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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서울을 걷다. 영등포 뉴타운 개발 예정지

by 썬도그 201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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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서울의 뉴타운 계획은 점점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흐물흐물 거리게 되었고 많은 곳이 뉴타운 개발 지정을 풀어달라고 원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참 세상 재미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우리동네 뉴타운 지정 해준다는 국회의원 말에 홀딱 속아서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더니 이제는 서울시청에 몰려와서 뉴타운 지정 풀어달라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잔혹 코믹극 같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곳도 그렇습니다. 새누리당 정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네인데 지난 18대 국회의원에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더군요. 그 이유를 봤더니 뉴타운 지정을 받은 동네가 몰표를 던져주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그 한나라당 의원은 수백표 차이로 당선이 되었고 4년 내내 지역 발전에 전혀 기여를 하지 않고 도망치듯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새누리당 대변인 역활을 하던데요. 그 국회의원 볼 때마다 짜증이납니다.  이게 다 그 뉴타운 동네의 몰표 덕뿐이죠.  

왜 사람들이 5년 아니 정확하게 4년도 안 되었는데 반대 입장이 되었을까요?
그 4년 사이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촉매제가 된 세계금융위기가 있었고 이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영향이란 부동산 불패 신화에 실패라는 단어가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어깨에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올라간 이카루스가 진짜 날개가 아닌 밀랍으로 붙인 가짜 날개의 밀랍이 녹아서 추락하기 시작 했습니다. 한국의 재개발을 보면 이카루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날아오르다가 추락하는 모습을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부동산 다단계를 하다가 새로 들어와야 할 부동산 구입자들이 없자 서서히 붕괴되는 모습과도 같아 보입니다. 솔직히 지금 한국의 부동산은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평가보다 거품이 잔뜩 끼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 거품이 이제 서서히 혹은 빵 하고 터지겠죠. 빵 하고 터지면 IMF 규모 이상의 삶의 붕괴가 일어날 것입니다.  누굴 탓할 것 없습니다. 다 당신과 우리들 때문이죠. 

돈이 되니까 부동산에 열광했다가 재개발해도 수익이 나지 않으니까 서울시에 몰려가서 뉴타운 해지 해달라고 아우성이고. 다 돈 때문이지 뭐겠어요. 신의 자리까지 올라간 돈, 돈이 신이자 신이 돈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게 다 우리가 만든 현실입니다


영등포에 니콘 수리센터를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좀 걸었습니다. 항사 들고 다니던 카메라가 없으니 좀 허전했지만 스마트폰도 훌륭한 카메라이기에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푸른극장이라는 성인극장이 있습니다. 80년대는 참 쉽고 많이 있었는데 다 어디로 사라졌나 했는데 여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개콘에서 스스럼없이 말하는 야동이 된 야동천국인 한국, IT강국 답게 인터넷으로 야동이라는 디지털 파일을 서로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아나로그 적인 성인극장의 생존율은 높지 않지만 여기는 남아있네요. 실제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뒤에는 병품처럼 서 있는 오래된 느낌이 바로드는 동남아파트가 보입니다. 사실, 이런 이미지를 보게 되면 살기 불편하겠다 혹은 위험스럽다라는 생각도 솔직히 들긴 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동네를 헐고 그 자리에 새 동네를 주겠다는 뉴타운 사업이 시작되었고 우리 대부분은 그 뉴타운을 환영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였죠

헌타운 헐고 뉴타운 지어주는데 뉴타운에 들어올려면 적어도 1억에서 2억을 내야 뉴타운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돈 없는 원주민들은 고향 혹은 동네를 떠나서 저 경기되 외곽지역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건물도 참 재미 있습니다.
꼭대기 층은 요즘엔 거의 찾기 힘든 만화가게가 있고요
그 밑에 층에는 명문고시원이 있는데 아시겠지만 고시원에 고시생들 거의 없고 대부분 임대료가 싸기 때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 대부분입니다.  80,90년대의 쪽방의 21세기 버젼이 고시원이죠.  후세들이 21세기 선조들은 왜 고시공부를 그렇게 많이 했냐면서 고시원의 난립을 지적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때 역사선생님이 고시원이지만 실제로는 고시생이 아닌 저소득층 사람들이나 취직공부하는 학생들 혹은 단칸방도 구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숙소였다고 설명해 줘야 할 듯 합니다. 

