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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무비위크 폐간은 영화를 문화재가 아닌 소비재가 되어버린 세태 때문

by 썬도그 201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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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진 관련글을 많이 쓰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영화 관련 글을 많이 씁니다. 특히 영화를 자주 많이 볼려고 노력중인데요. 영화 리뷰 쓸때는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영화광입니다. 그렇다고 부산영화제 까지 쫒아 다니는 그런 매니아 수준은 아니고 영화를 좋아하는 정도라고만 해야겠지요. 

제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기회는 고등학교 때 친구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영화 매니아였는데 이 친구는 쉬는 시간이나 수업시간에도 책상 밑으로 영화잡지 '스크린'을 보더군요. 그 친구에게서 스크린을 빌려서 보다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그 친구와 중간, 기말고사가 끝이나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때 본 영화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배트맨, 죽은 시인의 사회, 문라이트 등의 영화는 내가 영화 팬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매달은 아니지만 로드쇼라는 영화잡지를 가끔 사 보게 되었고 로드쇼에 나온 홍콩배우들의 브로마이드를 책상위에 걸어 놓기도 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 정보를 많이 알고 보면 볼수록 영화나 책이나 여행 등은 좀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잡지는 영화 정보의 보고였고 영화잡지를 보고서 개봉 예정작이 개봉 되기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관이 단관 개봉하던 시절을 지나 멀티플렉스관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90년대 후반 부터 다양한 영화가 전국 곳곳에 대형 마트 같은 멀티플렉스관이 들어서면서 한 영화를 장기 상영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영화를 단기 상영하는 시스템으로 변했습니다.
이에 월간지인 영화잡지도 매주 개봉을 하는 영화가 많아지면서 주간지가 등장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 주간지의 대표주자가 바로 씨네21과 무비위크였습니다.


관객 1억 돌파에도 무비위크가 폐간하는 이유

오늘 무비위크가 폐간한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주간지는 아니지만 가끔 아이패드로 보던 것이라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의문이 들지 않나요?

2012년 관객 1억 돌파라고 외치면서 한국 영화의 제3의 부흥을 넘어서 영화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요.
영화 관객의 양적인 팽창을 했지만 오히려 영화문화를 창달(?)하는 영화 전문지인 키노, 필름2.0 등은 폐간되고 이제는 무비위크 마져도 사라지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저는 이런 모습을 이렇게 해석해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이제는 문화재가 아닌 소비재가 되어버렸기 때문

영화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양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음악, 사진, 미술, 영화 모두가 양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이 있고 미술도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이 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진은 원래 상업적인 용도 즉 대중성으로 태어났고 처음에는 미술의 서자 취급 받다가 최근에는 사진도 순수예술 쪽에서 많이 인정 받고 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죠. 영화도 예술영화가 있고 대중영화가 있습니다.
이걸 딱 구분짓기는 어렵습니다. 대중영화를 보고 예술적인 풍부한 메타포를 느꼈다면 그건 예술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편적으로는 예술영화는 대중영화보다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시네마 천국'은 유럽에서는 잘 만든 상업영화라고 생각했지만 국내에서는 예술영화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영화 대중영화의 구분이 있지는 않았지만 최근들어서 이 구분이 확실히 되고 있습니다.
대중영화는 대규모 개봉을 하고 예술영화는 수입조차 안되거나 개봉을 해도 예술영화 전용극장에서 상영하는 식으로 구분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구분은 표피적인 모습이고 이걸로 완벽하게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구분법이 보편적일 정도로  이제 대중은 예술영화 보다는 대중성 높은 영화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80.90년대만 해도 예술영화도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기현상이라고 하지만 92년 개봉한 레오 까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예술영화가 폭발적인 흥행을 성공하기도 했으니까요. 또한,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나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흥행에 보장을 받은 영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 80년대는 엄숙주의와 과도한 예술지향주의가 대중을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예술영화라고 하는 영화나 영화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는 영화는 오히려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는 등 평론이 좋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영화평론가의 평을 무시하는 시대? 네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읽는 시대가 아닌 소비하는 시대가 된 요즘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특이하고 생경스럽고 날것의 느낌이 강하지만 보고나서 이거 뭐지? 하는 영화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을 본 후 이 감독의 스타일과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차이와 반복의 연속인데 이 감독은 그걸 영화마다 담고 있습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도 차이와 반복 그리고 지식인을 비판하고 혹은 스스로 디스를 하는 등의 재미난 장면이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한 감독을 좋아하기 까지 3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이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지루한 예술영화입니다. 그러나 지루함은 진득함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이고 영화를 이리저리 분석하고 찾아보고 하면 이전에 그냥 그런 영화구나 했던 것이 달라지게 됩니다.

