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과연! 선관위 TV토론이 후보 검증에 도움이 될까?

by 썬도그 2012. 12. 5.
반응형

며칠 전 술자리에서 친구 녀석이 선거나 정치 이야기 좀 하지 말라는 말에 버럭 화를 냈습니다.
"너는 니가 좋아하는 자동차 이야기는 괜찮고 내가 좋아하는 정치 이야기는 왜 하면 안되냐"
"너의 그런 말 자체가 정치야. 뭘 하지 말라고 제약하는 것 그게 바로 법이고 정치하는 놈들이 만드는 거야"
"너 자신이 그렇게 사사건건 제약하고 정치를 하면서 무슨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해!"
"너 같이 정치를 피할려고 하고 더럽게 보니까 그 놈들이 지들끼리 앞에서는 치고 받고 싸우는 척 해도 뒤로는 악수하고 작당질 해먹는 거 아냐"

제 불화와 같은 쏘아붙임에 친구는 가만히 있었고 저도 더 말 했다가는 싸움이 날 것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다만 앞으로 내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대신에 너도 내 앞에서 내가 듣기 싫고 니가 좋아하는 것 자동차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이 그 나라의 대통령 수준이 그 나라 국민 수준'입니다. 정치인들 쓰레기라고 욕해봐야 자기기만이고 누워서 침 뱉기입니다


이정희의 압승으로 끝난 대통령 후보 토론

다까키 마사오! 이 말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영화 해리포터에 보면 감히 이름조차 거론해서는 안되는 금기어가 있죠. 볼드모트, 이 말을 하지 못해서 사람들은 쩔쩔맵니다. 워낙 불경스럽고 무서운 존재라서 대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2명 있습니다. 한 명은 장자연 사건 때 한 언론사 사주의 이름이고 또 한 명은 '다까키 마사오' 입니다. 

어제 이정희 대통령 후보는 '다까키 마사오'라는 말을 했고 그 이름이 바로 박정희의 일본식 이름이라는 말 까지 했습니다. 공중파에서 금기시 된 단어를 말해 버린 것이죠. 통쾌 했습니다. 누구나 그 사실을 알지만 쉬쉬하는(왜 쉬시하는지는 모르겠음..왜 그 위대한 분에게 누를 끼친다고 생각하나? 그런데 엄연한 과거 아닌가?) 모습이 있었습니다.

어제 TV대선후보 토론은 이정희 후보의 압승이었습니다. 두 후보를 가지고 놀 정도로 준비도 잘해 왔고 카랑카랑하고 똑소리 나는 말투며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스킬 뿐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공격력을 흡수해서 되받아쳐서 돌려주는 등 토론 9단의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그럼 이 토론이 보수나 진보 어느쪽에 유리하게 흘렀을까요? 

보수의 입장에서는 어제 토론이 성공적이지도 실패도 아니였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현재의 한국 보수층들이 언제 토론보고 선거했나요? 그냥 박정희의 딸이니까 지지하는 것이죠. 박정희의 딸이라는 단 하나의 명제만 가지고 지지하고 투표하는 사람들입니다. 싸잡아서 말하지 말라고요?  그럼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습니까? 박정희라는 영웅의 딸이 아니였다면 박근혜를 지지할 이유가 있습니까? 

보수는 전통적으로 논리나 도덕성 가지고 후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전과 18범인 후보도 당선시키는 사람들인데 토론 좀 못한다고 에이! 실망했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토론 좀 못하면 어때, 비리가 좀 있으면 어때, 전두환에게 6억 받는 것이 뭐가 어때, 최측근인 홍사덕이 비리에 연루 되어서 그깟것즘 좀 어때! 식으로 넓은 품으로 보듬습니다.

따라서 이 한국의 40%라는 절대 보수들을 진보는 설득할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그 40%는 평생 그렇게 살 사람들이니 싫은 소리만 하지 말 뿐, 그들을 향한 정책이나 손을 잡자고 할 필요 없습니다.  어제 토론은 박근혜 후보의 완패였지만 선거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이정희와 통합진보당 쪽은 어떨까요? 
말은 시원시원하게 했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의 돌직구였지만 대선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저 조차도 통진당 사태 이후 그쪽은 쳐다도 안 봅니다. 다만 어제 토론을 보면서 총기있는 저 젊은 대선 후보가 어쩌다 당권파와 함께 가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 행동으로 인해 다시는 통진당 쳐다 볼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정희의 어제의 모습은 좀 안타깝기는 하네요. 저게! 이정희인데 저게 바로 이정희인데 하면서요. 