그 밑에는 20세기 말에 생겨난 PC방입니다. 재미있네요
만화가게는 20세기 , 고시원은 21세기 , PC방은 20~21세기, 그리고 조선시대 아니 삼국시대를 넘어 신석기 시대 부터 먹었던 보신탕 집이 있습니다. 



비가오는 날씨라서 어두웠지만 뒷골목은 더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영등포는 다른 구와 달리 빈부격차가 심하게 느껴지는 구입니다. 여의도는 한국의 맨하탄이라고 해서 80년대에도 연탄가게가 없는 유일한 곳이라고 할 정도로 부자들이 많이 살고 지금도 부촌으로 유명합니다. 게다가 방송사도 있고 63빌딩등 빌딩숲이 가득합니다. 반면 여의도를 뺀 영등포구 중에 영등포 역 근처의 대형 쇼핑센터와 신도림 역 근처의 쇼핑센터 빼고는 철공소 지대도 많고 공장도 남아 있어서 상대적으로 격차가 커 보입니다.

그렇다고 못산다 뭐 그런 과격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여의도가 워낙 특출나니 다른 지역은 좀 낙후 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여의도만 제거하면 영등포구는 다른 서울시 구와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강남 3구와 양천구야 80년대 개발된 신도시라서 지금 프리미엄을 얻고 있지 이 강남3구도 언젠가는 새로운 강남에게 그 주도권을 넘겨줘야 할 것입니다.


정말 서울에 고시원 참 많습니다. 쪽방에서 고시원으로 이름만 바뀌었지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이곳은 영등포 뉴타운 지역으로 개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개발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뉴타운 지역이 개발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개발해 봐야 개발이익도 없고 오히려 1,2억원 이상을 내야 입주가 가능하니 오히려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낙후된 건물을 그냥 방치하기도 그렇죠. 이 건물도 지붕에 방수포를 씌우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물을 채운 페트병을 올려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건물이 사람보다 수명이 더 길어서 대대손손 살았는데 이제는 어떻게 된 것이 집보다 사람 수명이 더 길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죽을 때 까지 집을 적어도 2번 정도는 만나게 되는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는 부동산을 갈망하고 저주하는 것 아닐까 하네요.  아파트 지어서 오래 살아봐야 30년, 30년 지나면 낡아서 위험해지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지었길래 건물 수명이 30년을 넘기지 못하나요? 


초등학생이 사는 집인지 예쁜 우산이 놓여 있네요. 이런 동네를 카메라로 담다보면 대부분의 사람(저를 포함)해서 감상적이게 됩니다. 얼마나 삶이 힘들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일방적 시선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건 편견이자 일방적인 시선일 뿐입니다. 다 각자 형편에 맞춰서 사는 것이지 가진 것이 없다고 슬프고 암담하고 맨날 술이나 퍼마시고 사는 것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시선 즉 측은하게 느끼고 연민이 아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더 짜증나죠.

그 눈빛 있잖아요. 안됐다 쯧쯧.. 
안되긴 뭐가 안되었다는 건지요? 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일 뿐이죠. 


골목여행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곳을 발견 했습니다. 대형 문구센터가 5개 이상 쫙 몰려 있는데 각종 학용품이 있습니다. 참.. 요즘 학교 앞에 문방구 다 사라지고 있다고 하죠. 학교에서 준비물을 다 준비하다보니 문방구에서 물건을 사는 학생들이 줄다 보니 하나 둘 씩 다 사라졌어요. 

