을 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아주 열악한 환경이죠.  특히나 순수 예술 사진을 하는 분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나마 갤러리 소속이거나 후원이 없으면 자비를 털어서 전시회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 사진작가 분들 대부분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데 소극적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 됩니다. 요즘 유행어인 맥락을 알아야 그 사진작가의 현재 전시를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홈페이지가 없다보니 전에 전시했던 사진을 보고 현재 전시를 보는 맥락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사진작가의 홈페이지가 없으면 전시회도 안 해줍니다. 홈페이지는 포토폴리오 그 자체이기도 하니까요. 

유난스럽게도 한국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저작권 때문입니까? 구데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모습입니다. 작은 해상도의 사진을 올리면 그걸 누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널리 멀리 알려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알리고 포장하는데 너무나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뭐 순수 예술가들은 알아서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들이 참 많은데요. 그런 선비 같은 생각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알리세요. 예술도 포장술이 아주 중요합니다.

예술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낸시 랭의 포장술은 정말 대단합니다. 물론 낸시 랭의 그것을 따라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을 알리는 홈페이지나 팬들과 의견을 주고 받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더 안되고 있는 것은 한국 사진작가 분들이 뭉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잘 뭉치지를 않으세요. 서로 출신 배경이 다 달라서 그런가요? 진입장벽이 낮아서 그런지 사진학과 출신이 아닌 분들도 사진작가로 활동 참 많이 합니다. 그런데 서로 교류를 많이 하지 않은 듯 합니다. 

이렇게 한국 사진계가 폐쇄적으로 돌아가니 외국의 유명 사진작가는 줄줄줄 외우면서 한국의 유명 사진작가는 1,2명만 겨우 말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인지도가 이렇게 낮으니 전시회를 하는지도 모르고 해도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로버트 카파와 홍순태 사진작가의 작품의 질적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두 사진작가의 작품 모두에서 휴머니티를 느끼니까요. 문제는 포장술입니다. 한국 애니들이 뛰어난 표현력과 원화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걸 엮는 스토리나 기획력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사진소재로 사진을 찍는 작가끼리 뭉친 사진전이나 다양한 사진전을 기획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개인 사진전이고 기획전이라고 해도 맥락도 의미도 없이 그냥 요즘 잘나가는 사진작가 몇 명만 소개하고 맙니다. 더구나 그런 사진전 대부분이 정작 사진작가들은 관심도 없는지 사진작가들이 언론과 인터뷰도 하지 않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솔직히 돈 내고 사진을 볼만한 사진작가가 국내에 거의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물어보죠?
한국 사진작가 중에서 이 사진작가라면 유료로 한다고 해도 돈 내고 보겠다라고 하는 사진작가가 있습니까? 선뜻 떠오르는 이름이 없을 것입니다.




공공기관에서의 무료 사진전에 길들여진 관람객들

한국에서 대규모 사진전 아니 서울에서의 대규모 사진전은 유일하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사진 축제 밖에 없습니다. 충무로 사진전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사진축제는 파리의 사진축제와 여러모로 흡사합니다. 한 가지 주제로 많은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을 소개하는데 그 규모가 서울에서 열리는 사진전 중에 가장 큽니다. 사진전시회는 물론, 사진 강의 등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뜨게 합니다.

이런 대규모 사진전 대부분은 시에서 직접 개최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무료로 전시를 합니다. 돈을 받는다고 해도 아주 저렴하게 받죠. 이렇게 공짜에 길들여진 사진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사진을 보지 않으려는 모습도 있습니다. 

지난달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공짜로 봤던 사진을 돈을 내고 보라고 하면 누가 볼까요? 분명 정부나 시에서 무료 관람을 조장하는 것도 한국 사진작가의 사진을 무료로 보려는 관람객들을 양산하게 됩니다. 



한국사진작가의 사진도 돈 내고 볼 수 있게 만들어라

한국 사진작가의 사진이라면 무조건 공짜로 보려고만 할까요?
아닙니다. 한국 사진작가의 사진도 돈 내고 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는 사진 관람객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서울국제사진전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약 3회 정도 했다가 지금은 어떤 연유인지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7년 경으로 기억되는데 인사동의 사진전문 갤러리 5곳 이상과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등 총 8개 이상의 갤러리가 합심해서 동시에 사진전을 개최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약 5천원의 입장료를 받았는데 꽤 인기가 높았습니다.

2회때는 구 서울역사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입장료 1만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전을 관람 했습니다. 약 20~30명의 국내외 사진작가 사진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이 한국사진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기획력 부족입니다. 이렇게 사진 소비자들은 내용이 좋으면 돈을 내고 사진전을 볼 용의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전이 지금은 소멸 했습니다. 동강 사진전이나 대구사진 비엔날레가 있지만 서울시민이 참여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멉니다. 서울시민들이 축제의 느낌 사진 만찬의 느낌을 받는 전시회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서울사진축제 밖에 없습니다.

사진계가 각성해야 합니다. 이 모래알 같은 모습부터 바꾸던지 아니면 누군가가 현재를 살아가는 유명한 한국 사진작가를 묶어야 합니다. 
로버트 카파나 브레송 같이 단독 전시회를 할 만한 역량이나 역사가 있는 사진작가는 해외 사진작가도 많지 않습니다. 세월의 더께가 쌓여야 사람들이 많이 인지하고 돈을 내고라도 보지 현대 사진작가는 거의 소개되지도 않지만 소개되도 유료 사진전은 거의 없습니다. 



맺음 말 

주제 넘는 소리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사진계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떠든 느낌도 드네요. 이 생각은 지난 몇년 간 겉으로 드러난 사진계에 대한 제 담백한 생각입니다. 한국 사진계가 좀 더 인정 받고 좀 더 많이 소비되려면 사진작가 개개인의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사진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메신저들이 거의 없습니다. 갤러리 학예사말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모래알 같은 조직력도 문제고요. 서울국제사진전이 흥행에 성공한 듯한데 제 3회때는 저 변두리에 있는 가든파이브에서 할 때 망할 것 같더니 결국 그 이후에 서울국제사진전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갤러리들 끼리 뭉쳐서 동시에 사진전을 개최해 보십시요. 돈을 내고서라도 그 사진 모듬전을 볼 사진소비자들이 즐비합니다. 안해서 그렇지 제대로만 하면 돈을 받고 사진전을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고 좀 더 많은 한국 사진가들을 대중에 알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진계의 각성이 가장 시급한 것 아닐까 하네요. 대중들은 점점 사진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데 한국 사진계는 그런 대중을 사로잡을 기획력도 작가들 스스로의 소통법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해외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전에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 보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나 하는 깊은 생각부터 해 봤으면 합니다. 대중은 볼만한 사진전에 비싼 입장료라고 해도 돈을 내고 볼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사진전이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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