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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외국사진작가

웃음이 묻어나오는 사진을 많이 찍은 유머 사진 작가 엘리엇 어윗(Elliott Erwitt)

by 썬도그 201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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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 영화를 참 가볍게 취급합니다. 웃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아는데 우리는 코메디 영화를 좀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영화중에 코메디 영화가 몇편이나 있을까요? 있어도 아마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 '찰리 채플린'영화 정도만 세계적인 코메디 영화라고 할걸요. 비극과 희극이 함께하는 페이소스 가득한 채플린 영화 정도만 코메디 명작으로 여겨질 듯 합니다.
 
언젠가 부터 영화관에서 패러디 영화가 없어졌습니다. 저는 총알탄 사나이 같은 여러 영화를 가볍게 패러디한 영화들을 참 좋아했는데 레슬리 넬슨 옹이 사망한 후에 이렇다할 패러디 영화가 없습니다. 웃음은 살면서 가장 좋은 표정입니다. 평생 웃고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이런 웃음을 주는 코메디언이나 개그맨을 우리는 2류나 3류로 취급하죠. 유재석 같은 어느 영화 배우보다도 인기가 많은 개그맨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이고 개그맨 대부분의 취급은 딴따라에서도 상 딴따라로 취급 받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뭐! 그나마 최근에 인식이 많이 바뀌고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다른 유명 배우나 탤런트들이 손을 내미는 모습이 있긴 하지만요
 
한국 사진계를 감히 평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생활사진가 쪽의 사진들을 보면 온통 멋지고 근사하고 큐트한 사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멋진 풍광을 사진으로 찍고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수백만원 짜리 바디와 렌즈로 무장한 카메라 앞에 세워서 화보 촬영을 합니다.  달력사진과 화보사진이 주류가 되고 있고 우리는 그 화보사진과 달력사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달력사진과 화보사진은 이미 포화 상태고 레드오션이라서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한 그런 멋진 사진을 자주 보다 보면 물리죠. 솔직히 아름다운 미인도 매일 보면 언젠가는 질려 버립니다. 저는 이런 정형화 된 미의 기준을 살짝 바꿔서 웃음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찾는 생활사진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매그넘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Elliott Erwitt) 처럼요
 
 

유머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1928~ )

이 사진에 반했어요. 보통 단체사진을 찍으면 모두 자기 얼굴 잘 보이게 할려고 얼굴을 쭉 내밀잖아요. 그런데 이 단체사진은 
역발상으로 모두 얼굴을 가립니다. 아주! 재미있죠. 이런 즐거운 발상을 잘 하는 것이 엘리엇 어윗입니다.

자세히보면 위 사진에서 얼굴을 모두 가린 것은 아니예요. 어떤 분은 얼굴에 손으로 우는 표정을 하는 분도 계시고 어떤분은 이 모습을 역으로 사진으로 찍고 있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 분들 사진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인가 봐요. 

 (댓글로 이 사진이 1988년 매그넘 회원 단체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재미있는 사진작가 분들입니다)

엘리엇 어윗(Elliott Erwitt)는 1928년에 태어난 사진작가이고 현재까지도 살아계신 분입니다. 사진작가들의 직업만족도가 아주 높던데 그래서 그런지 장수하는 사진작가 분들이 많은가 봐요. 아무래도 세상을 관조하면서 사는 사진작가들의 깊은 성찰이 그들을 성인군자 처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매그넘 사진집단의 최고령 작가이기도 합니다. 

엘리엇 어윗은 1928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러시아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나서 10살이 되던 1938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L.A대학에서 사진과 영화를 배웁니다. 그는 에드워드 스타이켄, 로버트 카파, 로이 스트라이커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데 '미 농업안정국' 사신부분 수장으로 있떤 로이 스크라이커로 부터 스탠다드 오일 프로젝트를 따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후 1950년에 미 육군에 소속되어서 사진을 찍다가 1953년 '로버트 카파'가 만든 매그넘에 합류하게 됩니다

어윗은 다양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물론, 광고사진과 패션사진을 찍었습니다. 보통 사진작가들은 다큐 사진작가는 죽을 때 까지 다큐만 찍고 패션 사진작가는 패션 사진만 찍다가 죽는데요. 이런 장르별 사진 찍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그걸 꼭 고집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때가 있습니다.

아니! 코메디 연출만 하는 감독은 평생 코메디만 찍고  다큐 영화 찍는 영화감독은 평생 다큐만 찍어야 하나요? 물론, 세상이 복잡다단해서 한 장르에서만 성공하기도 힘들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말이죠. 다른 분야의 사진을 찍는 것이 금기시 되거나 법으로 제정한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분야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왜 패션 사진작가가 다큐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왜 다큐 사진작가는 광고사진 찍지 못합니까? 못 찍는 것이 아닌 안 찍는 것이 맞겠지만 적어도 다양한 사진 분야를 접해 보는 것이 사진작가에게 큰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요? 뿌리는 한 곳에 두더라도 여러 분야의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엘리엇 어윗은 다 방면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스로 취미로 사진을 찍고 생계를 위해서 찍는다고 했을 정도로 사진에 대해서 큰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진을 찍은 작가는 아닙니다. 속물이라고 할 지 몰라도 솔직하게 돈 때문에 광고 패션 사진 찍고 그 돈으로 여유가 있을 때 생활 사진가 처럼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결정적인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 결정적 장면들이 바로 유머입니다. 그의 사진 대부분은 화끈한 대비와 웃음과 느낌이 가득합니다. 일단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감상해 보시죠. 