격세지감이네요. 저 어렸을 때는 아침 등교길에 준비물 살려고 서로 잡아채고 기다리고 아호.. 정말 짜증났었습니다. 
학교 등록금은 안 비쌌는데 뭘 그리 가져오고 준비해오라는 것이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는 학교는 학생을 가르칠 준비는 잘 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요. 매달 폐품 수집하질 않나 평화의 댐 만든다고 방위성금 500원 내라고 하지 않나 군인들 줘야 한다고 위문편지 쓰라고 강요하고 위문품 사오라고 하지 않나. 지금은 전혀 이해가 안가는 풍경이었지만 당시는 그게 상식이자 룰이였어요. 

그 시절이 바로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참 많습니다. 
네 자신들의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나라를 80년대로 돌리고 싶어하면 안되죠. 


잊혀진 가수들은 이렇게 성인 나이트 클럽에서 공연을 합니다. 
80,90년대에 방송에 참 많이 나왔던 가수들, 이제는 나이크 클럽에서 공연을 하네요. 뭐 위에 있는 가수들은  공중파와 함께 당시에도 많은 밤무대 활동을 했었죠.

그러나 90년대 H.O,T를 필두로 한 아이돌 가수들은 밤무대를 갈 수 없으니 다들 그렇게 사업을 하나 봅니다. 사업하다 망하고 사기 당하고 사기를 치고 아이돌 가수들이 40대가 되면 무슨 일을 할까요? 위 가수들 처럼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를까요? 나이가 많아서 댄스도 안 될 텐데요. 


값싼 여인숙과 좀 더 비싼 모텔이 많았습니다. 폴라리스,  지금은 모르겠지만 80,90년대 까지만 해도 이런 예쁜 영어 이름을 참 많이 썼어요. 폴라리스는 지금은 북극성 역활을 하는데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인해 북극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지위를 언젠가는 뺐기겠죠. 


묘하게도 노후주택이 많은 동네는 교회들이 다 큼직큼직합니다. 지난 가을에 인천여행을 했을 때도 언덕위에 거대한 교회가 세상을 내려다 보듯 하는데 이곳에서도 거대한 교회가 보입니다. 

한국의 기독교 건물의 변천사를 연구해도 꽤 재미있을 듯 합니다.


뉴타운이 예정된 이 지역에는 노후 건물과 다양한 상가들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골목을 지나가니 식당 원자재인 간장을 파는 가게도 있고 목장갑을 파는 곳 천막을 파는 가게등 도매를 하는 듯한 가게가 가득 합니다.



골목은 이게 재미있어요. 아파트는 네모 반듯반듯 하고 복사 & 붙여넣기 이미지 때문에 1층만 봐도 지루한데 골목이 있는 주택가는 똑같은 집이 없어요. 

그러나 아파트에 비해서 범죄에 취약하다 보니 CCTV가 늘었습니다. 여기도 CCTV가 있는데 실제 작동을 하는 건지 아님 위협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선까지 있는 것을 보면 구청에서 달아 놓은 듯 한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을 보면 주차장을 감시하는 사설 CCTV 같기도 합니다


길냥이가 물끄러미 보는 골목을 지나서 


예쁜 대문을 가진 집을 봤습니다.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아지길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르고 싶어하는 양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몰개성이 개성이 되어버린 한국에서는 더 그렇죠. 군대처럼 똑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면서도 이렇게 튀고 싶어하는 그러나 그 튐의 한계가 있고 예측 가능한 튐을 가지고 삽니다.



크리스마스는 꼭 트리에만 내리라는 법이 없죠. 
한 등나무 가지마다 탄일종이 달렸습니다.

그렇게 12월은 구비구비 흐릅니다. 저 멀리 높은 빌딩이 올라가네요. 높은 빌딩은 우리가 모은 욕망의 크기 만큼 올라가거나 올라가다가 멈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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