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에반게리온 서! 에반게리온의 전설을 스크린으로 만나다 본문

세상 모든 리뷰/영화창고

에반게리온 서! 에반게리온의 전설을 스크린으로 만나다

썬도그 2012. 12. 26. 01:44



매니아층이 있는 영화나 제품에 대한 내 생각을 적을 때는 좀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많은 정보나 세계관을 다 경험하지 못하고 내 나름대로의 경험만 가지고 적으면 잘못된 혹은 편견이나 오해 부분을 지적함을 넘어서 인신공격을 합니다.

따라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고서 바로 쓰지 못하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그렇다고 다 알고 쓰는 것은 아니고 대충 훑어보고 쓰는 글이기에 잘못된 정보는 태클 절대적으로 걸어주십시요. 다만 인신공격만은 자제해 주십시요


90년대 후반 재패니메이션의 정점을 찍은 에반게리온

군 전역 후, 모뎀소리 지글거리면서 인터넷을 하던 시절 한 일본 애니가 인터넷을 점령했습니다. 이미지 하나 다운 받을 때 척척척 소리는 나지 않지만 이미지가 조금씩 열리던 그 시절, 일본의 에반게리온이 PC통신을 점령했었습니다.

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하나의 컬쳐코드가 되어서 한국의 20,30대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기존의 로봇만화들은 무쇠로 만든 로봇을 파일럿이 타고 로봇을 격퇴하는 1차원적인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많은 부분이 달랐습니다

먼저 마징가Z와 같이 강박사가 만든 로봇류인 1세대 매카닉 애니를 넘어 2세대인 건담이나 마크로스V류의 좀 더 현실적이고 2차대전을 연상케하는 선과 악의 구분이 느슨한 철학적인 사유가 가미된 메카닉류에서 좀 더 진화한 모습으로 세상에 선보입니다.

95년에 일본에서 TV시리즈물로 방영한 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97년 전후로 국내에 비디오 물로 수입되어 많은 인기를 구가합니다. 물론, 저도 틈틈히 빌려 봤지만 한 10여편을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이 너무 커서 그걸 다 이해하고 흡수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미드 로스트나 당시 인기를 끌었던 컬트 드라마인 X파일과 같이 거대한 세계관을 다 드러내지 않은 채 일부분만 보여주면서 사람 애간장을 끓게 했던 애니였습니다. 결국은 레이의 존재도 모르겠고 사도란 녀석들의 존재도 이해가 안가고 거기에 초호기에 어머니 영혼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 등등, 전체를 보거나 보더라도 몇번을 돌려봐야 어느정도 골격이 드러나는 막대한 시간 투자를 요하는 모습에 두손을 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10편 정도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에반게리온은 하나의 문화였고 90년대 일본 재패니메이션의 정점을 구가한 거대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15년 정도가 지난 듯 합니다. 오늘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는 이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인 에반게리온 서, 에반게리온 파를 연속 무료 상영을 했습니다. 상영은 필름이 아닌 블루레이로 상영을 했습니다


블루레이로 본 '에반게리온 : 서'

12월 25일 식구들과 함께 에반게리온 : 서를 보러 상암동에 갔습니다. 크리스마스인데도 이 외진 영상자료원 영화관에 많은 관객이 왔습니다. 30분전에 갔는데 좌석이 딱 30개 정도만 남았고 운 좋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소문이 많이 나서 그런지 명당자리는 이미 하루전에 예매한 분들에게 뺐기고 말았네요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한 관객은 영상자료원 직원분과 영화관 안에서 실랑이도 벌였습니다. 영상자료원 영화관을 1년에 한 5번 이상 찾아가서 보는데 항상 자리가 남았고 실랑이도 없었는데 이 날은 엄청난 인파로 실랑이도 벌어지네요 이게 다, 영화에 대한 인기의 반증이겠죠

영화는 오후 15 : 30분에 시작했고 러닝타임은 2시간도 안되는 98분 짜리였습니다. 블루레이를 상영한다고 해서 화질이 조악할 줄 알았습니다. 블루레이를 접해보지 못해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큰 스크린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했지만 이런 제 생각은 바로 허물어졌습니다. 그냥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는 그 자체였습니다. 

아! 블루레이 블루레이 하는데 이 정도의 해상력과 화질이라면 시골 구청 강당에서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빔 프로젝터만 연결해도 영화관 못지 않은 음질과 화질과 해상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져 드네요. 영상자료원에서 블루레이 영화를 상영하면 으레 화질이 나쁘겠지 하고 피했는데 앞으로는 블루레이 상영전도 꼬박 챙겨봐야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중학생인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제 3 도쿄시에 도착해서 '전술 장교'인 '카츠라기 미사토'를 기다리는 장면 부터 나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사도가 침공해서 대규모 전투를 시내에서 벌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에반게리온을 어려워 하는 이유가 사도라는 악당 유기체에 대한 존재 때문입니다.
사도는 수시로 나오는데 이 사도는 기존의 악당 로봇과 다릅니다. 크기는 거대한데 로봇은 아닌 유기체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데 코어라는 핵심을 파괴해야만 죽일 수 있습니다. 