 

 

 

 

 

 

 

 

 

 

 

 

 

 

 

 

 

 

 

 

 

 

 

 

 

 

 

 

 

이 사진에서 빵빵 터졌습니다. 유머사진 사이트가 따로 있을 정도로 유머 사진들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많습니다. 그런 사진들 대부분은 유명 사진작가가 아닌 저와 같은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들입니다.  저는 웃기는 사진들이 더 좋습니다. 심각하고 진득하게 뭔가 잔뜩 담은 듯 하지만 잘 공감이 안 가는 추상적인 사진 보다 딱 보고 딱 웃을 수 있는 유머사진이 좋습니다.

우리는 너무 유머사진을 가볍고 천박하도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언제 추억이나 과거 기록물 근사한 뭐 그런 것을 넘어서 웃기는 사진만 모아서 전시하면 어떨까요? 2013년 찍은 웃기는 사진전을 열어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년 사진축제 하는 서울시인데 올해의 주제는 웃음이라고 하고 웃기는 사진만 일반인들에게 출품을 받아서 전시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기는 짓일까요? 아니요! 한국 사진계는 좀 웃겨야 합니다. 아직도 80년대 식의 탐미적이고 엄숙한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사진중에 유머사진의 인기는 폭발적인데요. 왜 우리는 그런 사진을 모니터와 스마트폰으로만 봅니까? 큰 갤러리에서 보면 안됩니까? 언젠가 한국 사진계도 웃기는 사진이 전시되는 날이 오겠죠. 

이 엘리엇 어윗은 정말 웃기는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작가의 인품이 묻어 나옵니다. 

 

 

 

 

어윗은 유머러스한 일상 사진도 찍었지만 이렇게 보도 사진도 찍었습니다. 
위 사진은 1959년 흥분한 미국 닉슨 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 박람회장에서 흐루시초프에게 삿대질을 하는 장면입니다. 무례해 보이는 닉슨과 그걸 무시하는 흐루시초프가 묘하게 대비됩니다. 

 

 

아마 이 사진도 어윗의 대표작이 아닐까 합니다. 위 사진은 미국의 흑백 인종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 찍은 사진인데 이 시절에는 백인과 흑인의 수도꼭지가 따로 존재 했습니다. 물은 똑같은 관에서 나오는 물인데 음수대는 다른 모습. 이건 분명 인간이 만든 웃기는 세상입니다. 

이 사진은 워낙 유명하고 한 선생님이 저에게 누가 찍은 사진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엘리엇 어윗이 찍은 사진입니다. 

이렇게 어윗은 색의 대비, 구도의 대비와 표정의 대비 등 대비를 참 잘 포착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사진은 관찰의 예술입니다. 
평범한 장소에서 흥미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는 대상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엘리엇 어윗>

참 공감가는 말이죠. 사진 찍기 위해 높은 산을 오르고 외국 여행을 가고 먼 곳으로 떠나는 분들이 많지만 정말 좋은 피사체 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걸 쳐다볼 여유가 없거나 시각의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시선이 달라지고 관점이 달라지면 내 앞에 있는 평범한 피사체가 보석 같이 반짝일 것입니다 그런 일상에서 보석찾기를 잘 하는 사진작가가 엘리엇 어윗입니다.

 

 

 

싱글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해 보이는 싱글을 부러운듯 혹은 궁금해서 쳐다보는 커플이 재미있죠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반복과 변형이 일어난 피사체들을 어윗은 참으로 잘 담았습니다

 

 

 

 

 

 

 

 

 

 

 

 

 

 

 

 

 

개와 어린이를 좋아했던 엘리엇 어윗

엘리엇 어윗은 개와 어린이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개 사진이 참 많습니다

 

 

 

 

이 사진도 아주 유명하죠. 큰 개 다리와 여자의 다리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개 사진이 많은 이유는 개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개가 사람보다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이유도 있다고 하네요

1974년 Son of Bitch와 1992년 To The Dogs, 1998년 Dog Dogs등의 개 사진집을 낼 정도로 개에 대한 그의 애정은 대단했습니다. 개라고 자꾸하지까 어감이 좀 그렇네요 강아지로 바꿀께요

 

주인이 등을 긁고 강아지도 긁습니다. 

 

 

 

 

 

 

 

 

 

 

 

디카 시절도 아니고 개의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데 엎드려서 찍었을까요? 노 파인더 샷이라고 하기엔 구도가 완벽해서 어윗이 직접 바닥에 엎드려서 찍은 듯 합니다. 

"당신이 어디서 사진을 찍는 지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그 어디에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뭘 찍느냐의 문제다." 

Elliott Erwitt

 
찍을 것 없다고 투정 부리지 마시고 찍을 것을 탐색해 보세요. 그래도 없다면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내 시점을 바꿔보세요. 그러면 또 다른 보물들이 눈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보이는 것이 사진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반짝일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서 반짝이는 셀러브레티들도 있지만  다른 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일상의 피사체도 많습니다 항상 반짝이지 않고 어느 순간 반짝이는 그런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보세요. 그리고 그걸 공유할 때 그 반짝이는 일상을 발견할 확률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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