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사진전에 가서 사진을 보고 우와!!!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거나 뭘 찍었는지 모르는 추상화 같은 사진들을 보면 별 느낌도 없습니다. 나름 사진에 대한 책을 많이 읽은 저도 이럴질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뭐 주례사 같은 사진전 소개 카달로그 서문에 있는 글과 설명을 보고서 끄덕이긴 하지만 그건 내가 느낀 느낌이 아니라 전문가가 주례사 형식으로 써준 느낌이라서 남의 것이지 내 감정은 아닙니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11 x 14 액자 크기의 사진만 보다가 벽면 가득히 채운 대형 사진을 보면 느낌이 확 다르죠.
예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이미지를 다르게 하는 방법인가 뭔가가 있었는데 다 기억나지 않고 딱 하나 기억나는게 같은 사물도 그 원래 크기보다 크게 해놓으면 달리 보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올덴버그라는 작가가 그런 것을 잘 합니다. 평범한 사물을 거대하게 만들길 잘하죠
다만 사라질 뿐이다 사진전은 갤러리나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썬큰 광장이나 거대하고 우람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닙니다. 그곳은 예전 군부대의 담벼락입니다.
이 군부대 담벼락은 예전에 육군도하부대가 있던 자리의 담벼락입니다. 그러나 이 부대는 3년 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이 곳을 거대하게 개발을 할려고 했지만 LH공사의 농간으로 인해서 개발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다 개발하겠다고 했다가 엄청난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다가 사업성 없는 곳 부터 다 포기 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 금천구심개발입니다.
뭐 금천구민의 숙원이 무너졌다고 하소연 하고 그걸 현 구청장 책임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LH공사의 농간 때문이죠. 개발한다고 해놓고 어느날 와서는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라는 건지.. 한 주민은 그 동안 이사도 안가고 기다린 시간들은 뭘로 보상하겠냐고 하냐끼 자기들은 그런 책임도 의무도 없다면서 무시하더군요. 하여튼 LH공사는 참 편하게 일해요.
뭐 또 따지고 들면 LH공사 책임 보다는 부동산 경기 침체게 원인이겠죠. 앞으로 아파트 사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렇게 개발하라고 군부대가 떠났지만 떠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의 첫삽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계획 세우고 내년에는 이 넓은 군부대 자리에 거대한 개발이 일어날 듯 합니다. 그 개발이 시작되기전에 이 사라지는 공간을 기억하는 사진전이 바로 '다만 사라질 뿐이다'입니다
사진은 폐허가 된 군부대를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작년에 생활사진가들 모시고 여기서 사진촬영대회가 있었고 그 사진들을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영화 '미운오리새끼'가 촬영되었어요.
사진들은 작은 종이에 프린팅이 되었고 군부대 담벼락에 붙어 있습니다
사진들의 크기 보세요. 시멘트 블럭보다 작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진전입니다
위치는 금천구청 옆 군부대 담벼락에 있습니다.
사진전은 작지만 그 의미는 큽니다. 많은 곳이 개발이 되고 옛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는 서울입니다.
사라지기전에 그곳을 사진으로 담아서 기억의 창고에 보관하는 작업이 바로 사진의 매력 아닐까 하네요.
우리는 도시를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은 잘 하지만 그 추억과 기억을 박제화 해서 보관하는 아카이브 작업은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