생긴 것도 로봇과는 다른 기하학적인 모습을 띄고 있고 형태도 가지각색입니다. 재래식 무기로는 절대 파괴할 수 없는 거악과 같은 존재들이죠. 핵무기나 미사일은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사도를 처치할 유일한 인류의 비밀무기는 바로 '에반게리온'입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유기체 로봇을 타고 사도와 맞서다

이카리 신지는 에반게리온을 운전하는 파일럿입니다. 이 에반게리온은 사도와 마찬가지로 묘한 로봇입니다.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고 거대한 동물? 혹은 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로봇은 엔진과 무쇠팔 무쇠다리가 있지만 에반게리온은 유기체입니다. 속에는 피로 채워져 있고 심지어 장기도 있습니다. 파일럿은 에반게리온과 싱크를 할 수 있는 슈트와 통신장비를 입고 쓰고 원통형 콕피트 용기를 척추에 삽입해서 에반게리온을 조정합니다.

에반게리온은 그 자체로 유기체이자 짐승이기에 인간인 파일럿의 조정을 넘어서면 혼자 폭주를 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폭주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데요 폭주를 하면 파괴력이 쎄지긴 하지만 인간이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작전을 펼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조정할 수 있게 인간 파일럿을 에반게리온에 삽입합니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에바를 조정할 수 있는 인간은 어른이 아닌 14세의 중학생만 가능하며 에반게리온과의 싱크도 무척 중요합니다.  에반게리온은 영호기와 초호기 2대만이 만들어졌습니다

영호기는 네르프라는 범 인류적인 단체가 처음 만든 기체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황색의 좀 후줄근 한 것이 영호기인데 이 기체의 파일럿은 아야나미 레이입니다


묘상한 캐릭터 레이

붉은 눈에 하늘색 머리카락,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웃지도 않는 레이, 참 묘령의 캐릭터죠. 레이는 에반게리온 영호기를 시험운전하다가 크게 부상을 당합니다. 신지와도 가까워지지 않고 항상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모습. 사령관이자 이카리 신지의 아버지인 '이카리 겐도'의 안경을 보물처럼 여기는 모습에서 겐도와의 관계도 애매모호합니다. 

신지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에반게리온에 타지만 레이는 무조건 에반게리온을 탑니다. 전형적인 일본형 인물입니다. 일본형 인물이란 바로 순종적인 캐릭터죠. 영화 '에반게리온 파'에서 나오는 독일 출신 일본계 소녀인 아스카와 너무 상반되는 캐릭터입니다. 

이 미스테리함이 이 레이라는 캐릭터를 오타쿠들의 추앙을 받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영화 에반게리온 서에서도 기계적인 행동만 합니다. 감정은 전혀 없는 모습은 로봇 그 자체입니다.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왜 타야 하는지에 대한 괴로움을 보일때도 인간이고 동료라면 그 고민을 들어주고 다독여주는 파일럿 선배의 느낌 보다는 그냥 시스템의 일부 처럼 오류에 대한 플랜B를 실행하는 프로그래밍 된 인간 같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얼음공주를 넘어서 프로그램 그 자체입니다.

이런 맹목이 이 레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 올립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병약한 이카리 신지

에반게리온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이카리 신지'입니다. 사령관인 아버지의 아들인데 에반게리온 초호기를 조정하는 파일럿으로 나옵니다. 초호기는 신지의 어머니의 영혼이 녹여든(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초호기를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파일럿이죠. 에반게리온은 건담 류의 매카닉 애니와 달리 파일럿과 유기체인 에반게리온의 정신적인 교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같은 핏줄인 사람이 조정할 수 있습니다.  신지는 전형적인 모범생 중딩입니다. 

첫 사도와의 대전에서 승리를 하지만 첫 전투 때 자기 동생이 다쳤다면서 학교에서 같은 반 학우에게 린치를 당합니다. 
세계를 구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것 따위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아버지의 따스한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조종칸을 잡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가 참 맘에 와닿습니다. 2차대전 때, 미군이나 독일군이나 일본군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총을 잡았을까요? 물론 그런 거시적인 이유로 전쟁을 하는 병사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서 전투를 하거나 동료를 위해서 하죠
전쟁이 일어나면 서로 딱콩질만 하다가 옆에 있는 동료 병사가 총에 맞고 쓰러지면 그때 부터 병사들은 폭주하고 살기를 가지고 적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제거 대상으로 봅니다

신지는 딱 그런 모습입니다.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신지의 갈등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첫 전투와 두번 째 전투때도 이기긴 했지만 신지의 영혼은 점점 녹이슬고 파괴되어 갑니다. 사춘기 중학생의 심리적 갈등을 잘 보여주고 그런 사춘기 코드를 에반게리온은 잘 담습니다. 