예술영화의 미덕은 그것입니다. 하나의 영상장면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이 있습니다. 대중영화 같이 그 장면을 단 하나의 생각으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고전 소설들이나 예술작품들이 다 그렇습니다.

관객이 느끼는 방향대로 보여지는 것이 예술영화입니다. 대중영화에서는 이런 다양한 사유를 할 수 없이 A를 보여주면 A라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의 틈을 주지 않죠. 이게 단점이지만 장점입니다. 가뜩이나 바빠 죽겠고 시간 죽이기 위해 혹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영화를 보는데 거기서 또 여러가지로 생각을? 골치 아픈 것이 넘치는데 영화보면서 생각해?

그래서 요즘 관객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면 감독 멱살을 잡습니다. 알아먹지도 못하는 것을 왜 만들어? 라고 합니다.
이렇게 변한 이유는 세상이 경박단소 해졌기 때문입니다. 깊은 사색은 멸종되어가고 다양한 것을 빠르게 소비하는 미덕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보고 기분 좋다! 재밌다라고 하면 끝입니다. 영화관을 나서자마자 뭘 봤는지 기억 못해도 좋습니다. 볼 때만 쾌감을 느끼면 됩니다. 그걸 관객이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예술영화는 변두리 소극장에서 상영하고 대중영화는 동네 마트 가듯 가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읽는 시대가 아닌 보는 시대가 되었고 영화를 문화재가 아닌 소비재로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최고이고 재미있는 것이 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돈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TV드라마나 쇼프로도 시청률이라는 돈 때문에 울고 웃고 폐지를 합니다. 이렇게 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제단을 해 버리니 예술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술은 세렝게티 처럼 보호구역으로 보호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업이나 시나 정부에서 세금을 거두워서 보호를 해 줄 단계까지 왔습니다. 

무비위크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중성을 강조하는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런 영화잡지를 구입하는데 돈을 투자하지 않고 무료로 나눠주어도 읽지 않습니다. 영화 하나 고르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글을 읽고 볼까요? 블로거 리뷰 1,2개?  포털 평점 정도만 보고 보지 않나요?

무비위크나 씨네21같은 잡지를 돈주고 사 보느니 그냥 그 돈으로 잘나가는 영화 한편 봅니다. 또한 본다고 해도 영화기자들의 현학적인 언어가 가득한 영화평은 고루하고 따분해 합니다. 영화잡지들은 영화 매니아들이 주로 소비하는데 매니아층이 얇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 매니아가 대중이 되어가버리는 모습이 많아진 것도 있겠죠. 

여기에 영화 상영 주기도 문제입니다. 영화 잡지나 기사를 읽고 영화를 보러가면 그 영화가 이미 사라진 경우도 많습니다. 잘 나가는 영화는 3개월 이상 롱런을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길어야 1개월 짧게는 1주일 만에 영화관에서 사라집니다. 
이렇게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회전율이 높다보니 영화잡지를 읽고 찾아가는 시간적인 여유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씨네21도 걱정입니다. 국내 최고의 영화 주간지지만 씨네21도 예전만큼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가끔 씨네21을 읽으면서 영화의 소양을 키우지만 가끔은 너무 현학적인 언어구사로 졸립기도 합니다.

영화평론가들이 꼭 있어야 하지만 영화평들을 보면 너무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글들도 많습니다. 물론, 글들은 훌륭합니다만 대중성 있는 글들을 좀 더 많이 채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신문기사들 보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깊은 생각과 정보에서 나온 경험많은 기자의 글이 아닌 초짜들이 인터넷 뒤져서 쓴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는 그걸 또 소비하면서 욕을 합니다. 이렇게 세상이 변한 이유는 대중이 그렇게 길들인 것도 있습니다. 

진득하고 진중하고 사려깊다는 말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는 말과 등가입니다.
깊은 사유는 천시되고 가볍고 빠른 것만이 유의미하다고 말합니다. 과도한 말줄임 보세요. 쓸데 없는 말줄임을 보면 알수 있듯 이제는 스피드만이 가장 큰 생존방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잡지나 평론가 글들은 느립니다. 그 글을 소비하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조금만 느려도 지루해 하고 외면합니다. 

그런데요. 삶은 유한하지만 생각보다 참 깁니다. 때로는 깊은 관찰력에서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나오고 정확한 인지와 판단력을 이끌 수 있습니다. 무비위크의 폐간은 어쩌면 너무나 가볍게 사는 우리들에게 대한 경고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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