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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복수심을 모성애로 감싸 안아 버리는 영화 새드베케이션

by 썬도그 201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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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 누굴 좋아하세요? 저는 이동진 평론가를 좋아합니다. 지금은 평론가로 더 많이 불리우지만 예전에는 영화기자였어요. 기자들도 영화 평 참 많이 하고 자주 듣는 SBS의 공형진의 시네타운이나 새벽2시에 하는 'MBC 영화음악'을 들다보면 영화 기자들이 영화 소개 및 간단한 영화평들을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 영화 취향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본 '늑대아이'라는 일본 애니에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도 무척 좋게 봤거든요. 하지만 항상 평점이 비슷하지는 않아요. 007의 최신작인 007 스카이폴은 저는 최악의 점수를 줬지만 이동진 평론가는 후한 점수를 주더군요. 또한 최근에 정말 재미있게 본 트와일라잇 마지막 편인 '브레이킹 던 파트2'는 식구들과 봐서 그런지 전 후한 점수를 줬지만 이동진 평론가는 별을 2개도 안 주더군요.

그럼에도 이동진 평론가의 평을 참 좋아합니다.

이동진 평론가 보다 더 좋아하는 평론가는 '정성일'입니다. 이 분이 90년대 정은임의 영화음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을 들으면 영화관에서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정말 찰지게 평론을 하다 보니 정성일 평론가가 후하게 평가한 영화는 항상 재미있게 봅니다. 제가 귀가 얇아서 권위있는 평론가가 좋게 평한 영화는 심각하게 혹은 기본 이상으로 좋게 보고 있습니다.

이 정성일 평론가가 '이주연의 MBC 영화음악'에서 21세기 영화들 중에 좋은 영화를 소개했는데 2011년 11월 12일에 소개한 영화가 바로 '유레카'입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감히 21세기 최고의 일본 영화라고 소개했는데요. 이 유레카라는 영화는 불문과 출신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총 3부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헬프리스와 2천년도 작품인 유레카 그리고 2007년 작인 새드 베케이션이 바로 기타큐수 3부작입니다. 유레카는 볼 방법이 없어서 같은 감독의 새드 베케이션을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5살때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켄지의 어두운 과거와 따뜻한 품성

영화는 켄지가 주인공입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밀항을 하는 불법 이민자를 인수하는 일을 하던 켄지(아사노 타다노부 분)는 밀항을 하다가 부모가 죽은 중국 고아인 소년 아춘을 무작정 자기가 키우겠다면서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집에는 어릴 적 부터 친구였던 야스오의 동생 유리가 있습니다. 유리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지적장애인입니다. 야스오는 야쿠자라는 폭력집단에 몸 담고 있다가 상해치사로 5년 복역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에 6명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합니다.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켄지는 죄책감에 야스오의 동생 유리를 자신이 데리고 삽니다. 켄지는 고아입니다. 5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에 아버지가 목을 메 자살을 한 후 이리저리 부초처럼 떠도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리와 중국 소년 아춘을 데리고 살면서 삶의 뿌리를 내립니다. 하지만 켄지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중국 조폭들에게 아춘을 데리고 간 것에 대한 위협을 받죠.  이후 켄지는 대리운전등을 하면서 아춘과 유리를 먹여 살립니다. 
대리운전을 하다가 알게 된 호스티스인 사에코를 알게 되고 일말의 희망도 살짝 갖게 됩니다. 


켄지에게 있어 사에코는 일탈이자 지금의 지리멸렬한 삶을 떠난 이상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켄지는 유리와 아춘이라는 현실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항상 유리와 아춘을 걱정하고 그걸 사에코도 압니다.


대리운전을 하던 어느날 마미야 운송의 대표인 마이야를 태우고 대리운전을 합니다. 마미야씨를 마미야가 운영하는 운송회사 사무실 겸 집에 내려다주죠. 그 어두운 밤에 마미야 운송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켄지는 어머니를 알아 봤지만 어머니는 켄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켄지는 낄낄거리며 웃습니다. 

어머니를 만난 후에 사에코에게 만날 사람이 있다면서 며칠 후 마이야 운송에 찾아갑니다. 
어머니는 5살때 켄지를 버리고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미이야 사장과 함께 결혼을 해서 살고 있습니다. 마이야 사장과 어머니 사이에는 고등학생 아들까지 있습니다. 

정식으로 찾아간 켄지를 단박에 알아본 어머니는 켄지를 반겨해주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켄지는 유리와 아춘을 데리고 마이야 운송에서 일도하면 기거를 합니다. 켄지는 참 사람이 따뜻한 듯 보입니다. 거두지 않아도 될 유리나 아춘을 거두워서 사는 모습을 보면 혈육을 넘은 인간애가 강인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루저들과 세상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기거하는 마이야 운송

이 영화 '세드 베케이션'의 배경은 마이야 운송이라는 물류 택배 회사입니다. 이 공간에서 수 많은 인간군상을 만납니다. 다만 공통점이 있는데요. 모두 세상을 피해서 숨어버린 존재들입니다. 서로 사연을 숨기고 사는 데 서로 많이 알려고 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가슴에 대못을 2,3개씩 박고 사는 사람들이죠. 

