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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진전 '다만 사라질 뿐이다'

by 썬도그 201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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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진전에 가서 사진을 보고 우와!!!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거나 뭘 찍었는지 모르는 추상화 같은 사진들을 보면 별 느낌도 없습니다. 나름 사진에 대한 책을 많이 읽은 저도 이럴질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뭐 주례사 같은 사진전 소개 카달로그 서문에 있는 글과 설명을 보고서 끄덕이긴 하지만 그건 내가 느낀 느낌이 아니라 전문가가 주례사 형식으로 써준 느낌이라서 남의 것이지 내 감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11 x 14 액자 크기의 사진만 보다가 벽면 가득히 채운 대형 사진을 보면 느낌이 확 다르죠. 
예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이미지를 다르게 하는 방법인가 뭔가가 있었는데 다 기억나지 않고 딱 하나 기억나는게 같은 사물도 그 원래 크기보다 크게 해놓으면 달리 보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청계천 청계광장 입구에 있는 거대한 소라같이 보통의 크기 보다 아주 크게 해 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쳐다 보잖아요
올덴버그라는 작가가 그런 것을 잘 합니다. 평범한 사물을 거대하게 만들길 잘하죠

따라서 같은 사진이라도 크게 프린팅 해서 보여주면 그 감흥도 함께 커집니다. 최근들어 국내 사진계도 대형화되어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내가본 사진전 중에서 가장 작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사진전은 갤러리나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썬큰 광장이나 거대하고 우람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닙니다.  그곳은 예전 군부대의 담벼락입니다. 

이 군부대 담벼락은 예전에 육군도하부대가 있던 자리의 담벼락입니다. 그러나 이 부대는 3년 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이 곳을 거대하게 개발을 할려고 했지만 LH공사의 농간으로 인해서 개발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다 개발하겠다고 했다가 엄청난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다가 사업성 없는 곳 부터 다 포기 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 금천구심개발입니다. 

뭐 금천구민의 숙원이 무너졌다고 하소연 하고 그걸 현 구청장 책임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LH공사의 농간 때문이죠. 개발한다고 해놓고 어느날 와서는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라는 건지.. 한 주민은 그 동안 이사도 안가고 기다린 시간들은 뭘로 보상하겠냐고 하냐끼 자기들은 그런 책임도 의무도 없다면서 무시하더군요. 하여튼  LH공사는 참 편하게 일해요. 

뭐 또 따지고 들면 LH공사 책임 보다는 부동산 경기 침체게 원인이겠죠. 앞으로 아파트 사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렇게 개발하라고 군부대가 떠났지만 떠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의 첫삽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계획 세우고 내년에는 이 넓은 군부대 자리에 거대한 개발이 일어날 듯 합니다. 그 개발이 시작되기전에 이 사라지는 공간을 기억하는 사진전이 바로 '다만 사라질 뿐이다'입니다

사진은 폐허가 된 군부대를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작년에 생활사진가들 모시고 여기서 사진촬영대회가 있었고 그 사진들을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영화 '미운오리새끼'가 촬영되었어요.


사진들은 작은 종이에 프린팅이 되었고  군부대 담벼락에 붙어 있습니다



사진들의 크기 보세요. 시멘트 블럭보다 작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진전입니다


위치는 금천구청 옆 군부대 담벼락에 있습니다. 


사진전은 작지만 그 의미는 큽니다. 많은 곳이 개발이 되고 옛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는 서울입니다. 
사라지기전에 그곳을 사진으로 담아서 기억의 창고에 보관하는 작업이 바로 사진의 매력 아닐까 하네요. 

우리는 도시를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은 잘 하지만 그 추억과 기억을 박제화 해서 보관하는 아카이브 작업은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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