신지는 그런 갈등을 겪으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갑니다.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운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의 칭찬입니다.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궁극적이자 절대적인 목적을 드러내지만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오로지 아버지를 위해서입니다. 아버지의 칭찬 한마디에 죽음의 묵턱에서의 고통도 이겨내죠. 

그러고보면 이 모든 과정을 콘트롤 하는 냉혈인간 아버지인 '이카리 겐도'의 전략으로 비추어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아버지 겐도의 행동에 주먹질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병약하고 유약한 신지, 신지의 따스한 마음씨가 이 영화의 유일한 인간애라고 할 정도로 인간의 심성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다룬 에반게리온 : 서

극장판 에반게리온 : 서는 TV시리즈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릅니다.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파에서는 좀 다른 면이 있지만 서에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번의 사도와의 혈투가 극렬하게 담깁니다.

TV시리즈물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액션장면입니다. 보다 화끈하고 화려하며 거대한 전투씬이 가득합니다. 
TV시리즈가 주인공들 간의 심리묘사 장면과 사춘기 소년, 소녀의 모습의 갈등과 미묘한 감정의 모습을 차분하게 잘 담고 있다면 극장판은 TV와 다르게 돈을 내고 입장하는 관객들을 위해서 지루한 심리묘사를 최대한 줄이면서 액션에 치중합니다.

사도와의 3번의 싸움 장면은 웅장하고 거대하고 화려함입니다. 거대한 빌딩이 무너지고 도심에서의 거대한 전투씬은 압권입니다. 그 어떤 실사 영화보다 화끈한 액션과 그럴싸한 액션장면에 심장은 쫄깃 동공은 개방됩니다. 이 거대한 액션 장면 만으로도 이 에반게리온 서는 큰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액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코믹스러운 장면등도 가득하고 레이와 신지와의 관계도 일본 특유의 세심한 터치로 잘 담고 있습니다. 

정체모를 사도와의 끝날것 같지 않은 싸움, 강인하다 못해 냉혈한으로 그려지는 아버지 겐도와 신지와의 갈등도 흥미롭습니다.그리고 인류 어쩌고 하는 거대한 임무에 싱크를 하지 못하고 내가 왜? 싸워야 하나 하는 당위성에 대한 갈등이 당위성 높게 담기고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은 이런 거대한 액션이 가장 큰 매력이고 관객의 궁금증을 끊임업이 유발하는 거대한 세계관이 빵속의 잼처럼 씹을수록 진득한 달콤함을 줍니다. 따라서 모든 세계관을 다 이해하고 봐도 재미있고 모르고 봐도 재미있습니다. 

에반게리온 서가 끝나자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특히 젊은 관객들이 꽤 많았는데 20대 관객들은 이 거룩한 대 서사시에 감흥했는지 박수를 쳤습니다. 영화관에서 박수소리 듣기는 참 오랜만이네요


아름다운 영화는 세월과 세대를 넘어서다

내가 20대에 본 에반게리온을 지금의 20대들이 열광합니다
96년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었을 그들, 이제는 저와 함께 박수를 치네요. 좋은 영화는 세월과 세대를 뛰어넘습니다.
에반게리온 TV시리즈 물을 전혀 보지 않아도 이 영화 에반게리온 서는 재미있습니다. 전체 세계관을 다 몰라도 재미있습니다.

에반게리온 서를 시작으로 파, 그리고 올해 11월 일본에서 Q가 개봉했고 마지막 4편으로 극장판 시리즈가 마무리 된다고 하죠. 이 거대한 서사시를 지금이라도 챙겨 보십시요. 극장판은 TV만에서 느끼지 못한 화려하고 뛰어난 액션과 비쥬얼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은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모든 것을 참 잘 담고 있습니다. 다만 건담 처럼 외전 같은 것이 없는 것이 좀 아쉽긴 하죠. 
극악스러운 생명력의 사도와 지혜의 화신인 인간과의 사투. 앞으로도 기대 됩니다.
저는 이 에반게리온 서를 보고도 세계관을 다 이해하지 못했고(이해할 수 없죠 일부분만 보여주니) 그 궁금증에 검색을 해보니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을 유머스럽게 설명한 동영상이 있네요

에반게리온 세계관을 이해할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이걸 보고 에반게리온 서, 파, Q를 봐도 좋고 안보고 봐도 좋습니다


에반게리온이여! 영원하라. 이 에반게리온은 뛰어난 O.S.T로도 유명하죠. 극장판에서는 다른 노래가 나오지만 TV판 주제가를 소개합니다



6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