켄지도 어머니로 부터 버림 받았다는 트라우마가 있고 오다기리 죠가 연기한 캐릭터도 사채업자로 부터 도망친 캐릭터입니다. 전직 의사였지만 지금은 세상을 등지고 택배일을 하면서 사는 중년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욱 놀랍고 흥미로운 것은 감독의 전작인 유레카에서 소녀로 나왔던 '코즈에(미야자키 아오이)'도 이 마이야 운송업체에 사무직으로 근무합니다. 
영화 유레카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 유레카는 한 인질범이 한 버스를 납치한 후에 많은 승객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 코즈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어머니는 도망갔고 아버지는 자살을 합니다.

코즈에와 켄지는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한 운송업체에 살 수 있는 이유는 이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마이야씨 떄문입니다. 켄지에게는 양 아버지인 마이야는 이런 세상으로 부터 상처받고 도피한 사람들을 보듬어서 삽니다.

켄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왜 이런 사람들 즉 신분도 확실하지 않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사람들을 왜 보듬고 있냐고요
마이야는 양 아들인 켄지에게 말합니다

"너도 아춘과 유리를 데리고 살잖아. 너도 그 둘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와 같지" 영화는 이렇게 가족드라마로 흘러가는 듯 합니다. 켄지는 건실하게 운송업을 하면서 가업을 돕습니다. 그러나 가장 이해가 안가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 엄마

자식 버리는 부모가 가장 무섭다고 하죠.  신이 인간과 동물에게 준 가장 강력한 기능은 자식을 낳고 키우는 기능입니다. 만약 신이 인간에게 모성애나 부성애를 주지 않았다면 인류는 공멸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인간만이 아닌 세상 모든 유기체들이 본능적으로 가진 기능입니다. 심지어 사마귀는 교미 후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잉태하게 합니다. 

5살에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트라우마에 시다리는 켄지는 이상하게 이 마이야 운송에서 착실하게 삽니다. 
전 그 모습에 가족드라마구나 했습니다. 엄마라는 분도 거부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입니다. 고등학생인 이복동생과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하고요. 그렇게 잘 흘러가나 했습니다. 한 번은 이복동생인 남고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출을 하는 것을 이 마이야 직원들이 가로막아서서 업어치기도 합니다.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장님의 은혜를 잘 아는 사람들이고 사장님의 아들은 가족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 하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버스 인질사건 이후 삶이 피폐해진 코즈에가 자극적인 말을 합니다. 그게 자극이 되었는지 아니면 켄지의 복수극은 예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켄지는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기 시작 합니다. 이우 영화는 참혹스러운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자세한 내용은 담지 않겠습니다. 그게 예의겠죠.

엄마라는 캐릭터는 수십 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도 방실방실 참혹스러운 사건에도 괜찮아 아기가 있으니까 하면서 방실방실 거립니다. 그러다 남편에게 뺨을 맞죠. 영화를 다 보고나면 마지막에 왜 엄마라는 여자가 그렇게 도망쳤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좀 이해가 안갑니다. 온갖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모두 품에 안을려는 모습은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그게 진짜 모성애라고도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자기 편하자고 5살 아들을 놓고 도망간 모습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해가 가질 않네요. 


복수심 마져 거두어들이는 모성애

좋은 영화는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영화입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같은 영화를 봐도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 이 영화 새드베케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이 영화는 일본에 사는 중국인이라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와 사채업자에 쫒겨 피난생할을 하는 인생들과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 그 복수심 마져도 품으로 안을려는 오지랖 여왕 같은 엄마.


감독이 뭘 그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거대한 모성이 복수심을 길들인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그 모성애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면도 있습니다. 적어도 한번쯤은 켄지에게 그때 내가 정말 미안했다라고 해줄 수 있었을텐데요. 


비눗방울에 담긴 거대한 환타지

이 영화는 약간의 환타지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습니다. 유리는 평소에 비눗방울을 부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 비눗방울이 마이야 운송 마당에서 날리면 온갖 사건 사고도 다 잊게 합니다.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듯 하면서 폭력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담습니다.  또한 원자화되고 이혼 또는 부모의 일방적 가출로 인해 상처 받는 일본의 현실도 담고 있습니다. 


마음 따스함도 있지만 그 보다 상처가 더 많이 담기는 영화입니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새드엔딩도 아닌 거품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운송회사의 직원인 전직 의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엔 우연이란 없어.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지 세상 이치가 그래. 

우리의 삶은 결국 우연의 연속이 아닌 필연으로 혈연으로 묶여 있을까요? 영화 새드베케이션은 우울한 휴가를 떠난 켄지를 담고 있을지 아님 그게 인생이 될지를 관객에게 물으면서 끝이 납니다.

상당히 독특한 영화입니다. 워낙 이야기가 강렬하고 많은 사건이 일어나기에 지루하지 않습니다. 영화 가족의 탄생과도 살짝 비슷하긴 하네요.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가장 증오하는 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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