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서울이라고 감히 말해도 되겠습니까?
제가 정중하게 묻는 이유는 서울에 살지 않는 분들 때문입니다.
한국을 서울공화국이라고 해도 되겠습니까?
제가 지방에 살아본적이 없어서 지방분들이 바라보는 서울의 느낌을 잘 모르지만 주말에 바다 낚시 하러 갈 때 들은 말로는 도시인들이 오지 않으면 어촌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말 속에서 어렴풋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촉수가 지방까지 다 뻐쳤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파트 죽순이 나부끼는 서울의 볼 것 없음에 한탄을 합니다. 하지만 즐길것은 많습니다. 서울을 안 봐야 가장 즐거운 도시 서울. 온 창문을 꽉 틀어막고 실내에서 음주가무를 해야 서울 같아지는 서울. 그런 서울을 카메라로 수년 째 담고 있지만 이제는 좀 식상하네요.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물론 제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색다른 이미지가 없습니다.
파괴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지만 이미 다 만드러진 아파트를 부슬수 없듯이 그냥 그런 무미건조한 회색빛 이미지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강남에 있는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2012년 9월 8일(토) ~ 11월 17일 까지
홍순태, 한정식, 김기찬, 주명덕, 강운구, 구본창, 이갑철, 김동진, 안세권, 이선민, 방병상, 박진영, 이은종
사진작가가 참여한 이 사진전은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60년 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김기찬, 송파구 삼전동 1982. 12. 12, Gelatin silver print, 50.8×40.6cm, 1982
홍순태, 1974 명동, Gelatin silver print, 35.6×27.9cm, 1974
한정식, 돈화문 1972, Gelatin silver print, 40.6×50.8cm, 1972
김동진, 은평구 녹번동, C-print, 45×45cm, 2010
이선민, 수정과 지영, C-print, 100×125cm, 2008
안세권, 월곡동의 빛, Digital C-print, 180×230cm, 2005
박진영, 페허속 부처 / 봉천동, Digital C-print, 120×50cm, 2004
방병상, 구조대, Inkjet print, 140×110cm, 2004
이갑철, 1988 서울, Gelatin silver print, 27.9×35.6cm, 1988
구본창, 서울 퇴계로, C-print, 30×45cm, 1985~1989
서울을 조립해 가는 과정들이 흥미롭네요. 다른 사진도 흥미롭지만 전 가장 밑에 있는 구본창 작가의 저 버스 사진에 한 참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저는 서울이 색깔을 버스 색으로 기억합니다. 80년대 후반 서울의 버스 색깔은 보라색으로 칠해졌습니다. 이전에는 파란색인지 붉은색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보라색으로 칠해졌습니다. 그리고 버스는 앞 좌석에 있던 엔진이 뒤로 옮겨졌습니다. 앞 좌석에 있던 버스 엔진 덮개에 얼라들을 올려놓았던 아주머니들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엔진은 뒤로 물러나면서 출입구가 환해 졌습니다.
그리고 안내양도 사라졌습니다. 자동문이 생기기 시작한 버스. 이런 대변혁을 몰고온 것이 이 보라색 버스였습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과 그 붉어짐의 깊이 만큼 환해지는 버스안의 불빛. 집으로 향하는 우리들의 얼굴도 환해집니다.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지요. 과연 우리 서울이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쉼터의 역활이었는지 아니면 서울에 지쳐서 주말마다 서울을 탈출하고 있는 우리인지 돌아봤으면 하네요.
주말마다 서울을 탈출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김없이 집이 좋다면서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 서울을 벗어나면 뭐가 좋고 서울에 있으면 뭐가 좋은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싶네요.
서울 찬가 가사 처럼 '서울에서 살으렵니다'가 아닌 서울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진 전시명 :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전시회 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전관
전시기간 : 2012년 9월 8일 ~ 11월 17일
참여작가 : 홍순태, 한정식, 김기찬, 주명덕, 강운구, 구본창, 이갑철, 김동진, 안세권, 이선민, 방병상, 박진영, 이은종