목소리며 논리며 토론의 하는 기술을 아주 잘 압니다. 다만 토론에서는 압승 했지만 통진당 쪽에 표가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 문재인 쪽은 어떨까요?
뭐 솔직히 어제 토론에서 가장 젠틀하게 나왔던 것이 문재인 후보였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참배를 하러 갔다가 노무현 지지자들 때문에 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했고 좌던 우던 과격한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에 대한 유감의 말도 하는 등 아주 부드럽게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문재인과 박근혜 후보의 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무슨 경로당에서 노인들 미팅하는 줄 알았습니다. 서로 날카로운 그러나 예의를 갖춘 질의와 답변을 해야 하는데 뜨드미지근한 이야기만 합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발음도 토론도 잘 못하더군요. 워낙 박근혜 후보가 토론을 못하다보니 문재인 후보가 좀 더 잘 해 보이는 것은 있었지만 토론 스타일의 문재인은 아니더군요. 상대가 질문하면 뭔가 적는 척을 하던데 가만히 보면 그건 적는 척이지 그걸 보고 말하지는 않는 것으로 봐서 교육을 받은 티가 납니다. 사실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교육을 받았으면 차라리 머리 염색은 아니더라도 좀 더 꾸미고 나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모로 문재인 후보는 너무 격식만 차리다가 뭔 이야기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어제 토론으로 인해 민주당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도 않습니다. 토론이란 서로 정책 검증을 통해서 내 정책이 더 낫다라고 주장하면서 서로 티격태격 해야 국민들이 좀 더 심도있게 판단할 수 있는데요. 어제 정책을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책이 왜 이리 겹치는 것이 많을까요? 반값 등록금도 그렇고 몇개의 정책이 서로 겹칩니다. 차별성이 많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어떤 정책을 말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은 문재인, 이정희, 박근혜 모두에게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선관위 주관의 TV토론의 형식 때문입니다. 

선관위 TV토론 형식은 1분 30초 동안 대통령 후보 한 사람이 다른 후보에게 질문을 하면 1분 30초 동안 답변을 하는 것입니다.
1분 30초 동안 모든 질문을 다 쏟아내야 하며  답변자는 1분 30초 안에 다 답변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형식은 큰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제 문재인이나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비리나 의혹등의 제기하면 동문서답을 해도 괜찮고 아니면 아닙니다!라고 딱 잡아때면 그걸로 끝입니다. 반대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 아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문재인 후보는 네거티브 하지 말라고 잡아때고 실망스럽다라고 하면 끝입니다. 실망의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대답은 해야죠. 

보통 토론은 그렇게 딴소리를 하거나 답변을 안하거나 했어도 의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재차 질문이나 다른 각도에서 다시 재질문을 하는 즉 반론과 재반론의 연속속에서 실체와 접근을 하고 정책의 세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러면서 후보들이 정책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아님 토론 전날 벼락치기로 배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관위 토론 형식은 이게 안됩니다. 1번의 질문과 1번의 답변 끝... 에라이... 이게 무슨 대선 토론입니까? 선관위 수준이 토론수준이네요. 형식이 이런데 무슨 정책 대결이 없었다면서 토론에 실망했다는 이야기들을 하시는지요. 선관위 TV토론 형식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지도 않고 평소에 정치에 관심도 없다가 어쩌다 본 정치토론에서 실망했다는 소리가 나옵니까?

평소에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 없어하니 정치인들끼리 저렇게 엉망으로 방치해 놓은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관심 안 가질수록 특권이 늘어가는 족속들입니다. 그러나 항상 지켜보고 쓴소리 해야 한다니까요


미국인들이 생물학적 평균 아이큐는 한국인 보다 낮을지는 몰라도 정치 아이큐는 우리보다 수배는 높습니다. 미국의 대선후보 토론과 한국의 대선후보 토론의 차이는 그 나라 국민의 정치 아이큐의 차이입니다.

미국인들은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평소에도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만나서 정치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나열해 보세요. 그 이야기 중에 생산적인 이야기가 몇개나 있습니까? 자기 잘날 이야기 하느라고 모임의 반을 보내고 남의 잘난 이야기나 듣다가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떡이 되어서 집에 오는 것들이 많죠.

정치 이야기 하면 집어 치우라고 성질이나 내고.. 그러면서 대선때는 정치인들이나 욕하잖아요. 지금 한국정치의 수준이 퇴폐 술집처럼 변한 이유는 다 국민들의 무관심 덕뿐입니다.

현실이 이럴진데 최선의 대선 후보를 찾는 것은 이상향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치수준이 개판인데 여기서 무슨 장미꽃에게 투표를 하겠다고 하나요.? 현실을 인식하세요. 한국 대선은 최선이 아닌 차선도 아닌 최악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차악에게 투표하는 것이 한국 대선입니다. 이런 현실인식 부재 속에서 오늘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기권할련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선거 하던 안 하던 그건 자유지만 결과는 최악이 당선 된다는 것을 잊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이미 우린 이명박 대통령을 뽑으면서 선경험을 했습니다.

한국 정치의 현실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현실인식의 부재 속에서 최악의 후보가 웃고 있을 것입니다.
이게 다 나와 여러분들이 만든 세상입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 국회의원이라는 국민의 아바타를 국회에서 생산 조립해서 만들었나요? 우리가 찍어준 사람들이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